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자주 가진 않지만 엄마가 아프시면 동네병원보다는 종합병원을 찾는다.
차로 15분 정도 가면 종합병원이 있어 6개월마다 검사를 하셔야 하는 엄마를 모시고 그렇게 병원을 찾게 된다. 나이가 드시니 이젠 한 곳이 아닌 여기저기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엄마는 간도 좋지 않으셔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시고 약을 받아 드시길 1년이 넘었다.
무릎수술한 지 10년이라 이 또한 엑스레이 촬영을 하며 괜찮은지를 봐야 한다.
갑상선도 혹이 있으셔서 정기적으로 초음파를 하셔야 하고,
얼마 전에는 시력이 저하돼서 검사를 하니 황반변성이라는 진단을 받으셨다.
이러한 지라 어떤 때는 한 달에 네 번 내지 한번 정도를 종합병원을 가 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어야 한다.
종합병원은 진료예약을 하고, 검사 예약을 다시 하며, 검사를 한 다음, 일주일 후 결과를 보러 간다.
동네병원처럼 당일에 진료를 받고 검사를 하고, 약을 받는 반면 종합병원은 그런 긴~ 절차를 봐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 또한 예약한 시간보다 초과는 기본이였다.
병원.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 하고, 가면 더럭 겁이 난다.
건강을 자신하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멀게만 느껴지고, 문병이나 가는 곳인 줄 알았던 병원은 이제 나이가 드니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할 장소가 되었다.
과잉진료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무릎수술 10년 뒤에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괜찮다고 별다른 증상 없으시니 괜찮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엄마는
"근데 어떨 땐 허리가 아파요"
"다리는 괜찮아요. 그렇게 허리가 아프면 정형외과 허리 잘 보시는 선생님 연결해 드릴게요."
"네?"
"나가서 접수하세요."
곧장 간호사선생님이 오셔서는
"예약해 드릴게요. 여기 선생님 성명이시고요..."
"잠시만요. 제가 엄마랑 다시 예약하고 오겠습니다. 선생님 이름만 주세요."
나는 선생님 성명을 적고 나오려고 했다.
"아니 왜? 선생님이 허리 보라잖아."
엄마는 그냥 가려는 나를 붙잡았다.
"엄마, 내가 볼 때는 엄마 허리는 지금 나이가 드셔서 아픈 거고 여기에 다시 접수를 하게 되면 또 검사를 해야 하고, 예약받고 검사 결과 들으러 와야 해."
맞다. 엄마는 그만큼 허리가 많이 아프신 게 아니다.
연세 80이 넘으셨는데, 조금만 무거운 걸 들어도 허리 아프다고 이틀을 꼬박 누워 계신다.
그만큼 연세가 드셨으니 아픈 건데 질병마냥 생각해서 검사받으라고 하면 다 받아야 걱정이 사라진다.
엄마는 언젠가부터 건강 걱정에 나를 괴롭히신다.
잠깐 쉬려고 앉아 있으려고 하면
"야... 봐봐 내 다리가 돌아간 거 같지 않니?"
"뭐가 돌아가... 엄마가 쇼파에 앉을 때 다리를 비틀어 앉는데 그럼 돌아가지."
"아냐... 이것 봐. 여기 이쪽이랑 다르지?"
내 얼굴을 볼 때마다 그 얘기를 하시니, 바로 수술했던 대학병원에 예약을 넣어 바로 엑스레이를 찍었다.
눈으로 틀어진 게 없는 걸 보신 엄마는
"아니 근데 왜 다리가 가끔 아프지."
그 이후 다리가 돌아갔다, 다리가 아프다는 말을 안 하신다.
"눈 시력이 많이 나빠졌대. 동네 병원 가니깐 소견서 써준대."
"눈이 왜? 소견서까지 써준다는 거야? 그럼 큰 병원 가봐야지."
소견서에는 '황반변성으로 의심이 가고 정밀한 검사를 원하십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이게 뭔 일이야 하고. 바로 다니시는 종합병원 안과에 예약을 하고 검사를 진행했다.
기본 검사보다 정밀한 검사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엄마도 힘들어하셨다.
결과는 건성황반변성이다.
본인이 직접 들으시고, 검사 결과를 들으시고는 그때부터
"눈이 깜깜해. 잘 안 보여"
"나물을 무치는데 소금이 들어가는지, 안 들어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얘기는 아주 많이 줄으셨다.
이렇게 몇 년을 보내니 없던 병도 생기겠다는 말.... 진짜다.
간 초음파를 하다 "담낭이 조금 밑으로 내려간 거 같은데 담도 선생님 예약해 드려요?"
피검사를 했는데 "골밀도가 약간 낮으시네요. 연세가 많으시니 내분비내과 연결해 드릴 테니 그쪽에 예약하셔서 약 받으세요."
그렇게 폭풍 같은 몇 개월을 병원에서 거미줄처럼 이곳저곳을 예약하고 검사하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지치기 마련이다.
'병원 쇼핑'
건강염려증이 만들어낸 신조어.
20년 전 친한 친구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돌아가신 연유도 좀 충격이었다.
기침을 좀 하셨는데, 동네 의원에 가서 약을 처방만 받고 그렇게 6개월을 지내셨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큰 병원 한번 가보세요.라는 말에 큰 병원에 갔더니 폐암 말기에 그렇게 2달 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갑자스런 아버지의 죽음에 친구는 많이 힘들어했고, 친구 어머니 또한 충격을 많이 받으셨었다.
엄마가 어디 조금 아프셔도 병원으로 모시고 가는 건 딱! 한 가지다.
나중에 후회할 일 만들지 않기 위해...
그때, 그럴걸...
그때, 조금 더 해볼걸...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려고 나 편하자고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이다.
안과를 갔는데, 동공이 커지는 안약을 넣어 검사를 시작한다.
근데 그 동공이 제 자리를 찾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대기실에 앉아 있는 나이 드신 분들이 걱정되더라..
집에 어떻게 가실까.... 황반변성이란 단어도 생소할 텐데 그런 설명을 어떻게 해석해서 들으실까...
'병원 쇼핑'이란
자신의 병이 걱정돼서 이병원 저 병원,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을 찾는 이유는 '잘~ 몰라서'다.
어디가 아픈데 병원에 가면 들어도 무슨 얘긴지도 모르겠고, 이 병이 큰 병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의사 선생님도 못 믿고 다른 병원에 다시 가고 하는 것이다.
젊은 자식과 나이 든 부모님이 같은 얘길 선생님께 들어도 다르게 들린다.
자식은 듣고, 인지하고, 위험성을 생각하고, 앞으로 할 행동이나 식이요법을 물어보며 행동하지만,
부모님은 어? 그게 무슨 얘기지? 그럼 어디가 아픈 거지? 그러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걸 놓치게 되고 집으로 오면 심각성만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작게 아픈걸 크게 아픈 걸로 인지하게 된다.
병이 병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병이 없어도 병이 있을까 걱정하면 병이 생기게 마련이다.
너무 오래 병상에 누워사는 것보다는,
하루를 살더라도 좀 더 건강하게 죽고 싶다는 부모님들의 바램이
'병원 쇼핑'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식이 된걸 어떻게 하겠나. 부모님 병원 모시고 갔다 오는 시간이 낭비라는 것보다는 '어디가 아프신가?' 조금의 걱정이 자식이 나를 생각해 주는구나 하는 관심의 생각으로 부모님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