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온도를 품은 전시 <Breathe In>
4차 산업, 메타버스가 세상을 뜨겁게 달구며 미래를 향해 더욱 빠르게 전진하는 지금,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먼 ‘핸드메이드’ ‘크래프트맨십’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우리는 결국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것 아닐까. 공예 미감을 가지고 있는 실용품은 대량생산으로 제작된 공산품에서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 작가의 세심한 고민과 호흡 그리고 만들어진 순간의 온도를 품고 있는 사물들.
순수한 사물의 개념을 이해하고 해석하여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국∙내외 신진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오브제후드 갤러리에서 오는 12월 30일까지 열리는 전시 <Breathe In>은 열다섯 명의 참여 작가들이 빚어낸 사물에 관한 이야기, 삶의 순간의 온도를 머금은 오브제를 선보인다. 하루하루 바쁘게 달려가는 우리에게 잠시 멈춤의 시간, 위로와 위안의 순간을 선사하는 작품들을 지금 살펴보자.
“디자인은 번역이다.”를 모토로 작품 활동을 전개하는 스튜디오 신유. 그들은 디자인이 세상을 연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작품을 만든다. 신유는 자연과 인위, 동양과 서양 등 반대되는 가치 속에서 보편적인 미감을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LIN 시리즈는 스튜디오 신유의 대표작으로 그들의 사유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가구이다. 한편, 오지훈, 윤원범 두 명의 작가로 구성된 스튜디오 이이는 작업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더하기보다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는 작업을 추구하며 주로 건축물이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다.
추상적인 사유를 직접적인 시각이나 촉각의 경험으로 전달하는 이채영 작가는 가구와 오브제 등을 통해 삶의 모습에 형태를 부여하고, 형태가 있는 것을 통해 새로운 태도를 제안한다. 공간의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쉘위댄스의 작업도 눈에 띈다. 가정용 장식품을 만드는 2인조 크래프트 아티스트 쉘위댄스는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접점이 만들어내는 정취에 관심을 둔다. 작가는 ‘미약한 기능을 가진’이란 범주 안에서 빛과 바람이 흘러가는 순간, 주변의 불완전한 상황들을 매듭지어 나가는 노동 집약적인 작업의 과정을 반복한다.
곡선 형상의 작은 오브제가 시선을 끈다. 바로 슬로렌스 김지은 작가의 작품으로 그는 우릴 행복하게 하는 작고 사소한 것에서 영감을 받아, 곁에 둘 수 있는 것들을 만든다. 꽃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화기, 링베이스를 통해 작가의 작업은 일상에 스며든다. 박나혜 작가의 도자는 따뜻한 색감과 자연을 닮은 텍스처를 통해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따뜻한 온도를 품은 그의 작업은 자연스럽고 실용적이다.
이 외에도, 사람의 손, 식물, 새 등의 주제를 중점적으로 탐구하여 주 매체인 세라믹으로 표현하는 하민지 작가, 그릇이나 사물이 이루는 안정적 규칙을 불안정하게 표현하며 내면의 긴장을 작품에 담아내는 이진선 작가, 구체적인 형태 없이 가변하는 현재의 사회에서의 개인이 느끼는 거대한 혼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에 자리 잡은 개인의 장소를 작품을 통해 표현하는 허이서 작가, 숙련된 국내 제작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컨템퍼러리 오브젝트를 선보이는 클리어비clear b, 새로운 사물을 들이면서 생기는 새로운 습관, 경험을 일상에 유도하는 작업 ‘제자리’ 시리즈를 전시한 스튜디오 유릴리 이은지 작가, 뜨거운 불에 녹인 유리를 입으로 불어 형태를 만드는 블로잉 기법으로 작품을 만드는 김동완 작가, 본래의 달 항아리에 유리, 스테인리스와 같이 다른 물성을 결합하여 새로운 조형 언어를 탐구하는 강민성 작가, 텍스타일 작업을 통해 자연의 형상을 표현하는 작업을 주로 선보이는 송승림 작가, 그리고 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관철하기 위해서 항상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며 이러한 시각을 물성 및 조형으로 표현하는 전치호 작가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품은 작품들이 공간을 채운다.
이처럼 작가들의 숭고한 노동력과 온기를 품고 공간에 놓인 사물들은 전에 없던 새롭고 감각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그 풍경은 일상과 동떨어진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쓸모를 가진 사물들로 만드는 아름다운 생활을 향한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풍경이다. 또한, 정원을 산책하듯 전시장을 거닐 수 있도록 개별 작품을 위해 섬세하게 조성된 공간은 단순한 화이트큐브 갤러리 이상의 감도 높은 순간을 선사한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과 일상에 필요한 오브제를 감상하고 삶의 감각을 확장하길 원한다면 본 전시를 만나보자. 전시는 오는 12월 30일까지.
사물의 온도 <Breathe In>
기간 | 2021.11.11~12.30
장소 | 부산광역시 수영구 좌수영로 135 크리에이티브센터 1층 오브제후드
운영시간 | 월, 수~일, 오후 1시~오후 7시(휴관: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