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패스트 컴패니의 What I’ve Learned Working With Jony Ive's Team On The Apple Watch를 번역해온 것임을 밝힙니다.
(편집자 주: 밥 메서슈미트(Bob Messerschmidt)는 애플이 2010년에 구매한 스타트업을 운영했었다. (이 인수는 그가 스티브 잡스에게 요청하지도 않은 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됐는데, 그건 다른 이야기다) 그 이후로, 메서슈미트와 그의 팀은 애플 워치를 위한 새로운 센서들을 설계하기 위해 개발팀에 배속되었다. 우리가 지금 잘 사용하고 있는 애플 워치의 심박 센서가 바로 메서슈미트와 그의 팀의 작품이다. 건강 관련 기능이 워치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능 중 하나일 것이었기에 메서슈미트는 조니 아이브가 이끄는 찬사로 가득한 애플의 산업디자인 팀과 자주 의견을 교환했다. 메서슈미트는 이후 애플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스타트업인 코(Cor)를 창업했다. 그는 패스트 컴퍼니와 애플에서 3년 동안 일하면서 디자인, 협동, 비밀주의, 비전이라는 것, 그리고 애플다운 것(Apple Way)에 대해 배운 것을 공유해주기로 했다. 아래의 글은 그가 말한 것을 최소한의 편집만을 거치고 옮긴 것이다.)
나는 아키텍트였다. 나중에 양산 제품에 들어갈 만한 후보 기술들을 개발하는 사람이었다. 나나 우리 팀은 처음에 기술을 생각해내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이건 아마 가능할 거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 기술은 더 구체적인 기술군을 가지고 있는 엔지니어들에게 분배됐다. 그들은 그것을 상용화시키는 역할이었다.
처음에 워치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관념화한 것은, 물론 사용자 경험에 관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이 제품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이 이 제품을 유용하게 할 것인가? 공학자들로서 우리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좀 더 독창적으로 접근을 해야 했다.
나는 심박 센서의 전체적인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다. 따라서 이거(그가 워치의 후면을 가리켰다.)는 내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 제한 안에서는 이걸 개발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특별했다.
좋은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한 번은 회의에 가서 센서를 여기(그가 손목 아랫부분과 맞닿는 애플 워치 밴드의 후면을 가리켰다.)에다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목 아래가 위보다 더 정확한 심박 측정값을 얻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재빠르게 “그건 디자인 트렌드가 아닙니다. 패션 트렌드가 아니에요. 우리는 밴드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밴드에는 센서를 달면 안 됩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들은 새로운 공학적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는 의무 사항을 건네주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다. 디자인팀 말을 듣는 것 말이다. 그들은 사용자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산업 디자인의 한 분야 전체가 사용 사례, 즉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는 부분도 있다.
엔지니어들은 그저 떠나면서 “그게 중요하지 않은가 보네. 뭐 다른 방법으로 신호 정확도를 높일 수 있으니 그걸로 해보지 뭐”라고 말할 거다. 그렇게 제품이 개발됐다. 사용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강한 목소리가 있는 것이다. 이것에 집중하는 것은 애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낙관적인 의미에서, 이건 애플에 아직 존재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존재하고 있으니까.
나는 심박 센서에 기여한 것에 대해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애플이 여태까지 만든 센서 중에서 가장 정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핏빗의 고난과 시련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말을 잘못 이해하진 말자. 핏빗은 대단한 회사지만, 심박 센서의 정확도를 둘러싸고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사용 사례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하지 않은 결과다.
애플에서 나는 소비자용 제품에는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이 전부라는 것을 배웠다.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사용자들을 기쁘게 하는 제품의 디자인이 중요한 것이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보면 새로운 기술이 많이 들어간 제품은 아니다. 이러한 제품들이 가지는 기품과 차별점은 기술 아이디어에서 오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패키징과 이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느냐는 문제다. 큰 (새로운 기술들)은 보통 다른 곳에서, 더 일찍 찾아오기 마련이다.
가상현실이 좋은 예다. 왜 애플은 아직 VR에 뛰어들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아직 사람들이 이게 실제로 이것이 미래가 될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모른다. 애플은 모두가 사용하면서 이익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 제품들에 관심을 가진다.
3D 텔레비전을 둘러싼 기대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텔레비전을 보는 데 있어 이것이 미래라고 하곤 했다. 3D 안경도 끼고, 영화도 3D로 촬영할 것이라고 했다. 이걸 현실로 만들려면 정말 많은 걸 바꿔야 했다. 거기에 3D TV는 계속되는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이것이 미래다. 이제 크리스마스에 이걸 볼 수 있다”라는 말과 함께, 이 영화들이 이 TV에 걸맞게 나올 거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에 끌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애플은 VR처럼 여기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냥 좋은 것은 충분하지 않다. 제품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애플에 있을 때 나는 일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몇몇 사람들은 잘못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내가 애플에 있을 때 엔지니어들이 이해한 스티브 잡스의 철학은 모든 것을 동등하게 취급하라는 것이었다고 듣곤 했다. 개발 계획에서 걱정할 것이 수천 가지 정도 될 때, 그 수천 가지 모두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SJ(스티브 잡스)의 접근법을 완전히 조악화 시키는 것이다. 모든 게 동등하지 않다. 물론 정확하게 맞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늘 있기 마련이고, 그건 보통 사용자 경험이나 디자인적인 부분이었다. 즉, 제품을 사용하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은 기쁨을 주어야(delightful) 했다. (하지만 메서슈미트는 한 번도 잡스가 직접 “기쁨을 줘야 한다”고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애플은 실리콘 밸리에 있는 다른 회사들과는 약간 다르다. 특히 디자인과 제품, 그리고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모르는 엔지니어라면 이게 약간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쿠퍼티노에서 일하는 애플 엔지니어만 12,000명이 넘다 보니 당연히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넘나들기 마련이다. 그럼 이 아이디어 중 얼마나 실제 제품으로 나올까? 그 비율은 매우 낮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그 사실에 좌절하곤 한다. 이런 거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갔는데 계속 안 된다고만 하잖아!”
