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학자들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나 인간의 존엄, 삶의 성찰 등 보다 근본에 관계된 학문 영역으로 이해되고 있다. 인문(人文)은 사전적으로는 “인류의 문화”, “인물과 문물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인륜의 질서”라는 세 가지 의미로 정의되는데 인문이란 포괄적 의미에서는 문화와 동일시되어 사용될 수 있고, 좁은 의미에서는 이성 또는 인간관계나 그 질서라는 뜻으로 정의될 수 있다(이상열 2013). 인문학이 영어로는 “Humanities”와 “Liberal Arts"의 두 가지 용어로 번역되는데, Humanities는 인간 문명, 인류문화, 인간 중심 등을 의미하고, Liberal Arts는 정치 사회적 엘리트인 자유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교양으로서 공통적 지식을 의미한다(김주연 2000). 미국의 국립예술인문재단(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은 인문학을 “현대 언어와 고전 언어, 언어학, 문학, 역사, 법학, 철학, 고고학, 비교종교학, 윤리학, 예술사⋅예술비평 및 예술이론, 인문학적 콘텐츠를 가지고 인문학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사회과학 분야들, 그리고 우리의 다양한 문화유산⋅전통 및 역사를 반영하는 것과 국민 삶의 현재적 조건들에 대한 인문학의 타당성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인간 환경에 대한 인문학 연구와 응용”으로 정의한다.
그동안 인문학은 과학기술 분야와 대립되는 학문 영역으로 이해되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다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이 사회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가 발행한 교육학 용어사전(1995)에는 “인문학은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반하여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 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라고 설명되어 있어 인문학이 과학기술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보는 기존의 사회적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립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던 과학기술과 인문학 사이에서의 공통분모를 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인문학과 타 분야 간 융합을 논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동안 인문학의 대표적인 범위는 문학, 역사, 철학 등이 거론되었으나 이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국어사전에 인문학은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설명되어 인문학에 포함되는 범위를 ‘언어’, ‘문학’, ‘역사’, ‘철학’의 범위로 접근하고 있다. 백승균(2000)은 “인문학을 범주화할 수 있다면, 내적 자기반성을 가능케 하는 문학, 사학, 철학, 그리고 문화로 요식화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시한 바 있다. 미국 국회법에 의해서 규정된 것을 따르면 언어(language)·언어학(linguistics)·문학·역사·법률·철학·고고학·예술사·비평·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이 이에 포함되나 그 기준을 설정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문학의 범위는 시기별로 포함하는 범위가 달라져 왔다. 서양에서는 르네상스 시기를 기점으로 인문학의 포함범위가 문법, 수사학, 시, 역사학, 도덕철학 등으로 축소되었다. 고대 서양의 철학은 자연철학에 가까웠는데 세상 만물의 공통 요소, 즉 아르케(arche)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고 탐구하는 것에서 시작되었고 소피스트들을 비롯한 플라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자들에 의해 발전되었다(남경태 2012). 고대 로마 시기부터 중세 말 시기에 오늘날 인문학(the humanities)이라는 말은 ‘인간다움’을 의미하는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에 기원을 두고 있고, 이 말은 로마 공화정 시대 키케로(Cicero)에 의해 인문 교육 이념으로 구체화되면서 인문학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크리스 텔러 1995). 르네상스 시기에는 인문학의 범위가 축소되었는데 키케로의 이상을 되살려 후마니타스를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Studia Humanitatis), 즉 인문학 연구로 부르면서 그 내용을 문법, 수사학, 시, 역사학, 도덕철학으로 한정된다(김평중 1999). 17세기 이후에는 철학과 결합한 자연학으로부터 분리된 자연과학이 발생하게 되었고 19세기경에 와서는 인문학이 자연과학의 자료와 방법으로부터 분리되면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
이러한 극단적인 학문의 분화는 한 때 인문학과 과학기술 분야를 대립되는 학문 영역으로 이해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과학자이면서 소설가인 Snow(1964)는 ‘두 문화(The Two Culture)'라는 글을 통하여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 예술인과 지식인이 있다면 반대로 나머지 한쪽 끝에는 과학자가 있으며 이 둘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찾을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주장은 추후 많은 학자들에 의해 공감을 얻었다.
