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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Nov 23. 2024

달뜬 마음이 차분해지는 평화롭고 소소한 공간, 티틸①

디자인 기업 아소도웍스,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공간지훈 협업 공간

서울의 북부와 중부를 잇는 교통요지라는 사명감을 안은 수유는 언제나 차와 사람으로 가득하다. 이 동네의 복작복작하고 왁자지껄함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세련되고 감각적이라기보다는 거칠고 투박한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지역이다. 

© dohwa studio(Do Hw’a)

디자인 기업 ‘아소도웍스’,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공간지훈‘의 협업으로 탄생한 공간 ‘티틸’은 수유에 작은 틈을 만든다. 균열을 만드는 틈이 아닌, 지역의 부산스러운 풍경을 품을 수 있는 틈이다. 아소도웍스 안휘석 대표의 말처럼 “달뜬 마음이 차분해지고 소란한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평화롭고 소소한 곳”이 다름 아닌 티틸이다. 수유에는 확실히 없던 공간. 티틸이 지역에 낸 작은 틈은 금세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문을 연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은 저마다의 목적으로 이곳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담소를 나누고, 작업을 하며, 커피와 위스키를 마시고, 사색에 잠겨 음악을 듣는다. 


오픈 후 1년이 흐른 지금, 티틸이 살아남았음에 감사하며 다음의 여정을 그리는 디자인 기업 아소도웍스, 카페 티틸의 안휘석 대표를 만나 브랜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with 안휘석 아소도웍스·티틸 대표


— 티틸은 어떤 공간인가요?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복작복작한 동네 수유에 쉴 수 있는 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잠시 마음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곳. 달뜬 마음이 차분해지고 소란한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평화롭고 소소한 곳. 거기에다 낮에는 고소한 커피, 해가 지면 위스키 한 잔 홀짝 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한 공간이 티틸이죠.

© Asodo Works

— 티틸은 무엇보다 디자인 기업 아소도웍스,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공간지훈의 협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두 스튜디오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됐나요? 

카페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레퍼런스를 수집했어요. 우리가 원하는 톤 앤 매너를 찾아 헤매는 즐거운 스트레스였죠. 맘에 드는 걸 찾아 하나 둘 추릴 때마다 여지 없이 공간지훈이 교집합으로 계속 모이더군요. ‘그러면 일단 가서 만나보긴 해야겠다.’ 생각하고 바로 연남동 사무실을 찾았어요. 큰 소리로 우리가 꿈꾸는 카페의 콘셉트와 방향을 전했습니다. 그리고선 모기 소리로 예산을 이야기했어요. (웃음)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항상 한정적이잖아요. 사유할 수 있는 곳, 쉬어갈 수 있는 틈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 큰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에 인테리어에 많은 비용을 확보할 수 없었어요. 예산이 적으면 난색을 보이기 마련인데 공간지훈 대표님은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예산이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 구상하면 된다고 쿨하게 이야기 해주시는데 그게 어찌나 고맙고 힘이 되던지. 무척 감사했어요.

© Asodo Works

카페 하나를 론칭하는 데도 정말 많은 의사 결정이 따릅니다. 심지어 불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되는 결정을 해야 하니 항시 날이 서 있기 마련이죠. 그렇지만 공간지훈 대표님은 언제나 시원시원하세요. 어떤 변수가 생기든 거기에 맞춰서 작업하면 된다는 스타일이었죠. 공간지훈의 아웃풋을 보면 분명 예민하고 섬세하고 날카로워야 하는데 말이죠. (웃음)

© @bazaryun

— 티틸을 기획하며 개성 강한 두 스튜디오의 역할은 어떻게 구분됐나요?

콘셉트와 방향성, 내부 브랜딩은 아소도웍스가 작업했어요. 인테리어 디자인은 공간지훈에서 담당했고요.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전, 충분히 저희의 콘셉트와 방향을 공간지훈에 설명했어요.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함께 방향성을 정한 후에는 각자의 작업물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 Asodo Works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클라이언트와 작업 전에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본격적인 디자인에 들어가면 일절 터치하지 않고 결과물을 존중하며 수정 보완할 때 항상 좋은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반면에 클라이언트가 디자인에 간섭하면 할수록 산으로 가는 프로젝트를 많이 경험하기도 했고요. 항상 고객을 상대로 일하다가 이번에는 저희가 클라이언트가 됐으니, 서로의 영역을 온전히 존중하며 진행했습니다.

