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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Sep 28. 2024

삶의 목적에 대한 5 why

되묻고 되묻기

오랜만에 이직? 취직했는데 두 달 만에 정리됐습니다. 


일 자체도 힘들게 했고, '목적'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목적과 기획이라는 게 일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결국 최종 결과물도 다르게 뽑아내더라고요.


유명한 프로덕트 책의 짤을 보면, 자동차가 굴러가게 하려면 일단 뼈대에 바퀴만 달아서 굴러가게 하고, 그다음에 뼈대를 붙여가며 자동차의 형태를 만들라고 합니다. '형태가 있고, 바퀴를 달아 도로에서 달리게 하는 무엇'이라고 하면요. 그런데 '도로에게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이라고 하면 완전히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엔 막대와 바퀴였는데, 그다음엔 갑자기 무한동력 자전거가 나올 수도 있죠.


오늘 고민했던 건 5가지 정도입니다. 무한 why를 붙여 의미 있는 문장들을 얻어냈습니다.


일로서 성공하고 싶어

1. 서비스를 만들어 세상에 알리고 영향을 주고 싶거든

2. 학생 때 읽은 창업가들의 이야기처럼 살고 싶어

3. 그렇게 살면서 내가 세상에 기여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4. 세상에 기여한다면 성과를 인정받는다는 거겠고 성과를 인정받으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잖아

5. 따분하게 살긴 싫어

6. 아마 우리 집이 공무원 집안이라 보수적인 분위기여서 반발심에 그러는 것도 큰 거 같아.

6-2. 따분한 게 뭐냐고? 내 말이랑 생각을 못 펼치고 일로서 못 하는 거  

7. 딱딱한 건 싫고, 자유롭게 의견이랑 생각을 말하며 살고 싶어. 일로서 성공하고 싶은 이유? 일을 잘하면 어찌 됐든 뭐라 안 하잖아

7-2.  그걸 꼭 일로 펼쳐야 하냐면 그건 아니지. 콘텐츠나 부업 등 다른 방향도 충분히 있을 거 같아

8. 세상엔 천재들이 많고, 특히 서비스(플랫폼)는 진짜 천재 중의 천재들의 대결 + 운이라 사실 가능성도 낮아

9. 서비스 성공시키기 vs 콘텐츠로 인플루언서 되기. 를 고르면 사실 후자가 끌려. 떠오른 게, 면접 볼 때 왜 작가를 이어서 안 하냐고 했거든. 당연히 돈이 안 되니까. 나는 당연히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며 살고 싶을 줄 알았거든. 생각보다 아니더라고. 그냥 일로서 증명하고 싶은 사람도 있더라. 나도 내가 그런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니었어. 그리고 일로서 '한 번쯤' 증명해보고 싶다는 사람과, 그냥 일로서 증명해야겠다는 사람은 마음가짐부터 차이가 나. 목표가 다르니까 결과도 달라. 

10. 그럼 생각보다 일로서 성공하고 싶은 게 아닐 수도 있겠네. 사람들의 인정과 자유롭게 말하고 산다는 것만 지켜지면 되잖아

11. 그렇지. 그걸 꼭 스타트업에서 이룰 필요는 없지.


경제적 안정이 필요해

1. 집 대출 갚아야 해

2. 집은 거주이자 투자의 공간이거든

3. 거주 공간이 안정되지 않으면 이사도 해야 하고, 꾸미기도 어렵고, 편하지도 않

3-1. 또한 레버리지를 써서 몇억을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자 투자처이기도 하고 

4. 어차피 집에서 뭘 하거나 그러진 않는데, 이건 잘 모르겠어. 자가에 들어간다면 아예 생각이 좀 바뀔 수도

4-2. 물론 매매가 전부는 아니지. 매매차익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

5. 집 대출 갚을 방법은 결국 돈을 버는 거고, 돈을 버는 건 정말 무궁무진하지. 그럼 나는 일을 왜 할까?

6. 효능감과 돈을 꼭 일로서 얻을 필요는 없잖아.

6-2. 그냥 집이 투자의 수단인 것처럼, 일이 현금흐름의 수단이면 안 돼? 