그게 바로 SJ의 아름다운 면 중 하나였다. 정말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놀라운 제품이 아니면 바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말이다. 거기서 나는 배웠다. 옳을 때까지 계속 아니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애플에는 정말로 비밀주의에 집착하는 무리가 있다. SJ는 매우 특정적인 이유로 비밀주의를 원했다. 제품을 발표할 때의 놀라운 반응을 위해서였다. 딱 그 정도까지였었다. 어떤 면에서는 애플이라는 제국을 유지하는데 더 쉬우므로 이러한 비밀주의를 좋아하는 부류가 애플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통해 그들이 실제로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하고 있다고 믿게 해주기 때문이다.
애플의 엔지니어와 말을 하면 “우리가 모든 결정을 만들고 마케팅은 힘이 없다”라고 말할 거다. “애플에는 실질적으로 마케팅이 없다”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피니티 루프(애플의 본사가 위치한 도로명. — 역자 주)의 건물 하나 전체를 마케팅팀이 쓰고 있다. 나는 당연히 ‘흥미롭군. 이 사람들은 뭘 하는 걸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러고는 마케팅팀의 사람들과 회의를 가면 그들은 “흥미로운 게 뭔지 아세요? 애플에서는 저희가 거의 모든 결정을 내려요. 애플에서 엔지니어들이 내리는 결정은 없는 거나 다름없어요”라고 말한다.
이렇게 된 것은 물론 SJ 덕분이다. 그도 엔지니어들은 마케팅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마케팅 사람들도 엔지니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그냥 그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니까. 실제로 그랬다는 증거는 없지만, 내 생각엔 일부러 그가 이걸 예상하고 엔지니어들과 마케팅 사람들이 만나는 일을 최소화하도록 구조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은 중앙 위원회, 즉 임원진을 거치도록 해두었다. 그래서 둘 다 자신들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믿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들의 아이디어가 임원진 귀에 들어갈 일은 거의 없었다. 둘 다 아이디어가 실제로 임원진 사이에서 논의될 확률은 매우 낮았다. 하지만 하나의 마법 같은 아이디어가 등장한다면 거대한 자원이 순식간에 준비되었다.
애플에는 ‘사업부’가 없다. 단 하나의 이익 중심점(profit center)만 있을 뿐이다. 그 말은 10명의 다른 사람들이 어떤 숫자를 만들어내려고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숫자가 매출이던, 경비던 말이다. 이건 (다른 IT 기업들과) 매우 다르다. 결국, 아무도 회사 내에서 자원을 얻기 위해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다 한통속이니까.
엔지니어들이 예산을 끌어오는 것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냥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재를 올리면 답이 내려왔다. 사실 예산보다는 자신의 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냐가 더 관건이었다. 만약에 엔지니어 다섯 명을 배정받고 싶다는 요청을 보내면 다음 연도 예산 편성에서 두 명을 배정받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요청한 것보다 훨씬 많은 10명이 될 수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스타트업도 구조가 상당히 비슷하다. 애플은 아마도 대기업이면서 스타트업과 같은 구조로 운영되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스타트업도 사업부라는 것이 따로 없다. 모두가 같은 숫자에 보고하고 있다.
만약에 하버드 경영대에 가서 저 정도의 연 매출이 있는 회사를 하나의 이익 중심점만 두겠다고 하면 “안 돼요, 그건 안 될 거예요”라고 말하며 웃을 거다. 경영대에서 가르치는 것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지만, 놀랍게도 이게 먹힌다. 먹혔다. 나는 이 구조가 계속 먹힐 거라 믿는다. 그들(애플)은 전보다 확실히 험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 구조 덕분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다른 구조였다면 아마 안 됐을 거다.
애플이 왜 애플다운 것인지를 요약하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아마 그가 곧 떠날 것이라는 걸 자신이 알고 난 후였을 것이다. (잡스는 2011년에 췌장암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정리하려고 애썼다. 잡스라는 사람을 요약해 미래의 새로운 경영자들을 기르는 수업에 활용하려고도 했었다. 내가 좀 냉소적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 그럴지도 모른다 — 어떤 면에서는 대부분이 요점을 놓쳤다고 본다. 사람들을 잡스의 사고방식대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그들이 오판하는 것 중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가르칠 수 없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 “애플이 계속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여기저기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연 누군가가 (잡스의)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아직 확답하긴 어렵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답은 “아니오”로 움직이고 있다. 확실히 예전과 같은 곳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