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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Nov 23. 2024

달뜬 마음이 차분해지는 평화롭고 소소한 공간, 티틸②

디자인 기업 아소도웍스,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공간지훈 협업 공간

 1편에서 이어지는 인터뷰입니다.


© dohwa studio(Do Hw’a)

— 군더더기 없는 공간 디자인이 인상적이에요. 직접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가구들도 눈에 띄고요. 특히 한국의 평상 문화를 모던하게 옮겨온 듯한 좌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티틸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명당이 좌식 자리입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있으면 빛이 천천히 움직이는 게 보여요.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득 담긴 명당이죠. 요즘에는 주로 반려동물들이 차지하고 있지만요. (웃음)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은 “편안하지 않아야 사유를 시작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의 말처럼 티틸도 인테리어 전반에 절제미를 담았어요. 공간을 채우는 가구들은 수직과 수평을 기본으로 디자인했죠. 편안함보다는 자세를 곧게 다잡을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최소한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게 의도한 거예요. 마냥 늘어지는 분위기는 저희가 추구한 공간이 아니거든요. 어쩌면 그다지 친절한 카페는 아닌 거죠. 

© Asodo Works

그렇다고 티틸의 의자가 허리를 망가트리지는 않습니다. 오래 앉아있어도 무리가 없어요. 바른 자세로 앉아 책 읽고 작업하기에는 최적의 의자입니다. 허리 디스크가 있는 제가 증명할 수 있거든요. (웃음) 이미 티틸을 찾은 많은 분도 공감하실 거예요! 테이블은 노트북이나 큰 책을 펼쳐도 될 만큼 넉넉한 크기로 제작했어요. 카공족에게 필수인 콘센트도 바닥에 충분히 매립했고요. 큰 창을 내어 낮에는 종일 빛이 가득하고, 저녁에는 간접 조명으로 눈이 피로하지 않도록 연출했죠.

© @thetextureof

— 티틸을 처음 선보인 후 1년이 흘렀습니다. 지금까지의 소회가 있다면요?

좌충우돌 명랑 생존기였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운영에 큰 문제는 없었어요. 다만,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오랜 시간 많은 업체를 브랜딩했는데 실제로 운영까지 진행을 해보니…. 얼마나 큰 에너지가 소모되는지를 온몸으로 경험했어요. 브랜딩이나 디자인을 진행할 때, 이렇게 될 거라는 나름의 확신을 두고 클라이언트에게 프레젠테이션합니다. 그런데 직접 카페에서 소비자와 접점을 가지니까 계획과 실제 운영에서 오는 간극이 꽤 컸어요. 오랜 시간 공들인 콘텐츠인데 반응이 싸늘하기도 했고요. 필요해서 만든 쿠폰이나 컵 같은 굿즈들은 되려 인기가 많더라고요.

© Asodo Works

디자인 회사 측면에서는 정말 많은 도움을 얻은 한 해였어요. 클라이언트에게 의견을 관철하려 할 때 좀 더 제 의견에 힘을 실어서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요? 기존에는 이렇게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속이거나 당당한 척하기도 했다면, 이제는 아닌 것 같은 것은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을 얻은 거죠. 이전 모습이 거짓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오로지 예측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으니까요. 이제는 실질적인 경험에서 얻은 사례를 기반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게 됐죠.

© dohwa studio(Do Hw’a)

— 저는 주말 낮에 티틸을 방문했어요. 랩톱으로 개인 작업하는 사람부터 소소하게 담소 나누는 단체 손님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티틸에서 주말을 보내는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로 어떤 분이 카페를 찾아주고 있나요?

‘카공’으로 유명한 카페가 됐어요. 근처에 대학교가 2개나 있다 보니 학생분들이 주로 찾으시죠. 그리고 요즘 노키즈존을 표방하는 카페가 많더라고요. 저희는 ‘NO’하는 영역이 없거든요. 그래서인지 엄마와 아이들도 종종 찾아주시고요. 반려동물과 오는 분도 많으세요. 플레이리스트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낮과 저녁 시간별로 음악 선곡을 다르게 하고 있거든요. 이를 알아봐 주시고, 음악 감상하러 오는 손님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요. 나름 뿌듯한 포인트 중의 하나입니다. 