7. 솔직히 내가 잘하는 것도 시험 치고 면접 봐서 공공기관 가는 거고

8. 공무원은 너무 싫어. 민원 상대하는 게. 난 사람 상대하는 게 싫어

9. 공공기관 정도야 금방 뚫을 거 같은데. 

10. 만약 일에서 인정과 도전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면, 스타트업일 필요가 있어? 공공기관이면 안 돼? 


결혼은 해야 할까

1. 가정을 갖고 싶어

2. 막 그렇게 좋은 가정은 아니었던 거 같아. 물론 부모님께 감사하고 고생했지만 나는 진짜 더 좋은 가정을 만들어볼 수 있을 거 같아.

3. 뭐든지 극복했거든. 심리학 육아책도 많이 읽었고, 체력도 단련하고 있고. 좋은 아빠도 될 수 있을 거 같아

4. 나이 먹고 가끔 아버지가 약한 소리를 하면 마음이 아파. 그리고 한편으론 이걸 극복할 수도 있을 거 같아. 물론 오만일 수 있겠지만

5. 결혼이 전부는 아니지. 막말로 여자랑 살아야 되는 것도 아니고. '여자 둘이 삽니다'이런 책도 많으니까. 전통적인 시대상이나 역할이 무너진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게 꼭 필수는 아닐 수 있지

6. 예전부터 마음만 잘 맞으면 남자랑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사실 이건 어렵고. 나야 괜찮지만, 상대 남자는 아닐 수도 있으니까. 굳이 따지면 이성애랑 더 가깝고.

7. 결혼이란 건 꼭 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붙잡아두는 계약서 수준이라고 생각해. 

8. 계약서인 이유는 결혼은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잘못하면 더 큰 불행도 가져오거든. 서로의 책임 와 희생이 필요한데 그걸 기록한 문서인 거지.

9. 그리고 나는 누군가랑 함께 할 때 행복한 사람인 거 같아. 물론 혼자인 게 편하지만, 편하고 덜 행복한 거보다는, 조금 불편하고 양보해도 행복하게 사는 게 맞는 거 같아

10. 그리고 나를 배신 안 하고 믿어주는 사람이라면.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라면 같이 사는 게 맞는 거고, 살다 보면 결혼도 하는. 그런 거 같아.

11. 그래서 결혼이 하고 싶다기보다는, 결국 서로 희생하고 양보하면서 더 큰 행복과 목표를 꿈꿀 사람이 필요한 거 같아. 결혼은 형식이고. 


PM이라는 직무를 정했어

1. 마케팅도 조금 하고, CS도 영업도 서비스 기획, 사업계획도 다 조금씩 할 줄 알아서 그게 적용되는 분야였거든 

2. 조금 한다는 거? 그러고 보니까 조금만 큰 기업들은 다 나눠서 하는데, 사실 큰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된 걸지도 몰라

2-2. 큰 회사에 다녀보면 다를까? 물론 돈도 많이 벌고 대출도 잘 나오겠지. 그런데 그만큼 완전히 세분화된 직무로 살게 될 거야. 마치 박사전공 같은 거지.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는 걸 계쏙 디벨롭하고 개선하는 그런 과정이겠지. 그게 싫진 않은데.. 성향에 맞을지 모르겠어

3. 그렇다고 이렇게 여러 개 얕게 아는 상태는 사실 조금 애매하긴 해. 더 큰 회사의 PM으로 가기엔 도메인이나 실력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작은 회사에서만 PM, 잡부로 살 수는 없고

4. 여러 개 하는 게 좋아. 재밌어. 일하는 시간만큼은 바쁘게 지내는 게 좋거든.

5. 따지고 보면 한 직무를 깊게 파는 게 내게 없었어. 그리고 큰 회사는, 큰돈을 벌려면, 정말 한 직무와 도메인에 대해 정말 정말 빠삭해야 해. 

6. 굳이 따지면 아티클적 콘텐츠는 잘하는 편이지. 텍스트 콘텐츠 관련 SEO나 뉴스레터도 잘 쓰고. 

6-2. 잘 쓴다는 건, 내용, 분량, 이해도 등 다 좋다는 거고 다만 요즘 GPT의 출현이 무섭지. 당장 나도 텍스트형 콘텐츠 쓸 때는 GPT 쓰는데. 심지어 토스도 디자이너 시키던 그래픽 생성 다 GPT 시키는 걸.