© Asodo Works

— 좀 더 구체적으로 티틸의 브랜드 디자인 스토리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티틸TTYL은 ‘TALK TO YOU LATER’의 줄임말이에요.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 하자'는 뜻이죠. 영미권에서는 전화로 실컷 수다를 떤 후에 만나서 자세히 얘기하자고 문자로 ‘TTYL’을 보내곤 해요. 영어로는 귀엽게 보이던 단어가 우리말로는 되려 차분하고 고요해지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브랜드 명으로 정했어요. 앞서 말했지만 고요하게 사유하고 묵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수유에 우리만의 조용한 틈을 하나 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물리적인 소리를 없애자는 의미는 아니에요. 꼭 조용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 있잖아요. 그런 공간을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다 보면 마음속 기준이나 정렬이 흐트러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보통 책을 읽으면서 정렬 맞추기를 하는데, 이게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더라고요.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주는 공간으로서 티틸이 기능하길 바랐습니다. 달뜬 마음이 차분해지고 소란한 마음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곳. 분명 사람들도 이런 공간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massissnngeo

— 서울에서 소위 핫 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지역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수유리에 공간을 오픈한 이유가 궁금해요. 

수유는 연남동, 한남동, 성수동 같은 핫 플레이스와 결이 확실히 다릅니다. 서울 북부와 중부를 잇는 교통요지여서 항상 차와 사람으로 가득해요. 낮과 밤 내내 네온사인이 반짝이고요. 다양한 욕망이 나 좀 보라며 소리치죠. 뭐든지 바쁘게 정신 없이 돌아가는 동네에요. 그래서인지 티틸 같은 곳을 찾기 힘들었어요. 실은 뭔가가 없다면 거기엔 다 명확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그런 게 있으면 꼭 한번 도전하게 되더라고요. 핫 플레이스에는 많지만 수유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공간을 선보이고 싶었죠. 아마 누군가에겐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을 거예요.

© dohwa studio(Do Hw’a)

—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에 티틸이 들어온 것 같던데요. 연둣빛의 낡은 외관과 티틸 내부의 세련된 분위기가 극명한 대조를 이뤄 놀랐어요.

두 가지 기준으로 카페 자리를 알아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햇빛이 가득하고, 두 번째로는 넓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건물이길 바랐어요. 티틸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려면 이 두 가지 요소는 반드시 확보되어야 했거든요. 두 조건을 만족하는 곳을 찾기 위해 많은 품을 들였죠. 그러다가 지금의 자리를 발견했고, ‘여기가 딱 맞는다!’ 생각했어요. 세련된 건물보다 이상하게 이 낡은 건물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기존 구조를 철거하면서 건물 벽에 켜켜이 쌓인 흔적을 발견했는데요. 미용실, 당구장, 중국 마사지 가게. 지금의 티틸이 되기 전까지 건물에 새겨진 흔적이죠. 이런 얼룩도 건물에 애정을 더하는 이유가 됐습니다. 철거하느라 죽을 고생 했지만요. 

© dohwa studio(Do Hw’a)

거리도 딱 적당했어요. 수유역에서 티틸까지 걸어와 보면 아실 거예요. 딱 저희 카페가 있는 골목 앞에서부터 동네가 조용해져요. 그전까지는 왁자지껄한 술집 거리인데 말이죠. 이것도 마음에 드는 레이어라 생각했습니다. 나만의 아지트까지 가기 위한 물리적인 거리도 중요하거든요. 주변에서 티틸이 중심 상권에서 너무 벗어난 거 아니냐며 우려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처음부터 우리를 알리는 카페로 기능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찾아내는 공간, 찾아가는 공간으로서 기능해야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간판도 두지 않았습니다. 티틸 주변은 크고 밝은 간판들로 가득하거든요. 여기에 간판을 더해봐야 큰 의미 없다고 바라봤죠.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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