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돌아온 구식 블록버스터
제목: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Independence Day: Resurgence)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제프 골드블럼(데이빗 레빈슨), 빌 풀만(토머스 휘트모어), 리암 헴스워스(제이크 모리슨), 마이카 먼로(패트리샤 휘트모어), 제시 어셔(딜런 힐러)
1996년 전쟁(1편의 이야기)으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외계인이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로 승리로 이끈 인류는 전세계가 하나로 뭉쳐 전쟁 없는 평화를 유지한다. 그리고 데이빗 레빈슨(제프 골드블럼)은 외계인의 기술을 연구해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지구 우주 방어국(ESD)의 국장이 됐다. 하지만 그는 내면적으로 언젠가 외계인이 돌아올 거라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외계인은 더욱 강력한 기술로 무장해 지구를 다시 침공한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이하 리써전스)>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구식이다. 일단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가 20년 전에 나왔던 전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플롯이 모두 영화가 보여줄 파괴적 볼거리를 위해 설계된 느낌이 강하게 들고, 영화에서 묘사되는 일부 인물 관계는 작위적이다. 특히 두 젊은 주연인 제이크(리암 헴스워스)와 딜런(제시 어셔)의 라이벌 관계는 30년도 더 된 <탑건>을 보는 것 같이 너무 뻔하다. 인물 관계를 표현하는 능력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거기에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속편에 대한 떡밥까지 넣느라 스토리가 약간 산만해진다. 좋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영화를 즐기는데 있어 문제가 되진 않는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스토리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 뭔가 이상한 점 때문에 신경을 쓰게 만든다면, <리써전스>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그냥 볼거리를 즐기다보면 위에 나열한 문제점들이 잊혀진다. 비슷한 종류의 스토리텔링이지만, 기본기는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투모로우>나 <2012> 등 다양한 재난 영화를 만든 에머리히 감독이 발전한 부분이라 볼 수도 있겠다.
위에 말했듯이 속편에 대한 떡밥도 약간 있다. 에머리히의 “(<리써전스>가 잘 되면) 제작할 것”이라는 발언을 반영하듯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처럼 대놓고 클리프행어로 끝내지는 않는다. 최소한 이 영화에서 시작된 사건은 뒤끝없이 깔끔하게 끝낸다. 이건 마음에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데이빗 레빈슨으로 분하는 제프 골드블럼이나 1편의 독립기념일 연설만큼의 인상적인 장면이 많은 빌 풀만은 20년만의 복귀임에도 편안하다. 거기에 리암 헴스워스나 마이카 먼로, 제시 어셔와 같은 새로운 배우들의 활약도 볼만하다. 리암 헴스워스는 어떤 면에서 친형인 크리스가 연기하는 토르의 개그감을 묘하게 물려받은 느낌이다.
볼거리도 실망시키지는 않는다. 확실히 20년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보였다. 4,800km짜리 거대 모선이 대서양에 착륙하는 모습이나 엄청난 파괴, 대규모 전투 장면 등은 인상적이다. 여러모로 영상미는 1편보다 훨씬 발전했다. 다만, 확실히 1편 때의 충격만큼은 아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에는 1편만한 압도적인 볼거리를 제공했던 영화가 없었다. 그 때 경쟁한다고 개봉했던 외계인 침공 영화가 바로 팀 버튼의 <화성침공>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그 영화를 기억하지 않지만. 그런데 지금은 압도적인 CG를 자랑하는 영화가 널렸다. 영화도 모자라 요즘은 드라마도 CG를 마구 쓴다. 주변 환경이 변한 것이다.
20년 동안 블록버스터 영화는 진화했지만,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20년 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몇 가지 현대적 터치를 더했어도, 20년의 간극이 별로 크게 안 느껴진다. 이게 나쁜 건 아니다. 오랜만에 이런 고전 스타일의 재난 블록버스터를 즐길 수 있는 건 반가웠다. 하지만 요즘같이 치밀하게 얽혀진 스토리를 가진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했을 때, 예전같은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게 이 시리즈의 한계가 될까. 답은 3편에서 나올 것 같다.
점수: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