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밥이 센 이유

by 구봉선





"엄마~ 밥!!"


소리에 초스피드 중식집처럼 식탁은 9첩 반상, 10첩 반상이 된다.

어디서 나오는 건지, 영양소도 골고루 생각하며 차린거 처럼 나물, 김치, 국, 계란말이, 두부 지짐, 콩자반, 햄, 멸치, 김, 콩나물 무침...

따끈따끈한 국에 밥을 먹으며 우린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며 먹었다.

아니, 그렇게 먹는게 효도라고 생각하며 생색을 내며 '밥 차려줘.'라며 밥 먹고 제 할일 보기 바빴다.

내 밥 먹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고 기뻐하며 안도하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난, 그게 효도라고 생각했다.


참, 어리석지...

옛말에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

그 말을 고지 곧대로 믿었다.


생선을 구우면 머리에 영양소가 많으니, 그 영양소 먹어야겠다며 굳이 생선 머리만 정성껏 먹던 어머니.

아들은 가족이 모여 식사할때 생선 머리를 잘라 어머니 접시에 놓고, 자신과 자신의 아들에 살을 발라주며 먹는다.

아버지의 그 모습을 본 아들은


"아빠 왜 할머니한테 머리를 주고 아빠는 살을 먹어?"


"할머니는 머리 좋아하셔, 머리에 영양가가 많거든."


생각을 하던 아이는 아빠한테 얘기한다.

"그럼 나중에 나도 아빠한테 생선 머리만 주면 되겠네. 영양가 많으니."


그 말에 멍한 아들은 아무 소리를 하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소소한 우화에 속한다.

하지만, 지금도 그 누구는 자신의 부모님이 생선 머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선 대가리는 먹을 게 없다. 영양가치도 없다.

기껏 옛말에 생선 눈알을 먹으면 눈이 좋아진다며 눈알을 먹을 때도 있지만 그저 종이 씹는 듯한 맛.

아기미를 발라도 나올 곳 없는 살. 기껏해야 목을 자를 때 조금 붙어 있는 살이 전부다.

우리는 부모님이 생선 머리를 좋아한다 생각하며,

살을 발라 내 접시에 주는 족족 먹는게 효도일까, 불효일까...


챙겨주는 이가 있을땐,

'밥 먹어'

란 소리도 귀찮고 잔소리로 들린다.




겨우 겨우 먹던 밥이 왜 그렇게 소화가 잘되고, 편한지 몰랐던 집밥!




하루, 이틀 밖에서 먹고 집에서 라면, 배달음식을 먹다 보면 질리게 된다.

그 음식들에 김치도 있고, 멸치볶음, 계란말이가 있고 요일별로 다른 반찬이 나와도...

어느 순간 집에 가서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테이크를 썰고, 냉면을 먹고, 한우 고깃집을 다녀와도 집밥을 생각하게 된다.

집에서 콩나물에 고추장을 비벼 먹으면,


"아~ 이제 소화되네"가 나온다.


투박하게 가위로 듬성듬성 썰어내는 김치도,

다진 파만 넣은 계란말이도,

간장, 설탕, 고춧가루만으로 만든 깻잎도,

알배추와 무, 당근만 넣어 짜게 담근 물김치도,

한상차려 먹으면 그리도 맛있고, 밥 두 그릇을 비우게 된다.


집밥! 집밥 하며 말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맛을 떠나 '나를 위한 밥상',

'내가 편한 공간에서의 식사' 그리고

'어릴적 부터 먹어왔던 엄마의 맛, 손맛'이다.


아무리 맛난 산해진미라도 그것은 하루, 이틀이면 질리게 마련이다.

우리가 커 가면서 엄마의 음식을 질려해 본적이 있을까?

분가해 내손으로 음식을 하다 보니 내 입맛에 간이 맞춰진다.

그러다, 엄마 집에서 밥을 먹을 때면 짜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엄마, 이거 좀 짜."

"괜찮아."


내 말을 일축해 버리신다.

왜일까?

여럿이 살때는 자신의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가족의 입에 맞췄지만 지금은 누구 입맛에 맞출 필요 없이 '이건 나만 먹으니'라며 본인의 입맛에 맞추신다.


난 엄마의 음식 간을 보며 자랐고, 그 음식을 먹으며 자랐다.


엄마가 음식을 잘하시건, 못하시건 태어날때 부터 먹고 자라온 음식에 나는 부모님의 음식 철학을 배우며 커간다.


우린 부모님의 밥상을 그리워한다.

엄마의 손맛을 보고 싶고, 그 음식에 있던 일화를 떠올린다.

국 한 그릇에, 김치, 멸치만 있어도 굉장히 행복하다.

짜던, 달던, 싱겁던 그 맛이 엄마의 맛이란 것에 나 자신은 안정을 찾는다.

오로지 나 하나만을 위해 7,9첩 반상을 시간에 상관없이 뚝딱뚝딱하며 금세 차리던 부모님 모습에서 나는 소중하고, 이렇게 대접받는 사람이란걸 느끼고, 치유하는 것이다.


엄마의 음식은 누군가에게 고향이고, 누군가에게 위로다.


쉽게 하는 반찬이고, 때 되면 당연히 해야 하는 김장이지만, 엄마의 마지막 김치가 사라질까 먹지도 못하고, 곰팡이가 생겨도 꺼낼수없어 냉장고 한편에 넣어 놓는 이유가 무엇일까...


있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없을 땐 그것이 그렇게 고맙고 그리울 수가 없다.

안좋은 일에 밥을 굶을 때도 입속으로 밥이 들어가야 자리를 뜨겠다는 엄마의 말에 눈물 젖은 밥을 먹었다.

체할거 같았지만, 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밥으로 기운을 차려 나는 다시 일어났다.


'집 밥이 센 이유'는

세상에 엄마란 존재가 둘이 아니기에...













편도선염으로 아프다 보면 열이 심하게 나고 목이 부어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때,

엄마는 조갯살에 콩나물, 당근을 다져서 죽을 끓여 주십니다.

죽집에 맛있는 죽을 가져다 먹어도 엄마가 해 주신 그 투박한 죽은 못 이깁니다.

푹 끓여야 한다며 불 , 냄비를 계속 저어가며, 눌어 붙을까 노심초사하는 엄마의 죽은 세상에서 가장 센 항생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