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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구봉선
Sep 18. 2023
시선의 착각
우린 가끔 길을 가다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적이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다 앞서 맞은편으로 오던 사람과 눈이 마주칠 때도 있고,
시선을 끄는 행동으로 인해 타인을 바라볼 때도 있다.
어떤 이는 그런 시선이 당연하듯이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왜? 나를 쳐다보지? 뭐가 잘못됐나?' 하면서 자신을 한번 돌아보는 사람도 있다.
우린 타인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을 표현하며 그 시선을 즐기기 위해 사는 사람도 있다.
일부러 나를 표현하고, 사람들의 관심, 반응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 자극을 더 하기 위해 더, 더, 더, 심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내가 길을 가듯이 그 사람도 길을 가는 것인데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바로 시선을 돌리게 마련이다.
이유 없는 시선에는 그렇게 이유를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저 멀리서부터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이유를 묻게 마련이다.
"내가 아는 사람인가?"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그런 시선에는 약간의 불쾌감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유 없는 시선은 그렇다.
모르는 사람의 시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그것이 보통의 사람들이다.
동네에 나이 드신 아주머니가 계셨다.
같은 아파트 주민이셨는데 그냥 마주치면 상대를 빤히 쳐다본다.
처음엔
"잘못 봤겠지."
"날 쳐다보는 거야?"
"왜 저렇게 빤히 보는 거야?"
"이런... 기분 나쁘게"
이게 처음엔 우연이겠지 했던 시선을 나중에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유 없이 사람들을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아주머니...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궁금해서 상대를 빤히 쳐다보는 게 아니라 그저 버릇.
그러다 동네서 싸움도 곧잘 나곤 했다.
"착각"
사람들은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착각을 가끔 한다.
같은 회사의 이성 사람이 나를 자꾸 쳐다보는 거 같다.
항상 시선은 내쪽을 향하고 가끔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
그 사람의 시선을 느끼고부터 내 시선도 그쪽을 자주 보게 된다.
'또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근데 왜 나를 그렇게 쳐다보는 걸까?'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 저것 봐 지금도 눈이 마주쳤어.'
이런 생각은 누구나 했을 법하다.
하지만, 상대의 시선은 근처에 있는 문을 향해 쳐다보는 시선이었다.
그 시선이 나를 향하는 줄 알고 긴장하고, 기대하며, 차림새도 신경 쓰게 되고 나도 자꾸 그 사람을 신경 쓰게 되니깐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선에 대한 착각"
시대가 점점 변하면서, 우리의 시선은 핸드폰을 향해 있다.
어디에서건 핸드폰/태블릿 pc와 함께 일하고, 대화하며, 소식을 접하고, 미디어를 본다.
걸어가면서도, 대기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핸드폰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런 '개인의 시선'속에서 타인의 시선은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작은 세상 속에서 내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다,
남의 시선이 나를 어떻게 보였을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핸드폰을 향해 시선을 돌리면 그만이다.
내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 시선으로 나를 숨겨 버리면 그만이다.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화면 속에서 손가락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대를 보면서 감정을 조절하며 상호 답을 찾아가는 대화를 해야 하지만,
화면 속의 대화는 음의 높낮이를 찾을 수 없고, 감정을 찾을 수가 없다.
오로지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그 화면을 보며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다.
상대가 상처를 받았는지,
내가 상처받았을지 모르게 그 대화는 이어진다.
상대의 감정을 읽지 못하며 내 감정만 표출하며,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
나를 보는 시선을 신경 쓰며 행동하는 사람도 있고,
나를 보는 시선 따위는 개나 물어가라 하며 개의치 않는 사람도 있다.
나를 보는 시선이 따뜻한지, 차가운지 신경 쓰는 사람도 있다.
딱!! 거기까지만 했으면 한다.
그냥 그 스쳐가는 시선을 묻고 묻고 해서 결과를 만들려 하지 말아야 한다.
길을 가다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며 범죄가 이뤄지는 세상에서 한 번의 시선으로 "왜?"라는 물음을 주면서
"착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착각 :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함.(네이버국어사전)
나 혼자 잘났고, 나 혼자 잘살고 있는 건 아니다.
넓은 세상의 좁은 화면을 접하는 나는 지구에서 보면 백사장의 모래 하나쯤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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