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랫동안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워왔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할 수 없었던 시대에서 현대에 들어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자기 PR을 하는 시대가 도달했다. 이러한 자유는 인간 존엄성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 " 지금, 정말로 중요한 건 표현의 자유일까? "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놀랍게도 내 주변 친구와 환경에 영향받는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과목을 잘하고 좋아했다. 그래서 공학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비록 젊은 나이이지만, 대학생 때에 미국유학으로 연구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세상에 제일 크게 공헌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 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살다 보니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이미 개발해 놓은 것들과 남과의 교류로 비교하다 보니 내 발표자료와 지식은 한없이 작아 보이고 연약해 보였다. 또한, 내가 하나에 몰두해서 해결책을 내는 것을 생각보다 잘 못한다고 많이 느꼈다.
이러한 비교도 내 집단 안에서 한없이 작은 나를 발견하였다.
이러한 집단도 생각해 보면 전 세계의 70억 인구에 비해 몇십 명 남짓할 정도로 소스라칠 정도로 좁다. 내가 접하는 세상은 내가 보는 한국어 뉴스, 내가 듣는 의견으로 보게 된다. 이렇다 보니 어느새 내 환경에는 내 취향과 성향에 맞춰 컨텐츠 알고리즘이 골라준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 내가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무엇이 보이느냐'는 이제 자유가 아니다. "
그건 순수한 알고리즘의 선택이다. 유튜O,인OO에는 수백만 개의 영상과 사진이 매초마다 올라온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을 당신의 눈앞에 띄울 것인지는, 복잡한 수학 공식과 데이터로 짜인 알고리즘이 조용히 결정한다.
과거에 편집자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신문사, 방송국, 잡지사에는 세상을 읽는 편집자들이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편집자는 AI다. 구독과 좋아요를 더 받을 만한 글을,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를 만한 영상을 컴퓨터가 무심하게 골라낸다.
컴퓨터는 우리를 길 위에 안개구름 속에 던져 놓는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보여주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게다가 그 기준은 우리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어떤 콘텐츠가 강조되고, 어떤 목소리가 사라지는지, 그 과정은 불투명하고, 책임을 물을 방법도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일명 "필터 버블(Filter Bubble)" 속에 갇히게 된다. 즉,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만한 컨텐츠만을 추천하여 보여준다.
이런 까닭에 서서히 다른 생각, 다른 세계는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결국, 표현의 자유는 살아 있지만 내가 접하는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세상과의 균형을 서서히 감각을 잃은 채 잃어간다.
나의 가치체계에서 표현의 자유는 모든 인간의 존엄이자 최소한의 권리이다.
하지만, 우리가 눈치채기 전에 알고리즘은 인간의 존엄을 선택하고 권리를 제한하는 시대가 도달하였다.
이제는 "누가 말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말이 내 세상을 채우는가"를 고민하고 대답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 해답은 독자가 자신만이 가진 정체성과 가치관으로 도움 될만한 질문들을 던져봐야 한다.
" 알고리즘에 끌려갈 것인가, 내가 이끌 것인가? "
" 나는 어떤 알고리즘을 원할 것인가? "
" 알고리즘을 선택하고 설계할 때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할까? "
단순히 조회수를 높은 영상, 인기 많은 컨텐츠 노출시간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끝없이 감정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 늪에 빠져 갇히게 될 것이다.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쪽으로만 세상이 움직이게 된다. 사고를 확장시키는 것을 제한시킨다.
지식산업시대에 필요역량으로 보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비판적인 철학 그림이 희미해진다.
우리는 관심만을 쫓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균형을 고민하는 알고리즘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비슷한 생각만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을 관철하는 컨텐츠를 소개해줄 수 있는 알고리즘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컨텐츠 생산자로서, 이러한 알고리즘의 컨텐츠를 늘려 다양한 사람들에게 노출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된다.
| 단순히 유저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끄는' 알고리즘.
알고리즘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자 사람을 성장시키는 배양토이다. 이런 알고리즘은 수억 명에게 어디론가 생각의 방향을 인도하는 인도자가 되었다. 우리는 이 방향의 인도자인가, 모르고 인도당하는 일반인인가. 우리는 그 방향을, 그 철학을, 진지하게 질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