[에필로그] 디지털 세상, 상륙 이후 새로운 동행

베이비부머 필살기 | 20화(최종화) 디지털 대륙에 상륙하다

by 늘푸른 노병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스무 편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오늘은 조금 늦게 글을 올립니다.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할 때, 나는 스스로를 ‘디지털 난민’이라 표현했다.


태어나고 자라 익숙했던 땅을 떠나, 모든 것이 0과 1로 움직이는 낯선 세계에 들어선 이방인.


키오스크의 차가운 화면 앞에서 작아지고, 아이들의 스마트폰 손놀림을 따라가지 못해 멋쩍게 웃던 나는, 도태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무 편의 기록을 써 내려가는 동안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우리가 진짜 두려워했던 것은 기술의 복잡함만이 아니었다. 변화 앞에서 스스로를 닫아버리는 마음의 빗장이 더 큰 문제였다는 것을.


돋보기를 고쳐 쓰고 낯선 용어와 씨름하며 보낸 시간은 단순히 기계 사용법을 익히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궤적을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문법으로 다시 써 내려가는, 작지만 분명한 자기 갱신의 시간이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거리기만 하지 않는다. 앱 하나를 깔다가 비밀번호를 여러 번 틀려도, 허허 웃으며 다시 시작할 줄 아는 여유도 생겼다.


덕분에 요즘 상영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를 직접 앱으로 예매해 혼자 보러 갔던 순간은 작은 성취처럼 짜릿했다. 이제는 사소한 일마다 자녀들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번 연재를 통해 내가 다시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고, 기술보다 더 귀한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삶에서 길러온 태도와 성실함까지 낡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오래된 힘이 있었기에 나는 새로운 변화 앞에서도 다시 배울 수 있었다.


디지털 상륙은 그렇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었다. 나는 이제 이 낯선 세계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이 아니라,

천천히라도 자기 속도로 배워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배움으로 다시 다음 길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 배움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멈출 때 비로소 삶도 함께 굳어진다는 것을 이번 기록을 통해 절실히 배웠다. 이 글들이 뒤를 따라오는 동료 베이비부머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나 역시 IT나 AI를 여전히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내 삶의 방향을 정하는 사람은 여전히 나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의 업데이트는 멈추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오히려 더 단단하다. 나는 오늘도 돋보기를 챙겨 들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간다.


그동안 ‘베이비부머 필살기’를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시대에 맞게, 묵묵히 자신을 업데이트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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