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광탈자, 자소서로 살아남기
그런데 많은 지원자들은
자신의 불합격 이유를 스펙이라고 단정 짓고
자신의 스펙을 높이기 위하여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게 된다.
이렇게 자신의 스펙을 높이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만큼
점점 자신의 취업기회는 줄어들게 되고,
결국 취업재수로 이어지게 된다.
작년 겨울 어느 날, 저녁 늦은 시간에 대학졸업반인 조카한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이모부, 저 윤이예요.”
“응, 윤이구나. 잘 지내고 있어? 저녁에 어쩐 일이야?”
“이모부, 저 취업해야 되는데, 지원하는데 마다 계속 서류에서 떨어져요.”
내가 공기업에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자기소개서 강좌를 연재하고 틈틈이 회원들의 자기소개서 첨삭 재능기부를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큰 처형으로부터 들은 모양이다.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 이공계 졸업반인 조카 윤이는 취업에 계속 실패하다 보니 풀이 많이 죽어 있었다.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노력파여서 쉽게 취업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였다. 이모부가 돼서 미리 조카의 취업을 도와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 서둘러 약속을 잡았다. 윤이를 만나 우선 스펙에 대해 물어 보았다. 아주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스펙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원했던 대기업 모두에서 서류전형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다. ‘윤이’가 쑥스러워 하며 꺼낸 자기소개서를 읽어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윤이야, 서류전형에서 왜 계속 떨어지는지 알아?”
“음, 제 스펙이 별로인가 봐요. 토익도 800 중반이고 해외연수도 없고, 자격증도..”
“스펙 때문이라고? 바보야, 그게 전부가 아니야.”
“네?”
윤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봤다. 지금까지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한 이유를 오로지 스펙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모양이다.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에서 어떤 점들이 잘못 됐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을 더 강조해야 했는지 한참이나 설명을 해주었다. 그제야 윤이는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며칠 후, 윤이는 다른 기업에 지원한다며 자기소개서를 내게 보내왔다. 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어 약간 보완을 해서 보내주었다. 그렇게 한 달이 조금 지나 윤이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이모부!, 저 윤이예요.”
“응. 윤이구나. 그래.”
“이모부, 그런데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요?”
이후, 윤이는 그 기업에서 최종 면접은 탈락했지만 다음에 지원했던 대기업에서는 당당히 합격했다. 학점과 토익점수가 달라진 것도 아니고 어학연수처럼 특별한 경험을 쌓지도, 새로 딴 자격증도 없은데 말이다. 윤이가 나를 만나고 바뀐 것이라고는 막연한 불안감과 초초함 때문에 스펙에만 매달리는 대신, 지원하려는 기업에 대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조사하고 그 기업의 인재상과 핵심가치에 맞추어 자신의 강점을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지 고민한 결과였다. 이런 고민을 가지고 윤이의 열정과 정성이 듬뿍 담긴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냈기에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만일 윤이가 자기소개서가 아닌 스펙에만 계속 매달렸다면 어떠했을까? 학원을 전전하며 쉽게 바꿀 수 없는 스펙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다 지쳐서 잠이 들고, 다시 일어나 채용공고를 찾다가 적당한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또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해 좌절하는 악순환을 계속 이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실패가 1년 넘게 지속되면 취업에 대한 희망은 물론 심지어 삶에 대한 의욕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모습이 바로 이렇지 않은가? 이 책은 그렇게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스펙이란 지독한 늪에서 빠져 나와 자기소개서만으로 빠르게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무엇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것일까?
2013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전문대학 이상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59.3%만이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의 관문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수치가 부풀려지고 눈높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려운 시기에도 취업에 성공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취업에 성공하는 취업준비생과 실패하는 취업준비생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취업준비생의 어떤 점이 취업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것일까? 흔히 우리가 취업 성공과 실패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대학교와 전공, 학점, 어학성적, 자격증과 같은 지원자의 조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펙(Specification)이다. 스펙이 취업을 결정한다는 믿음은 많은 지원자들로 하여금 ‘스펙 쌓기 전쟁’에 뛰어들게 만들고 있다. 취업전문가들은 미친 수준이라고까지 이야기할 정도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생각대로 스펙이 취업을 결정하는 것일까?
공기업의 인적자원개발팀에서 채용업무를 담당하면서 입사지원서에 기재된 지원자들의 스펙을 살펴보면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다. 마치 대학 학창생활 내내 스펙만 쌓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모든 채용절차를 마무리하고 채용결과를 분석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지원자의 스펙이 합격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과 비교적 스펙이 좋지 않은데도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지원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지원자들은 자신의 불합격 이유를 스펙이라고 단정 짓고 자신의 스펙을 더 높이기 위하여 많은 돈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렇게 맹목적으로 스펙을 높이기 위해 허비하는 시간만큼 점점 자신의 취업기회는 줄어들게 되고 결국 취업재수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패턴이 반복될수록 자신에 대한 믿음과 취업에 대한 희망을 잃게 되고 결국 자신의 삶 자체에 대해 비관하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나게 된다. 물론, 스펙이 취업과정에서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스펙이 합격여부를 결정한다는 믿음 역시 잘못된 것이다. 스펙이 최종합격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채용절차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구조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취업에도 적령기가 있다는 점이다. 결혼에도 적령기가 있듯이 취업에도 적령기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취업성공률은 급격히 낮아지게 된다. 이 소중한 시간에 쉽게 오르지 않는 스펙에만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취업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다른 길을 찾는 것이 보다 현명하지 않을까?
스펙보다 강한 스토리, 자기소개서
취업에서 합격여부를 가르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이 책이 다룰 자기소개서이다. 처음 취업시장에 뛰어든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이 바로 자기소개서이다.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에 대해 누구도 명쾌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시중에는 스스로 취업을 해보지도 않고, 채용을 진행해 본 경험도 없는 자칭 전문가들이 쓴 자기소개서에 관한 책들이 많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도 않고, 구체적인 방법도 없이 합격 자기소개서만을 보여주며 그저 자신의 진정성을 담아 작성하면 된다는 식이다. 안타까운 점은 그런 책을 읽은 취업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의 핵심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그럴싸한 자기소개서만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합격자 자기소개서 샘플을 보면서 그 내용을 베껴 쓰거나 그와 비슷하게 이야기를 지어내어 멋진 소설을 쓰는 경우도 많다. 이런 까닭인지 취업준비생들은 언제부터인가 ‘자소서’가 아닌 ‘자소설’을 써야 한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베껴 쓰거나 나의 이야기를 과장하고 각색하여 작성한 자소설은 결국 채용과정에서 ‘탈락자 박스’에 버려지게 된다.
이 책은 채용과정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 취업에 성공하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특히 지원하는 기업마다 서류전형에서 계속 탈락하면서 좌절하고 있는 ‘서류전형 광탈자’들에게 우선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쉽고 빠르게 작성하는 기법을 알려줄 것이다. 지원하는 기업의 채용인재상과 자기소개서 항목을 분석해 내고 자신의 강점과 역량을 어떻게 부각하여 공략할지 결정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전략수립과 맵핑기법은 물론, 실제 자기소개서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기법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계속된 실패로 인해 자신의 꿈을 잃고, 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아 왔다. 이 책은 그런 젊은이들에게 오지랖 넓은 인생의 선배가 들려주는 작은 조언과 의미 있는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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