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으로 융합의 정의는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융합은 ‘서로 다른 기술이나 산업분야 간에 효율과 성능 개선 등을 목적으로 결합됨으로써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이용관 2013). 성은모(2013)는 융합이란 기존의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학문적 지식과 기술이 물리적 그리고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새롭고 독특한 가치를 창출하는 현상으로 정의하였다. 김병일(2010)은 융합이 사전적으로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어져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이라고 접근하면서 IT의 관점에서 융합을 “기존 인프라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를 개발하는 것 또는 새로운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서비스와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정의한 바 있다.
법률에 나타난 ‘융합’ 개념의 의미에는 성과에 대한 의미까지 반영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법률에서 ‘융합’이 언급된 사례는 제한적이며, 주로 기술적 측면에 국한된다.
(예시) 문화산업기본법 제17조의 5(문화기술 연구 주관기관의 지정 등) 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과학기술, 디자인, 문화예술, 인문사회 등 다양한 학문분야들 간의 교류와 융합에 기반을 둔 문화산업 복합기술에 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위하여 「광주과학기술원법」에 따른 광주과학기술원을 문화기술 연구 주관기관(이하 “연구 주관기관”이라 한다)으로 지정한다.
그에 비해 타 부처 법률에서 융합을 다룰 경우에는 시장성, 가치 창출, 파급효과 등 융합의 결과나 성과에 해당하는 내용이 함께 언급된다.
(예시) 산업융합촉진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산업융합”이란 산업 간, 기술과 산업 간, 기술 간의 창의적인 결합과 복합화를 통하여 기존 산업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사회적․시장적 가치가 있는 산업을 창출하는 활동을 말한다. 2. “산업융합 신제품”이란 산업융합의 성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서 경제적․기술적 파급효과가 크고 성능과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말한다. 3. “융합 신산업”이란 산업융합을 통하여 새롭게 창출된 산업 부문 중에서 시장성, 파급효과, 성장 잠재력과 국민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새로운 산업을 말한다.
융합에 대한 정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융합은 결국 창조성의 극대화를 꾀하고자 하는, 혹은 창의적인 현상과 결과를 새로운 측면으로 조명하고자 하는 하나의 방략이라고 볼 수 있다(신동희 2011). Sternberg and Lubart(1999)는 창조성에 대해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유사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며, 비정통적이고, 탐구적이며, 사회 규범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능력과 결부된 인지적 요소의 결합”으로 정의하였는데 이는 많은 점에서 융합에서의 논의와 흡사하다. 융합을 분화와 통합의 변증법적 순환을 속성으로 한 일련의 절합(condivergence=convergence+divergence)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김문조 , 이 역시 창의적인 사고 과정과 융합의 과정이 동일하다고 보는 견해이다. 융합의 결과, 시너지를 통한 창조성이 나타나지 못한다면 사실상 융합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므로, 사실상 융합의 목적은 창조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에 수립된 「국가융합기술발전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융합기술은 “NT, BT, IT 등의 신기술 간 또는 이들과 기존 산업․학문 간의 상승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미래 경제와 사회․문화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로 정의된다. 아래 그림에 제시된 바와 같이, 융합의 분야는 학문, 신기술, 산업으로 분류되며, 융합의 유형은 ⓛ 신기술과 기존 학문, ② 신기술 간, ③ 신기술과 기존 산업 간 융합으로 요약된다.
위 그림에서 신기술이 과학기술 분야를 의미한다고 보았을 때, 현재 정책적으로 논의되는 융합의 개념은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접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학문’ 영역에 표시된 인문과학, 사회과학, 예술/문화는 광의의 인문학 범주를 의미하며, 이는 과학기술과 타 분야로서의 인문학의 융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융합의 유형화를 인문학의 시각에서 새롭게 정립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산업융합촉진법」 제2조와 「국가융합기술발전 기본계획」의 융합 개념을 참조하고 인문학이 결국 인간 삶의 다양한 양상과 관계됨을 고려하여 인문학 융합을 “인문학과 기술․산업 간, 인문학과 생활환경 간 창의적인 결합과 복합화를 통하여 미래 사회․문화의 변화를 주도하는 활동”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또한 제시한 인문학 융합의 개념을 고려하여 다음처럼 인문학 융합의 유형을 ‘ⓛ 인문학+기술․산업’ 및 ‘② 인문학+생활환경’으로 제시할 수 있다. 위 그림의 유형 ③에 해당하는 신기술과 산업과의 관계가 아래 그림에 제시된 유형 ② 인문학과 생활환경의 관계로 대변될 수 있음
‘유형 ⓛ 인문학+기술․산업’은 인문학과 기술 및 산업 영역 간의 융합으로, 문화콘텐츠나 문화기술 개발 등이 예가 될 수 있으며, 기술을 굳이 신기술(NT, BT, IT 등)로 국한하지 않은 것은 기존의 기술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재활용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유형 ② 인문학+생활환경’은 인문학과 사회 혹은 생활 영역 간의 융합을 의미하는데 생활환경은 주로 우리 주변의 일상과 사회환경과 관련된 것이며, 인문학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은 사회 각 분야에 접목되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사회’라는 개념이 너무 넓은 범위를 포괄하여 쓰이기에 ‘생활환경’으로 범위를 구체화하여 유형을 제시한다.
※ 인문학 내부 학문간 융합을 의미하는 유형을 하나 더 추가한 바 있으나, 동료 연구자들이 개념이 모호하다는 의견을 주어 삭제하였다. 위 융합 유형도 인문학 자체가 모호한 개념이라 아주 협의의 개념으로 정의해야 가능한 분류다.
최근에 ‘유형 ① 인문학+기술․산업 간의 융합’이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받는 것과 달리, ‘유형 ② 인문학+생활환경 간의 융합’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여 왔다. 그러나 시민의 삶과 연계된 정책분야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인문학을 생활환경에 접목한 다양한 융합이 요구되고, 그에 따라서 ‘유형 ② 인문학+생활환경 간의 융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 여가, 행복, 일상 등과 관련된 정책적 중요도는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인데, 이러한 경향은 2013년 빅데이터를 통한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 과학기술정책 분야에서도 과거와 같은 경제성장 일변도의 과학기술정책에서 벗어나 소외계층을 위한 과학기술, 사회문제해결형 과학기술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안두현 송위진 2010 ). 따라서 향후 인문학과 생활환경 간의 다양한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가 필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관(2013), 콘텐츠산업의 융합 양상과 정책과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성은모(2013), 대학교육에서 산업형 융합인재 육성을 위한 융합프로젝트 교수학습모형 탐구, 교육방법연구, 25(3), pp.543-580.
김병일(2010), IT기반 융합산업 발전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향 연구, 과학기술법연구, 16(1), pp.73-98.
신동희(2011), 스마트융합과 통섭 3.0,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Sternberg, R. J., and Lubart, T. I.(1999), The Concept of Creativity: Prospects and Paradigms, ed.: Sternberg, R.J. in Handbook of creativity.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회(2008), 국가융합기술 발전 기본계획(’09~’13)(안)
안두현․송위진(2010), 소외계층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과학기술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