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트랙을 도는 행위

by kud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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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12일. 월요일. 날씨 눈비.


며칠 전 집 근처 운동장에 가 트랙을 따라 달렸다. 날이 추웠고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었다. 한강을 따라 슬슬 뛸 계획이었으나 이 정도의 맞바람을 맞으며 달릴 자신이 없었다. 집을 나설까 그냥 쉴까 수천번 고민한 끝에 트랙런으로 합의했다. 늘 그렇듯 거실에서 현관까지가 가장 멀었다.


트랙런의 장점은 언제든 멈추고 쉴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언제든 그만두고 집에 돌아올 수도 있다. 또 조금만 둘러보면 나 말고 뛰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어 외롭지 않아서 좋다. 달리면서 그렇게 멘털을 다듬었지만 아직 자신도 이기지 못한다. 여전히 겁쟁이처럼 도망칠 구멍을 파놓고 싸운다.


러닝을 처음 시작한 2024년에는 거의 트랙만 뛰었다. 한번 달리면 일주일은 앓아누울 정도로 자세가 안 좋았고 몸도 무거웠다. 책과 유튜브를 보며 공부했고 조금씩 뛰어보며 자세를 점검했다. 9개월 정도는 트랙만 달렸던 것 같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도, 장마철 장대비 아래에서도 트랙을 달렸다.


그때를 생각하며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다. 러닝 크루에 가입한 이후 트랙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뛰는데 오랜만에 혼자 트랙을 달리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혼자 진지해져서 느리게 뛰었다가 빠르게 뛰었다가를 반복했다. 어느덧 목표한 10km를 달렸고 시계 알람이 울리자마자 자리에 멈춰 섰다.


마라톤까지 뛰었으면서 달랑 10km 달려놓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더 이상 10km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성장했음을 느꼈고 이 정도 외로움은 가볍게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조이고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멈춰야 할 때 멈출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한 시간도 안 걸렸지만 배운 게 참 많다. 요즘 저녁에 시간이 나면 유튜브로 러닝하는 사람들 영상을 본다. 작은 카메라를 들고뛰면서 별의별소릴 다한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서부터 뛰는 이유,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등 온갖 소리를 한다. 이토록 배움을 주는 운동도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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