그에 비해 동양에서는 인문학의 대표 격인 유학 자체가 융복합 학문이었기에 인문학이 학문 전체를 의미하는 경향이 강하였으나 제국주의 침략을 거치는 과정에서 인문학이 전체 학문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중국의 경우 청대에 사학(역사학+사회과학)과 철학, 문학이 경학(사서오경을 비롯한 유교 경전, 주석, 연구가 포함)을 중심으로 수렴되는 학문분류 방식이 확립되었으나, 서구의 침략을 당하는 시기 서학(西學)의 수입에 의해 인문학이 전체 학문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학, 사학, 철학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통합되어 있었으나 일제 침략 시기를 거치면서 인문학 개념이 문학, 역사, 철학 등 각각의 분야로 분리되게 되었다. 학자들은 이와 같이 인문학은 융합적 성격을 지닌 학문 분야에서 출발하여 점차 문학, 역사, 철학 등 특정 분과학문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으나, 현행 학문 분류에서 이를 명확히 한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국연구재단 연구 분야 색인정보에 의한 학문분류에 따르면 인문학은 “사전학, 역사학, 철학, 종교학, 기독교 신학, 가톨릭 신학, 유교학, 불교학, 언어학, 문학, 통역 번역학” 등의 범위가 포함되고 예술 체육 분야에 “예술일반, 음악학, 미술, 디자인, 의상, 사진, 미용, 연극, 영화, 체육, 무용, 기타 예술 체육” 등의 영역이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에 비해 국가과학기술 표준분류체계의 학문분류에 따르면 대분류 ‘인간’에 해당하는 “역사/고고학, 철학/종교, 언어, 문학, 문화/예술/체육” 등의 분야가 인문학에 해당된다.
인문학의 개념을 좁게 정의할 것인가 혹은 넓게 정의할 것인가에 따라 인문학이 포함하는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장재덕·안건훈(2000)에 따르면 학문은 자연에 관한 여러 대상들을 연구하여 그 법칙성을 밝히는 자연과학과, 종교, 도덕, 문예,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등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또는 인문과학으로 나누었다. 여기서 인문학은 인간이 지닌 가치에 관해 근본적인 탐구를 하면서 보다 바람직한 삶을 추구하는 분야로 한정되고 인문과학은 인간이 공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 경제 법률 등 주로 사회적인 여러 사실들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분야로 한정되나 의미를 살펴보면 인문학과 사회과학 범위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결국 인문학이 포함하는 범위를 넓게 볼 것인가 좁게 볼 것인가는 사회과학분야를 인문학의 범주에 포함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로 축약된다. 좁은 범위에서의 인문학은 인간이 지닌 가치에 관해 근본적인 탐구를 하면서 보다 바람직한 삶을 추구하는 분야로 한정되며 주로 문학, 역사학, 철학, 예술, 언어 등의 범위로 제한할 수 있다. 넓은 의미의 인문학은 좁은 범위의 인문학 개념에 인간이 공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사회과학 영역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현행 학문 분류에서 인문학의 범주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지금까지 살펴본 정의 및 분류에서 인문학의 범주에는 문학, 사학, 철학이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를 협의의 인문학 범주로 설정할 수 있다. 인문학을 조금 더 넓게 해석하면 협의의 범주에 언어, 예술 등을 포함할 수 있고, 이를 보다 광의로 해석하면 인간이 공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사회과학 영역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상열(2013), 인문정신문화 진흥방안 연구, 한국국학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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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C.P.(1964), Two Culture, London:Cambridge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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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2013), 인문학 융합의 현상진단 및 정책방향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장재덕·안건훈(2000), 인문학에서의 방법론, 인문과학연구, Vol.8, 367-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