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컸을까.
복동이의 말에 심쿵했던 순간들을 적어보자.
하나. 복동이의 유치원 졸업식날. 50여 명의 졸업생과 부모님들이 꽉 찬 강당에서 혹시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 있냐고 묻는 원장선생님의 물음에 복동이가 손을 들었다. 지켜보는 엄마와 아빠의 가슴이 벌렁벌렁.
“제가 어렸을 때는 엄마가 나를 번쩍 들어서 많이 안아주셨는데, 이제는 내가 키가 자라서 그렇게 못 안아주는 것이 아쉬워요.”
둘. 남편과 목소리를 높이던 어느 날이었다. 딸을 생각하여 감정을 누른대도 엄마와 아빠의 사이가 평소 같지 않다는 것은 세 살 배기라도 알아챌 일이었다. 거실로 나가 무서웠을 복동이에게 멋쩍게 말을 건네자 복동이가 말했다.
“엄마, 아빠가 날 사랑하는 걸 아니까 그냥 기다렸어요.”
셋. 복동이는 기관절개의 흔적 말고도 뒤통수에 욕창이 생겼다 나은 자리, 양손 등에 무수히 많은 주사자국들을 흉터로 가지고 있다. 목에 있는 흉 말고 나머지는 아이가 자각하지 못하여 나도 잊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얼마 전, 손 등을 내밀며 이게 뭐냐고 묻기에 드디어 주사자국을 발견했구나 싶어 머릿속이 바빠지는 찰나 복동이가 감탄하며 말했다.
“와! 이건 하트 모양이네!”
넷. 목소리가 더 커졌다는 수화기 너머 할아버지 말씀에 복동이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맞아요, 그래서 처음 만난 친구들이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이제 덜 물어봐요. ”
순수하고, 씩씩하고, 구김 없고, 사랑 많은 나의 딸.
아이가 이렇게 마음이 단단한 여덟 살 꼬마로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지 모르겠다. 가끔씩 팔불출처럼 남편과 우리가 뭘(?) 낳은 건지 감탄하며 행복에 겨워한다. 이제는 아이를 염려하지 않는다. 그저 더 넓어지고 깊어질 녀석의 앞 날을 기대하며, 최대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곁을 지켜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