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방중에 얽힌 한중 양국의 속내
화이트홀 브리핑은 실무와 연구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최신 안보 이슈를 분석합니다. 뉴스 요약을 넘어, 저만의 해석을 찾아가는 과정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3-Point Summary
1.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한중 관계의 전면적 재조정보다는 안정성 증진과 실질 협력 제고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2.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한국은 한미 동맹을 축으로 한 기존 정책 라인을 대체로 고수한 반면, 중국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한다'는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한 점이 눈에 띕니다.
3. 실질 협력이 전략적 이해의 합치로 이어지지 않는 지정학적 갈등 고조의 시기인 만큼, 이번 회담의 실질적 후속 조치들이 국빈 방중의 진정한 의미를 결정할 것입니다.
※ 외국 독자를 상정하고 쓴 글을 번역한 것이라 다소 이질감이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이 2026년 1월 4일부터 7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국빈 방문 중입니다. 이는 2017년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국빈 방중입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2026년, 새해 첫 정상 외교 행보인 이번 방문에 대한 저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1. 방문의 맥락
국가안보실의 브리핑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번 방문의 목표를 다음 네 가지로 설정했습니다. 1) 한중 관계의 전반적 복원을 위한 정치적 토대 공고화 2) 민생 위주의 실질 협력 강화 3)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략적 소통 확대 4) 서해(황해) 및 문화 교류 등 민감한 현안의 안정적 관리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양국 관계의 ‘완전한 복원’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토대 공고화’에 방점을 두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어휘 선택은 여전히 한중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실질적, 심리적 거리를 반영합니다. 1992년 수교 이래 양국 관계는 경제·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발전하여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양국 관계를 급격히 냉각시켰으며, 이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정치적 토대 공고화’에 대한 집중은 고위급 및 전략적 소통 채널을 복원하고 양국 관계 관리를 위한 새로운 기준선을 마련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질 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략적 소통을 강조한 것은 이 대통령이 오랫동안 주창해 온 실용 외교 노선 및 한국이 한반도 평화의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되겠다는 비전과 각각 맥을 같이 합니다. 마지막으로 ‘민감한 현안의 안정적 관리’를 포함한 것은, 비록 정치적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쟁점 사안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대내적 신호로 읽힙니다.
서울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방문은 대중(對中) 정책의 근본적인 재조정보다는 실용주의를 통한 관계 안정화 노력으로 해석됩니다.
2. 방문 시기
이번 방중 발표는 중국이 2025년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실시한 군사 훈련 시기와 맞물렸습니다. 일부 논평가들은 동시대의 미중 및 중일 긴장 관계를 고려할 때 이 시점이 외교적으로 민감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국빈 방문의 성격과 준비 과정을 고려할 때, 이러한 해석은 그다지 설득력이 높지 않습니다. 국빈 방문은 정상들의 외교 일정, 가시적 성과 도출 가능성, 전달하고자 하는 대내외적 메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수개월 간의 협의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즉, 이번 방문은 대외 발표 시점과는 무관하게 이미 결정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2026년 1월 5일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김용범 정책실장이 언급한 내용에 의해서도 뒷받침됩니다. 김 실장은 이번 방문이 비교적 빠듯한 일정 속에서 추진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이번 방문은 2025년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 당시 혹은 그 직후에 최종 확정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3. 외교 및 안보 분야 주요 쟁점
3.1. 전략적 맥락
3.1.1. 한국의 관점
전략적 관점에서 제기되는 핵심 질문은 이번 방문이 한미일 협력 프레임 내에서 한국을 ‘약한 고리(weak link)’로 비치게 할 위험이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서울을 베이징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시도를 반영하는지 여부입니다.
중국이 한미일 결속을 약화시키려 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에 대한 서울의 접근법은 그러한 비판이 암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는 2026년 1월 2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중국 CCTV와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해당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을 조약 동맹으로, 중국을 협력 가능한 분야에서 상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파트너로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소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떻게 준수할 것인지를 묻는 유도성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이를 원칙으로서 명시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한국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수준으로 답변을 제한했습니다.
서울과 베이징 양측 모두에게 이번 만남이 2026년 첫 정상급 교류라는 사실은 상징적 무게를 지니며, 이는 사드 사태 이후의 정체된 관계 궤적을 전환해보고자 하는 관심을 시사합니다. 동시에 ‘완전한 복원’이 아닌 ‘토대 구축’이라는 프레임은 한국이 기존의 전략적 기조를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관계 관리에 있어 실용적 접근을 최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그는 고려 시대의 국제 무역항인 ‘벽란도’를 언급하며 ‘벽란도 정신에 입각한 교류’를 언급했는데, 이는 중국이 북방 유목 왕조와 남송으로 분열되었던 시기에 고려가 상업적 허브이자 균형자로서 기능했던 역사적 유추를 활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언급은 과거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 담론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더욱 상업 지향적이고 실익 중심적인 외교관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3.1.2. 중국의 관점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양국이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站在历史正确一边)”고 언급한 것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발언은 가속화되는 글로벌 변화와 국제적 불안정성 증대가 지역 평화 수호와 세계 발전 촉진을 위한 양국의 책임을 가중시켰다는 관측에 뒤이어 나왔습니다.
