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p
현대미술 작품하면 자연스럽게 그것이 놓인 ‘화이트 큐브’ 공간이 떠오른다. 화이트 큐브는 오로지 작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공간이다. <더 스크랩>, Sasa[44] 개인전 <엉망> 등 공간 관련 기획⋅설계⋅시공을 진행한 픽건설이 주최 및 기획하고 지난 11월 22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열리는 ‘콘셉트 스토어 <pr,op>’은 순백의 공간에 놓여 있던 현대미술을 우리의 일상에 맞닿은 생활 공간으로 불러들인다.
<pr,op> 네이밍은 공간의 밑칠 페인트와 불투명도를 뜻하는 primer, opacity를 의미한다. 본 콘셉트 스토어는 현대미술을 베이스로 하는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작가의 작품, 작품과 연결된 가구와 소품, 그리고 쇼룸에 어울리는 오브제들을 소개하고 판매한다.
쇼룸에 들어서면 보이는 대부분의 오브제, 가구 페인팅들은 실제 구매 가능한 작품들로 ‘픽건설, 취미가, 휘슬, 드로잉룸, 원룸, 식물 상점, 프런트 데스크’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 아트 기반 브랜드가 엄선한 작품과 오브제로 가득하다.
공간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된다. 웜톤의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1층은 페인팅 작품과 그에 어울리는 가구가 조화를 이루며 감각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PSSV파츠서브와 정현 작가가 제작한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추미림 작가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푸른색의 픽셀 의자에 앉아 쉘위댄스의 잡초 꽂이 오브제를 사이에 두고 차를 마셔보자. 프런트 데스크에서 셀렉한 빈티지 무드의 60년대 독일 테이블 램프와 식물상점이 소개하는 유칼립투스 역시 멋스럽다.
2층은 공간 전체가 김동희 작가의 작업이다. 공간을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는 공간에 가상의 대합실을 포개어 두면서 차가운 인상의 <pr,op> 쇼룸과 텅 비어 누군가 떠난 자리를 기다리는 듯한 공간 작업물을 설치했다. 또한, 김희천 작가의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사진 작업 <$105-1>과 김경태 작가의 주사위 사진 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부대 프로그램 또한 주목할 만하다. 미술계와 패션계를 오가며 흥미로운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할로미늄HALOMINIUM’의 주최로 다원 예술 전시이자 공연 <I WISH I HAD A FRIEND LIKE ME>을 기념하는 동명의 책 발간 행사가 지난 12월 7일부터 8일까지 열렸다. 또한, 여성 창작자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을지로의 ‘나이스숍’ 팝업 행사가 지난 12월 1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됐다.
한편, 오는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는 다양한 식물과 꽃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식물 큐레이팅 브랜드 ‘식물상점’에서 <pr,op>에 크리스마스에 앞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한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화분 식물들을 제안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 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를 판매한다. 또한, 식물상점이 가진 노하우에 자신의 취향을 곁들여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는 리스를 만들어보는 나만의 리스 만들기 워크숍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태원 용산구청 뒤 편의 작은 건물에서 이렇게 많은 아티스트가 참여해 예술을 더욱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2019년 연말, <pr,op>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다채로운 작품을 경험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근사한 선택이 될 듯하다.
pr,op
기간 | 2019년 11월 22일~12월 31일
운영시간 | 12:00~19:00(월, 화 휴무)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14길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