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빙하를 바라보며

아이에게 대자연을 보여주는 이유

by 구도



8살 딸아이와 함께 오스트리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항암치료 중이라

항암약과 진통제, 비상약들을 한 보따리 챙겨

떠났습니다.


두 개의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천 미터까지 올라

빙하로 덮여있는 알프스 산자락의 한 봉우리를

함께 보았습니다.


길가에 조금씩 쌓인

반짝반짝 빛나는 만년설을 한참을 가지고 놀다


배가 고프다는 아이의 말에

마트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근처 벤치에

앉습니다.


다흐슈타인 빙하가 정면으로 보이는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샌드위치를 한입 두 입 맛있게 먹습니다.


배가 좀 부른 지 일어나려는 아이에게 말을 건넵니다.


“xx야, 앞으로 살다가 속상하거나 슬픈 일이 생기면

지금 보고 있는 이 풍경을 잘 기억했다가 떠올려봐. “


“왜 엄마??”


“저 빙하는 아주아주 예전부터 저 자리에 그냥 있었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아무도 봐주지 않을 때도 항상 지금처럼 있었어. 자연은 그런 거야.”


“나한테 속상한 일이 생기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데?”


“우리가 매일 겪는 일들은 하룻밤 아니면 며칠 자고 나면 조금씩 잊히다가 다 지워지지? 결국 흘러가고 지나가버리고 말잖아. 그때 당장은 속상하고 슬플지 몰라도 결국 다 지나가.

하지만 자연은 안 그래. 자연에 비하면 우리한테 생기는 일들은 어쩌면 아주 작은 일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힘든 일이 생기면 이렇게 커다란 자연을 떠올리라는 거야. “


아이는 이해를 한 건지 못한 건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벤치에서 일어나 다시 눈놀이를 합니다.


8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속상한 일이 다가와 아이를 통과해 지나갈까요.


40을 바라보는 저도 아직 어려워하는 것을

아이에게 말하며 스스로에게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내가 지금 암과 싸우고 있는 이 시간도 결국 다 흘러갈 거야. 언젠가는 웃으며 추억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붙잡고 원망하고 속상해 한들 내 안에 일어나는 작은 파도일 뿐이야. 흘려보내자. 흘려보낼 수 있어. 큰일은 없어, 모두 지나가는 일일뿐.’


엄마가 된 지금,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을 딸에게 해줍니다.


또 아직 덜 자란 내 안의 나에게도 함께 말해줍니다.


오늘도 아이를 키우며 나도 함께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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