언뜻 보기에 이 표현은 무해해 보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전략적 어휘에서 ‘지역 평화’에 대한 언급은 종종, 예를 들어 북한의 도발적 행위를 비판하거나 책임을 묻기보다는, 한국이 한반도에서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넓은 차원에서는 동일한 표현이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대를 반영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의 평화 담론은 타자의 자제와 수용을 전제로 하는 조건부적인 성격을 띠며, 이는 한국이 비판 없이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동일한 문구는 시 주석의 2026년 신년사에도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그 의미가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신년사는 중국이 세계 평화와 발전, 그리고 ‘인류운명공동체(人类命运共同体)’를 촉진함으로써 일관되게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왔다고 주장한 뒤, “대만 해협 양안 동포의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조국 통일의 역사적 추세는 되돌릴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역사의 올바른 편'이라는 언급은 대만 통일 문제와 암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나아가 시진핑 주석 체제 하에서 주창되는 역사적 서사 속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대만 통일을 포함하는 역사적 사명으로 정의됩니다. 양안 관계의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라”고 언급한 것은, 비록 대만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우회적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를 충분히 남깁니다.
“习近平指出 […] 应当坚定站在历史正确一边,作出正确战略选择。80多年前,中韩两国付出巨大民族牺牲,赢得抗击日本军国主义的胜利”
“시진핑 주석은 [...] 마땅히 역사의 올바른 편에 확고히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80여 년 전, 중한 양국은 거대한 민족적 희생을 치르며 일본 군국주의에 저항해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정상회담 발언 중)
이런 각도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과거 일본 군국주의에 저항하며 한국과 전시의 희생을 공유했다고 주장한 것 또한 동일한 역사적 프레임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유된 역사의 특정 버전을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써, 베이징은 한국을 일본과는 의도적으로 구별되는 서사 속에 위치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역내 과거사에 대한 중국 중심의 해석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늘날의 지정학적 구도를 바라보는 시각을 암묵적으로 형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3.2 서해 해상 구조물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양 정상들이 서해를 “평화와 공존의 바다”로 만드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해양 경계가 아직 공식적으로 획정되지 않은 만큼, 양측이 자제와 책임 있는 행동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양국 정부가 2026년 내에 해양 경계 획정을 위한 차관급 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으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피력했습니다.
중국이 서해에 설치한 구조물들의 군사적 목적을 일관되게 부인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논의는 한국 측의 우려 표명과 중국 측의 재확인이 반복되는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추가적 고조 방지와 경계 획정 회담 추진에 공감한 것은 제한적이나마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확실한 평가는 실제 회담의 성사 여부와 그 진행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또한 중국이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설치된 해상 구조물을 향후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해양 경계 획정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동아시아에서 영토 문제는 특히 민감합니다. ‘자제와 책임’에 대한 공감이 구체적인 정책과 행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향후 양측 모두의 세심한 리스크 관리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3.3 핵추진 잠수함
브리핑 후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서 위성락 실장은 핵추진 잠수함 문제가 논의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위 실장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광범위한 사안들이 다루어졌으며,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답변은 해당 이슈가 제기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외교적 수사로 볼 때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설명했다”는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앞서 경주 APEC 회의 기간 중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계획에 대해 비확산 규범 준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비교적 절제된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동시에 워싱턴 조야 일각에서 비확산 규범의 약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들은 보다 강경한 반대 어조를 취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는 보도가 있고 북핵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원자력 추진을 군사적 성격이라고만 규정하며 동맹국의 제한적이고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조차 반대하는 주장은 점차 설득력이 낮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은 핵무기 개발과는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 책임 있는 비핵국가로서의 평판과 신뢰성을 신중하게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4. 결론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베이징 국빈 방문은 한중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사드 사태 이후 누적된 불신과 마찰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타당해 보입니다.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거나 한국의 외교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기보다는,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소통을 위한 토대를 복원하는 데 목적을 둔 접근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방문 기간 중 체결된 14건의 양해각서(MOU)상 협력 분야들을 감안하면 이번 방문의 초점이 무엇보다 실질 협력을 통한 관계 복원에 맞춰져 있었음을 방증합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해석과 과도하게 신중한 해석 모두를 경계해야겠지만, 사전에 표명된 목표에 비추어 볼 때 이번 방문은 합리적인 수준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적·실질적 협력이 자연스럽게 더 깊은 전략적 연대로 확장될 것이라는 기능주의적(functionalist) 기대를 현재의 동북아 전략 환경에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소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회복을 위한 충분한 토대가 마련되었는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양측이 관계를 관리하고 표명된 의지를 지속적인 행동으로 옮기려는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정상급 교류 및 전략 대화 메커니즘이 얼마나 제도화되는지, 서해 해양 경계 획정 및 해상 구조물 관련 논의가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는지, 그리고 심화되는 지정학적 압력 속에서 전략적 입장의 차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가는지가 향후 평가의 핵심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방문은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결론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평가를 위한 출발점으로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