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1. 몰아보기 컨텐츠가 한 때 유행했다. 시작은 영화소개 정도였던 거 같은데, 비슷한 게 점점 늘어나더니 이제는 16편, 24편짜리 드라마를 1시간 30분 내에 소개시켜주는 컨텐츠까지 생겼다.
2.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아주 긴 책으로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저자가 말하는 사람들이 컨텐츠를 빨리 보는 이유와 양상은 다음과 같다.
원인
1) 컨텐츠가 너무 많아짐
2) 소비자는 효율적이고 실패 없이 소비하고 싶음
3) 이에 생산물도 감상하기 쉬워짐 -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표현 줄어듬 - 배속 및 생략해도 감상 ok
양상
1) 빨리 보기
2) 스킵하기
3) 몰아보기
3. 영화, 드라마 빨리보기도 몰아보기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몰아보기는 '회고'다. 가볍게 사용되는 소재로는 '올해 Best item 5' '이번달 독서', 나아가 회사라면 월간 회고, Today I learn 등이 있겠다. 개인 창작자들이나 사업가들이 가끔 1년 회고를 하는데 다른 컨텐츠보다 조회수나 완독률이 높다고 들었다. 필자도 2년 전에 작성했던 1년 동안 경험했던 것들이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4. 회고는 좋은 컨텐츠의 요건을 꽤 많이 만족한다.
1) 숫자를 기입해 직관적
2) 시간 압축 (소비자에게 시간 이익)
3) 인사이트 포함 (효능감)
4) 동기부여 (감정자극) : 1년 거지 같이 살았으니 죽겠다고 마무리하거나 그런 창작물은 잘 없다
5) 진심(개인화) : 회고는 인간만이 가능한 컨텐츠가 아닐까 싶다.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누구나 기억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감상은 인간만이 가능하다. 사람이 소비하고 팬이 되는 건 인간적인 브랜드다. 현대카드 정태영 CEO님이 주장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브랜딩은 생활을 채워주는 무엇이다.
5. 자신의 사업이나 아이템이 좋다고 떠드는 건 누구나 한다. 요즘 필요한 건 성능이나 기능이 아니라 '만들고 제공하는 곳이 누구고 어디인가' 일지도 모른다. 만들고 제공하는 곳(사람)이 누구인지는 꽤 중요하다. 우리가 감정을 느끼는 건 건물이나 상품이 아니라 이미지나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캐릭터나 애니메이션도 꽤 좋은 전략이다.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인플루언서(캐릭터)에게 가지는 애정과 감정을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에게 투영하길 바라기 때문이다.제품은 이제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굿즈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회고는 좋은 컨텐츠 형식에다가 회사 이야기를 녹일 수도 있다. 돈 내고 맡길 생각을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한데 스스로의 이야기를 그냥 써내려가면 분명 찐팬은 꽤 생길 거다.
필자도 이름도 모르는 어떤 분의 창업 회고를 꽤 재미있게 봤고, 다른 글은 잘 안 봤지만 은은한 호감을 갖게 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