7. 그런데 요즘 트렌드는 영상이고..(그래서 올해 초에 퇴사하고 나올 때 영상을 좀 딥하게 해볼라 그랬는데, 혼자서 하는데 한계가 있고, 그리고 AI의 발전이 진짜 영상도 잡아먹을 거야. 나도 이미지 생성 미드저니 통해 많이 하거든) 그나마 아티클적 콘텐츠+잡다한 경험이면 B2B인데 

8. 이번에 들어간 곳이 B2B였지. 좋았었어. 너무 참신한 기획은 못 실행해도, 차분하게 진득하게 시스템의 한 사이클을 돌려가는 과정이 좋았어.

9. 좀 아쉬웠던 점은 B2B 플랫폼이었다는 거. 차라리 브랜드, 서비스로 가고 싶었는데 그걸 못했지. 이건 사실 기존 내 경력이나 실력이 부족해서 선택할 수 없었어.

10. 굳이 따지면 PM보다는 B2B콘텐츠 마케터로 하고 싶긴 해. 도메인에 대한 빠른 지식+아티클 콘텐츠가 주니까. B2B 서비스 마케터. 이번엔 이걸로 도전해 보자.

11. B2B는 여전히 크고 막강한 시장이고, 만약 내가 도메인을 정해서 한다 그러면 한 5~10년만 한다면 전문가 소리 듣고 부업이나 경제적 안정도 충분히 꾀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12. 이번 정리 경험은 뼈아프지만, 그래도 적어도 내가 PM은 안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을 확실히 하게 해 줬어. 오히려 빨리 정리되어서 다행일지 몰라 


책을 썼지

1. 유명해지고 싶었어

2. 유명해져서 강연이나 커뮤니티로 돈을 벌고 싶었어

3. 나는 특정 분야나 도메인에 빠삭하게 일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유명해져서 영향력을 주며 살고 싶거든 

4. 뭐랄까. 도메인의 전문가로 살기 vs 영향력으로 살기. 하면 난 후자긴 해. 영향력으로 살려면 콘텐츠도 만들어야 하고, 하고 싶은 말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살 수도 있지)

5. 이번에 일하면서 정말 SNS는 안 하지만 전문가인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는 걸 알았어. 그리고 위에서 적은 것처럼 '한 번쯤' 일잘러로 살고 싶은 거랑, 일잘러로 평생 사는 사람은 마음가짐부터 결과까지 다 달라

6. 세상에는 사실 칼럼 쓰고 유명한 사람들이 있잖아. SNS 안 하는 전문가들은 그런 사람들 무시하더라.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안 유명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조차 몰라. 작은 입자들이 관찰되기 전까지는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것처럼, 잘하는 사람들도 회사 안에만 갇혀있으면 사실 세상에 없는 사람이지

7. 책을 낸 이유도 비슷한데, 고시원 생활하는 사람은 많지만 나 같이 글을 쓰고, 구독자 몇천 명을 가진 사람은 나뿐이거든. 난 이게 내 장점이자 무기라고 생각해.

8.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콘텐츠로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에 간 사람들도 비슷하다고 생각해. 그들이 세상에서 그 직무를 제일 잘하는 사람은 아니겠지. 대신 그 일을 감당할 정도 수준의 사람에선 제일 유명하겠지. 제일 잘 알려져 있겠지. 리멤버나 지원서를 받아서 검증하는 것보다, 그 사람의 태도나 인성도 어느 정도 콘텐츠로 검증 가능하고. 일은 물론 능력도 있지만 이미 능력이나 툴은 상향평준화되어서 어떤 사람이랑 어떻게 일하냐가 더 중요한 거 같아

9. 일잘러들은 능력에 몰빵한 거고, 나는 약간 분산투자한 거지. 아마 실력을 조금 더 키우면, 이렇게 책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 노력들이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글은 스레드에서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하루에 50 나오는데 스레드는 한 달에 2~5만 정도 나옵니다. 물론 어그로 쓰고 후킹용 소재 쓰면 한 달에 20만도 나온 적 있는데, 그렇게까진 못하겠더라고요. 


글은 제 소통창구이지만 자아실현수단이기도 해서요. 


아무튼. 다들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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