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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Jul 01. 2024

거리 전체를 호텔로 만든 숙소, 하나레

지역 문화를 더 깊이 있게 누리는 방법을 제안하는 공간

하나레의 리셉션이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하기소의 외관 | ©HANARE

모든 것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동네 야나카에 위치한 숙소 ‘하나레’. 이곳은 근사한 수영장, 세련된 레스토랑, 쾌적한 헬스장 등 고급 호텔이 내세우는 편의시설을 하나도 갖추고 있지 않다. 실질적으로 투숙객이 숙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방, 공동 화장실, 그리고 샤워장이 전부. 게다가 오래된 목조 건물을 리모델링한 하나레는 방음에도 취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머물고자 하는 이들은 끊이지 않는다. 도대체 숙소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계속해서 이곳을 찾게 만드는 것일까?

야네센 거리 | ©HANARE
야네센 거리 | ©Kunhee Lee

호텔과 게스트하우스의 개념 사이를 부유하는 하나레는 관광객이 동네를 마치 지역 주민처럼 누릴 수 있도록 숙소가 위치한 야나카 거리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가정한다. 예를 들어, 조식은 하나레와 1분 거리에 있는 하기카페에서, 호텔 레스토랑은 지역의 맛집에서, 그리고 하루의 피로는 호텔 욕실이 아닌 동네의 목욕탕에서 해결하는 식이다. 

하나레 콘셉트 | ©HANARE
지역의 가정식으로 조식을 즐길 수 있는 하기카페 | ©HANARE

야나카를 포함한 네즈, 센다기 지역은 일명 ‘야네센'이라 불리는데 이곳은 옛 도쿄 서민가의 정취가 잘 남아있어 느릿느릿 골목을 산책하며 특색 있는 상점, 미술관, 그리고 사원을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다. 하나레는 투숙객이 야네센 로컬 라이프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도록, 체크인 시 지역의 흥미로운 콘텐츠를 그들의 관점으로 편집한 ‘오리지널 맵’을 전달한다. 한 손에 들어오는 병풍 접지 형태의 종이 지도는 일종의 큐레이션 맵으로 하나레를 다른 숙박업소와 차별 짓는 그들의 가장 큰 재산이라 볼 수 있다.

지역을 큐레이션 한 하나레의 오리지널 맵 | ©HANARE

실제 필자가 하나레에 이틀간 머물며 지역을 경험했던 시간 일부를 소개한다. 우선 투숙객이 잠을 자는 숙소 건물과 체크인을 하는 리셉션 건물 자체가 걸어서 1분 거리에 따로 위치한다. 리셉션은 카페와 갤러리, 아틀리에가 있는 복합문화공간 ‘하기소’ 2층에 있다(하기소는 하나레의 운영 주체이기도 하다). 이곳의 리셉션은 단순히 체크인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방문객은 체크인과 동시에 리셉션 앞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스태프에게 지역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기자는 스태프와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오리지널 맵을 바탕으로 가볼 만한 스팟에 관한 조언을 얻었다. 특히, 하나레가 제작한 동네 지도의 앞뒷면은 각각 오전에 가볼 만한 장소와 오후에 가볼 만한 장소로 나뉘어 있어 여행의 설렘을 더한다.

리셉션 | ©HANARE
스태프에게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듣는 리셉션 앞 라운지 | ©HANARE

체크인 후에는 스태프와 함께 숙박 건물로 이동하게 된다. 숙소는 기존에 공동주택으로 사용되던 목조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공간 곳곳에 옛것의 흔적과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스태프의 안내로 숙소에 짐까지 풀면, 길었던 체크인 시간이 끝난다. 

전통 목조 건물의 흔적과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숙소 | ©HANARE
하나레 어메니티, 원목 상자를 제외한 어메니티는 기념품으로 가져가도 된다. | ©HANARE
하나레와 연계된 자전거 스토어 ‘도쿄 바이크' | ©HANARE
하나레와 연계된 자전거 스토어 ‘도쿄 바이크' | ©HANARE

야네센 지역을 여행하기에는 자전거만큼 훌륭한 교통수단이 없기에 기자는 먼저 숙소와 연계된 자전거 매장 ‘도쿄 바이크’로 걸어가 자전거를 렌트했다. 도쿄 바이크는 감성적인 디자인과 높은 품질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브랜드다. 두 바퀴를 굴리며 하나레에서 소개한 동네의 특색 있는 상점과 미술관을 어슬렁어슬렁 둘러본 후, 카페 CIBI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나른한 휴식을 취했다. CIBI는 호주 멜버른에도 지점이 있는 카페로서 브런치, 수공예 기반의 디자인 상품, 맛 좋은 커피 그리고 모던한 분위기로 이미 많은 사람이 머물다 가고 있었다.

지역 카페 ‘CIBI’ 전경 | ©CIBI
지역 카페 ‘CIBI’ 내부 | ©Kunhee Lee

해가 진 후, 필자는 하나레와 연계된 4개의 목욕탕 중 하나인 ‘아사히 유’를 찾아,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목욕탕인 이곳은 실제로 수많은 지역 주민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며, 하나레 이용객은 무료로 1회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아사히 유는 평균 욕탕의 온도가 42~43도로 목욕탕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이 몸을 담그기에는 난이도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하나레 스태프는 목욕 경험이 없는 관광객에게는 조금 더 낮은 온도의 탕을 갖춘 곳을 추천한다고 한다. 필자는 목욕 후, 동네 술집으로 이동해 시원한 생맥주와 교자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마치 지역 주민처럼.

지역 목욕탕 ‘아사히 유' 외관 | ©Kunhee Lee
하나레 스태프가 추천하는 현지 목욕탕을 즐기는 방법: 목욕이 끝나면 시원한 우유로 갈증을 푼다! | ©Kunhee Lee
동네 술집에서 마시는 생맥주와 교자 | ©Kunhee Lee

이처럼 지역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관광객이 로컬 라이프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 동네 전체를 호텔의 요소로 만드는 것이 하나레가 지향하는 새로운 숙박의 형태다. 객실 수가 5개에 불과한 이 작은 숙소가 콘텐츠의 힘으로 야네센을 더욱 매력적인 지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투숙객의 50% 정도가 내국인일 정도로 그들의 실험은 이미 현지인에게도 새로운 여행의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나레는 계속해서 지역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그들과 함께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하니, 야나카의 작은 숙소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지도에 채워 나갈지 더욱 궁금해진다. 하나레 오리지널 맵에 소개되는 스팟은 오직 투숙객에게만 제공되는 것으로 공간을 직접 방문해 그들이 제안하는 로컬 라이프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야네센의 노을 | ©HANARE
©Kunhee Lee

하나레

위치 | HAGISO, 3-10-25 Yanaka, Taito-ku, Tokyo

홈페이지 | http://hanare.hagis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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