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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Nov 05. 2022

오프라인에서 설렘을 얻는 방법

관도 마리에의 소브이로그(2)

온라인 쇼핑이 주가 되면서 물건을 얻기는 쉬워졌지만 그만큼의 추억은 줄어들었다. 14년 전 중학교 때 친구들과 동대문에 갈까 말까 고민했던 그 시기가 그립기도 하다. 멋쟁이들이 옷을 사는 곳은 동대문이었는데, 또 가면 무서운 형들에게 돈을 뜯긴다는 소문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무서운 형들에게 무신사 조만호 형도 당한 건지 무신사 스토어가 생겼다. 그 이후 29cm, 쿠팡, 지그재그, 지마켓, 컬리 등 온라인 쇼핑몰은 셀 수도 없이 늘어났다. 우리는 더 편리하게 무언가를 사게 됐지만, 거기서 얻는 소중함은 잃어버렸다. 추억도 사라졌다. 이제 남는 건 기능성과 가격뿐이다. 대다수의 패션 유튜브들이 가격을 위주로 말한다. 가격대별 코트 추천. 가격대별 아이템 추천. 물성이 가지는 그 어떤 추억과 이야기는 사라졌다. 고등학교 친구가 일하던 옷가게에서 만원에 티셔츠를 사, 두 번 빨고 버렸던 이야기는 이제 들을 수 없다.


물건을 가격과 기능으로만 보면 물건에 그 어떤 애착도 없게 되고, 그다음에 또 다른 물건을 찾게 된다. 물건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금은 더 저렴해지고, 더 품질이 좋아지고, 디자인도 유행에 맞춰 바뀌니까.


2년 전 사회인이 되고, 기능과 가격에 대해 고민하면서 처음부터 최고의 아이템을 사자고 결심했다. 상태 좋은 로로피아나 셔츠를 하나 매물로 구매했다. 유튜브에서 대기업 회장들이 입는 브랜드라고 해서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 브랜드들이 몇 있다. 로로피아나. 키톤 등. 최고의 품질이라는 브랜드들.


확실히 좋았다. 그냥 봐도 좋아 보였고, 입었을 때도 촉감이 좋았다. 그렇지만 뭔가 애매했다. 누가 입었는지도 모르고 그때는 로로피아나가 왜 좋은지도 몰랐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 입고 다시 판매했다. 그리고 그냥 무난한 가격의 셔츠들을 입는다. 목이나 겨드랑이 등 땀나는 곳에 때 타는 걸 고려하면, 나에겐 과분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많은 물건을 사지만 아래와 같은 걸 고려하면서 산다. 물건에 조금이라도 추억과 설렘을 넣는 방법이다.


가서 산다


매장에 가는 경험은 즐겁다. 기업, 브랜드가 보여주려고 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심지어 구매한 것보다 더 많은 걸 경험하기도 한다.

최근에 러시(lush) 매장에 오랜만에 들렀다. 비싼 브랜드기에 돈을 안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스태프의 응대에 돈을 쓰고 말았다. 쭈뼛거리며 구경하고 있는데 다가와 체험시켜 준다며 만원이 넘는 입욕제를 반씩 뚝뚝 잘라 3개나 세면대에 넣었다. 그리고 종류가 많다고 혼잣말하니, 옆에서 이런 게 저런 게 있다고, 이건 이름이 무엇이라고 설명까지 해주었다. 한 시간 반에 가까운 밀착마크 덕분이지, 때문이지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냥 나가기 조금 민망한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제일 저렴한 걸로 하나 구매해 나왔다.


지출했던 금액은 물건 더하기 그날의 경험 값, 추억 값이라고 생각한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바로 중고나라 당근 마켓 헬로마켓 등 매물부터 찾기에 구매한 물건이 매물로 구하면 몇천 원 싸다는 건 당연히 알았다. 그렇지만 그 몇천 원을 아끼기 위해 빈손으로 나온다는 민망함과 추억을 헤치고 싶지는 않았다.


말을 건다


영업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보통 세일즈맨은 판매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잘 안다. 매장에 있는 직원도 비슷할 거다. 그래서 보통 어디에 가면 꽤 많이 말을 건다.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 이건 어떻게 나왔나요, 어디에 사용하나요, 어디에 어울리나요, 인테리어가 좋네요, 남자(여자)들은 보통 어떤 걸 구매해가나요, 스태프님이라면 어떤 걸 구매하겠어요 등등.


그러면 1시간 넘게 한 매장에 있는 것도 가능하다. 보통은 쓱 둘러보고 나오지만, 말을 걸면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추억도 쌓인다.

두 번 방문한다


꽤 재력이 있거나 소비관이 잡혀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바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는 망설여진다. 공감한다. 오프라인에는 임대료, 인건비, 샘플 값, 인테리어 등 많은 게 포함되어있다. 위에 두 개를 보고도 바로 구매가 망설여진다면, 두 번 방문하는 건 어떨까.


두 번 방문하고도 망설여진다면 그냥 온라인으로 사자. 아니면 솔직하게 말하자. 제가 바로 구매하기는 어려운데 고민이 되네요. 그러면 스태프는 공감해준다. 다른 방법을 알려준다. 두 번 방문한 스포츠 매장은 내가 고민하고 있으니 품번을 찍어가 온라인으로 사도 괜찮다고 했다. 품번을 찍지는 않았다. 그 사람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그다음 날 재방문했다. 다행히 구매 후 품번으로 검색했을 때 온라인에는 없는 모델이었다. 이런 아이템은 잊지 못할 아이템이 된다.

매물을 만나서 산다

꽤 많이 사고 꽤 많이 판다. 판매는 보통 만나러 가는 시간이 아까워 택배만 하지만, 구매는 최대한 만나서 한다. 판매는 이제 떠나보낼 물건이니 자원을 쏟을 필요 없지만, 구매는 앞으로 대해야 할 물건이니 자원을 비효율적이지만 일부러 쏟는다. 인간은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쏟은 것에 더 애착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트 앞에서 만나기도 하고, 지하철 입구에서 만나기도 하고, 판매자의 집에서 만나기도 했다.


한 작은 회사의 CEO였던 그 사람은 옷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끔 이렇게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이 옷을 입던 사람의 집. 읽던 책. 다른 옷들. 등을 생각하면 나는 그때 구매한 옷을 꽤 오래 간직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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