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일하며 느낀 일터의 온도
막연한 기대, 냉정한 현실
정년 뒤의 재 취업 현실은
막연한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
정년(停年)이란 제도는
어느 순간 정해진 날짜로
나를 불러낸다.
메신저에는 정년자들이
호구라도 된 것 마냥,
낯선 후킹 문자들이
팝업 되고,
시대는 기성세대를 ‘꼰대’로,
후배들은 태도가 달라지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온다.
변화의 이름들이
어느새 일자리의 온도까지
바꿔 놓고 있음을 실감한다.
정보는 넘치고, 현실은 좁다
정년 직전이 되면
사방에서 귀신처럼
정년자를 겨냥한 광고성
문자들이 쏟아져 온다.
대부분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나마 자격증이라도 있어야
기웃거리라고 한다.
하지만 그 자격증 제도조차
정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사 제도’가 많다.
우리가 살아온 결 하고는
너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소방, 전기, 상담, 물류, 경비,
청소, 요양, AI, 드론, 인력, 해설사,
요리, 바리스타, 빌딩관리…"
겉으로는 다양해 보인다.
하지만 막상 마음이 끌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자격증 없이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격증이 있어도
보수는 현역 때보다 턱없고
복지와 워라밸은
조금씩 다르지만
스스로 챙겨야 한다.
구직 정보의 벽
구직 사이트들은 이렇다.
잡코리아, 사람인, 인크루트,
고용 24, 헤드헌터,
그리고 LinkedIn 같은
글로벌 커리어 플랫폼도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 올라와 있는
채용 정보는 위에서 언급한
유사직종이 주를 이룬다.
평소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비교적 수월하게
재 취업을 할 수 있고,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는
언감생심.
대부분 꺼려지는 일뿐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성기 같지 않은 나이에
낯선 일을 받아들이기는
여간 쉽지 않다.
우리가 화려했던 현직만
떠올리며 “내가 이 일을…”이라고
고개 들면 현실은 생각보다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내 경우는 방산업을 평생 해 온
덕분에 그 경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솔잎과 송충이 관계,
떼려야 뗄 수 없는 업이었다.
현실적으로 해 오던 업으로
연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일상이 다시 보이던 시간
올여름에 스타트업에서
스스로 오프하고 잠시
'여름 백수’로 지낼 때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뚜렷이 남는 게 하나 있다.
어디든 출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그냥 평범한 일상조차
감사하게 느껴 본 점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면
끝이라는 두려움과,
많이 들어보던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한다는 절박함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다음은 소속감이 주는
안정감도 중요한 것 같았다.
세상은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각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일터의 언어가 달라졌다
그리고 재 취업을 했다고 가정하자
다음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업무 추진 방식과 소통 방식이다.
세대 간 소통의 차이는
결국 일의 속도와 결과를 바꾼다.
단순한 성향 차이가 아니다.
실제 논문에서도 여러 세대가
한 조직에서 일할 때 서로 다른 소통
스타일이 오해와 갈등을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젊은 세대는 메신저·SNS 등
디지털 기반 소통을 선호하고 기성
세대는 대면·전화·문서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경향이 강하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MZ세대의
세상을 보는 눈, 사고방식, 업무 방식,
생활 방식은 많이 다르다.
기성세대는 전통적인 위계와
보고 중심의 문화에 익숙하다.
반면, 요즘 젊은 세대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거창한 회의나 발표보다
SNS·메신저로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는 소통을 즐긴다.
사무실이 조용해 보여도
그 안에서는 디지털 기반으로 글로벌과
소통하고 자료를 조사·공유하며,
업무를 추진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신기한 방식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때로 우리에게
외계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 세대와는 먹는 것, 사고하는 것,
일하는 방식, 생활 분위기까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때가 많다.
공존의 기술을 존중한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또래들의 언행이다.
내가 나이가 많다고
또는 MZ세대가
자식 또래 같고 젊다고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자식 같은 나이라
할지라도 모두 인격체다.
반말은 관계 포기와 같다.
경어와 상호 존중의 분위기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릴 수 있다.
겉모습보다 중요한 것
출퇴근 복장도
우리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반바지·샌들·캐주얼한
복장으로 다니지만,
일 처리의 방식은
기존 세대보다 뛰어나다.
그렇기에 사무실 분위기를
세심히 살피며 잘 적응하고
함께 공존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궁금하거나 물어볼 것이 있으면
먼저 SNS·메신저로 소통하라.
대면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면
차라리 먼저 메시지로 남겨라.
이것이 이제는 일상의 소통 방식이다.
디지털 문화가 곧 현실이 된 시대다.
임홍택 작가의
『90년대생이 온다』를 읽으면서
MZ세대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들의 생각과
특징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
세대 간 갈등
해소에 시사점이 많았다.
긴 잔소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1.
미리 자격증이나 역량을 갖추자.
2.
MZ세대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자.
3.
디지털기반 업무처리도 익히자.
4.
상호 존중·이해의 자세로 임하자.
5.
건강 챙기기다. 제일 중요하다.
하고싶은 일은 결국,
건강이 허락한 만큼만 가능하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정년 후 살아내는
기본이자 작은 실전 전략이다.
정년 뒤 재 취업
정년 뒤의 재취업은 단순히
일자리를 찾는 일이 아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고,
서로의 언어를 익히며,
함께 일하는 과정이다.
한 발 한 발 걸을수록
아직 늦지 않았음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정년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내가 잠시 아문센(Roald
Amundsen)이 된 듯하다.
준비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의 태도를 바꾸는 일이다.
이제는, 버텨온 시간이
다시 쓰일 차례다.
농익어 숨어 있던 당신의 역량이
이제 마음껏 빛을 볼 시간이다.
당신의 인생 후반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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