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심으로 이끈 조직은 끝까지 함께한다 -
전우들과 함께한 그 시간, 작은 기적.
치악산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까?
그곳에 남겨둔 얼굴들이 그립다.
그해 여름,
세상이 유난히 뜨거웠던 그때,
나는 강원도의 한 부대에서 지휘관으로 근무했다.
부임하던 날 마음속에 하나 다짐했다.
"부하들과 항상 함께, 투명하고 깨끗하게 지휘하자."
그 다짐 하나로 2년을 버텼다.
돌아보면 내 군 생활 절반은 강원도에서 흘러갔다.
춘천에서는 소양강 푸름을,
원주에서는 치악산 수려함을 벗 삼았다.
그곳 사람들은 참 맑고 굳세었다.
지금도 떠올리면 가슴 한켠이 따뜻해진다.
빗속의 평가
기억 속 한 장면이다.
사령부 '전술훈련 평가'가 있던 날,
하필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누군가는 "오늘 같은 날 평가를 받다니..." 하며
혀를 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부대 장병들은 달랐다.
빗속에서도 조종사들은 비행임무를 완수했고,
정비사와 무장사들은 가동률 유지에 최선을 다했고,
병사들은 진흙탕이 된 연병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에 매진했다.
흠뻑 젖고, 진흙이 튄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연말에 결과가 발표됐다.
"전술훈련평가 최우수!"
"선봉부대!"
우리의 노력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건 내 공이 아니었다.
빗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전우들,
그들이 해낸 것이었다.
서로를 향한 '믿음'과 '책임감'이 만든 결과였다.
더 오래 남은 장면
사실 나는 그 성적보다 더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다.
빗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던 병사들의 얼굴이었다.
힘들었지만 함께 버텼다는 그 순간의 온기였다.
"고생했다. 네가 있어서 우리가 해냈어."
"분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잘 끝냈습니다."
간부들끼리가 아니라, 병사들끼리 서로에게
진심 어린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알았다.
이들은 명령에 따른 게 아니라,
'믿음'으로 함께한 것이었다.
그 눈빛을 마주하는 것은 무거운 책임이자,
동시에 큰 축복이었다.
치악산이 기억하는 얼굴들
지금도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다
멀리 치악산 푸른 능선을 바라보면,
그때 나를 믿고 따라준 전우들이 떠오른다.
소나기 속에서 함께 흘린 땀,
서로 격려하던 목소리,
임무를 완수하고 나눈 악수.
돌아보면 부족했던 점도 많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큼은
기억해 주길 바란다.
'진심'으로 이끈 조직은 끝까지 함께한다.
그 '믿음'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
언젠가 다시 치악산 계곡에서
그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고 싶다.
소나기 내리던 그날,
우리가 함께 만든 작은 기적을.
치악산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땀과 믿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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