© Jackson Chameleon

— 대표적인 메뉴가 있다면요?

공들여 만든 메뉴 세 가지가 있어요. 시그니처인 투유커피와 아이스 라떼, 그리고 밀크티입니다. 투유커피는 아인슈페너의 일종이라고 보시면 돼요. 고소하고 진한 에스프레소에 100% 생크림만 사용해서 만들고 있어요. 거기에 비정제 설탕을 뿌려서 오독오독한 식감까지 추가했어요. 메뉴를 개발할 때 직원들이 휘핑크림을 써야 단가를 맞출 수 있다고 생크림 사용을 극구 반대했어요. 고심 끝에 생크림만 썼을 때의 그 맛이 도저히 잊히지 않아서 반대를 무릅쓰고 감행했습니다. (웃음) 휘핑크림은 이상하게 혀에서 따로 노는 미끈거림이 있더라고요. 아인슈페너가 과거에 마부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마셨던 커피라고 해요. 공부하고 작업하다 한잔했을 때 에너지를 줄 수 있도록 고심했죠.  아이스 라떼도 자랑하고 싶어요. 산미 없이 고소하고 진한 라떼를 내어드리고 있습니다. 

© Asodo Works

밀크티는 냉침으로 매일 밤 우려내고 있어요. 냉침으로 밀크티를 우리면 홍차 잎의 향을 풍성하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향이 풍부한 대신 홍차 특유의 쌉쌀한 풍미를 완전히 빼내지 못하죠. 그래서 3종의 잎 차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하고 용량을 3배로 늘렸어요. 그제야 향과 풍미가 진하게 배어 나오더라고요. 메뉴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발한 아이입니다. 매일 같이 꼬박 20시간을 들여야만 맛과 향이 제대로 담겨 나오는지라 애정이 가장 큰 메뉴에요. 워낙 품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마진율이 너무 낮아 메뉴에서 뺄까도 생각했는데…. 마니아분들이 많이 생겨서 이 악물고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웃음)

© Sensitivity_snap

— 향후 티틸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일단은 살아남아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잖아요. 다행히 첫 일 년간은 정말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셨어요. 수유에 이런 공간이 없어서이기도 할 테고요. 살아남았고 마이너스 없는 운영이 가능해졌으니, 올해부터는 조금씩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해 보려 합니다. 특히 저희가 굿즈 디자인에 진심이거든요. 티틸의 색채를 담아, 혼자 공부하는 사람과 책 읽고 사유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굿즈를 선보이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어요.

© dohwa studio(Do Hw’a)

현대인에게 커피만큼 고관여 상품이 또 있을까요? 올해는 지금의 커피 맛을 유지하면서 원두 종류를 한두 개 더 추가할 계획도 있어요. 디자인에서는 여러 시안을 주는 것보다 딱 두 개의 시안을 주는 게 더 좋거든요. 시안이 많다는 것은 디자이너가 작업물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에요. 고객 입장에서는 눈앞에 다양한 선택지가 놓이면 무엇이 가장 좋은 선택일까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혹여 잘못된 선택을 할까 두렵기도 하고요.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상대가 선택에 드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게 해주는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이너라 생각해요. 같은 맥락에서 커피도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안 한 가지를 골라 선보였습니다. 올해는 여기에 시안을 하나 더 추가할 계획인 거죠.

© Jackson Chameleon

— 티틸을 찾는 사람들이 어떤 기억을 안고 돌아가길 바라세요?

티틸을 떠날 때, 고요하고 편안하고 그래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선 커피와 술, 디저트도 아주 중요한 매개가 될 테니 저희도 계속해서 더욱 신경 쓸 테고요. 


티틸

주소 | 서울 강북구 노해로 42 2F

운영 시간 | 12:00-22:30 (매주 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 @ttyl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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