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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Jul 20. 2024

1.5층의 2평 공간에서 전하는 감도 높은 식물 생활

파도식물

전시, 스타일링, 상품 판매, 컬래버레이션 등 식물을 매개로 예술, 상업 분야에 신출귀몰 등장하는 파도식물은 마치 홍길동 같다. 의미와 개성을 모두 담은 작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그들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파도식물이 선보이는 쇼룸 ‘파도식물1.5’는 2평 남짓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시각적 여운을 남기는 점에서 그들이 전개해온 작업을 그대로 닮았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험하며 변화를 멈추지 않는 파도식물 복창민, 조미은 크리에이터를 통해 가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파도식물1.5 쇼룸_2019 | ©파도식물


Interview with 복창민, 조미은

파도식물 공동 대표


-크리에이터 듀오 ‘파도식물’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파도식물은 식물, 자연을 매개로 예술, 상업 경계 없는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크리에이티브 듀오다. 상품 판매, 조경, 공간 연출, 전시 기획, 컬래버레이션 등 식물과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하며, 한남동에  작은 식물 쇼룸 ‘파도식물1.5’를 운영하고 있다. ‘파도식물’은 바람을 타고 바다에 떨어져, 파도로 바다를 건너는 모감주나무에 영감을 받은 네이밍이다. 파도와 식물이 만나 이루는 일처럼 만나는 이들과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는 것이 우리 활동의 모토다.

파도식물1.5 쇼룸_2019 | ©파도식물

-파도식물 내에서 두 대표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나?

아이데이션, 구매, 설치 등 식물과 관련한 일에서는 대부분의 일을 함께한다. 역할이 나뉘는 일은 한 사람은 운전과 글을 담당, 또 한 사람은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파도식물 전시 팝업_2016 수중전水中展 | ©파도식물

-2평 남짓한 파도식물 쇼룸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시각적 잔상을 남긴다. 가게의 전반적인 콘셉트가 궁금하다.

작업의 실용성과 가드닝에 유리한 환경도 중요하지만, 공간 자체가 가지는 매력이나 흡입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1층도, 2층도 아닌 1.5층의 2평 남짓 공간. 씨앗이 도착한 곳에 고민 없이 뿌리내려 살 듯 시작한 기억이 난다. 제일 처음 구상한 공간 콘셉트는 (손님이 가리키면 주인이 툭 내어주는) ‘80년대 영화관 매점’. 지금은 모습이 조금 다르다.

mmmg에서 진행한 수경재배 클래스의 vase  | ©파도식물
화기의 형태와 질감을 실험한 프로젝트 ‘BLUE FOAM SERIES’ | ©파도식물

-쇼룸에서 선보이는 식물 중 네이버 디자인 독자들에게 연말의 무드에 잘 어울리는 식물을 추천해달라.

조화로 된 트리라면 25일 이후, 창고에 다시 넣으면 되지만 식물은 우리와 집을 공유해 살아가는 생물이다. 우리는 가급적 식물을 추천해 드리지 않는다. 대신 당신 눈에 가장 아름다운 것을 고르라고 말씀드린다. 마음에 들고 예뻐야 이름도 찾아보고, 오래 함께할 방법도 공부하는 법이니까. 서울의 많은 건물 환경이 가드닝에 유리하진 않지만, 사람이 배려하면 식물도 적응한다. 참고로 파도식물 쇼룸은 빛이 거의 들지 않는 공간이다.

 <resolt blue> 2019 | ©파도식물
지난 6월 진행된 패션 브랜드 KUHO와 파도식물의 콜라보 전시 <리조트 블루> | ©파도식물
구호 전시 시즌 개발된 터널 팟(tunnel pot)은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 중이다.  | ©파도식물

-파도식물은 쇼룸 외에도 전시, 스타일링 등 다채로운 프로젝트에서 선보이는 감각적인 작업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선사해왔다. 에디터 개인적으로는 지난 2018년 연말,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카바 라이프 팝업 스튜디오>에서 파도식물이 ‘식물을 사는 우리의 기분'이라는 유쾌한 주제로 선보인 작품 <ca-vangvang>이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크리에이터로서 파도식물이 영감을 얻는 방법이 궁금하다. 

기본적인 메시지와 시각적 표현방식은 식물을 다루며 우리가 겪은 일상 경험과 감정에서 출발한다. <ca-vangvang> ‘식물을 사는 우리의 기분' 은 정적인 식물 곁에서 방방 뛰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우리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오랫동안 찾아오던 식물을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뻤던 기분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카바 라이프 팝업 스토어>에서 선보인 파도식물의  | ©파도식물

2019년 5월 일민미술관 <Dear Amazon>전의 <GREEN HUG> 역시 같은 결의 작품이다. 만원 엘리베이터를 맞닥뜨린 사람들의 감정을 ‘그 사람들이 모두 식물이라면 어떨까?’라는 상상으로 표현했다. 우리는 배송을 하러 가면 다수의 식물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곤 한다.

배송 중 엘리베이터 안에서, 농장을 다녀오는 차 안에서. 식물과의 일상 | ©파도식물
지난 5월,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전에서 선보인 작품  | ©파도식물

-파도식물의 작업을 보면 특히 파란색으로 채색된 화분과 돌이 눈에 띈다. 쇼룸 역시 푸른 빛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이러한 파도식물만의 시각적 이미지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 

2015년 오픈한 효창동의 첫 번째 플랜트 스튜디오는 ‘마조렐의 정원’에서 영향을 받았다. 파도와 식물, 블루와 그린의 충돌에서 오는 그 느낌에 애착이 갔고, 지금도 블루는 우리가 좋아하는 연구 대상이다. 레퍼런스보다는 평소 식물을 다루면서 둘이 느꼈던 경험을 공유하고, 이미지로 풀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것이 쇼룸에 많이 반영되는 것 같다.


식물을 다루지만, 알면 알수록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다. 스스로 스타일에 갇히기보다는 공부, 실험하며 앞으로도 더 변화하고 싶다. 많은 분이 인테리어 요소라 생각하시는 파도식물1.5의 푸른 불빛은 식물 성장 등이다. 식물은 빛의 스펙트럼 중 대체로 적색, 청색을 흡수하는 편이라 식물 LED 전구는 보랏빛을 띤다. 참고로 최근에는 일반 조명 색의 식물 LED 전구도 판매된다. 채광이 아쉬웠던 가드너 분이라면 하나쯤 추천해 드리고 싶다.

파도식물이 소개하는 식물들 | ©파도식물

-‘식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짧은 글을 파도식물 공식 SNS에서 봤다. 파도식물의 식물을 대하는 태도를 묻고 싶다.

우리가 입고, 먹고, 생활하는 대부분이 식물에서 출발한다. 감사함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크다. 파도식물은 판매자의 입장이니 당연히 식물 생활을 권하지만, 자연 앞에 겸손함, 환경에 대한 경각심도 길 아래에 핀 작은 풀의 관심, 친구에게 선물 받은 식물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괴롭기 위해 식물을 가꾸는 사람은 없다. 조바심도, 떠나보낸 안타까움도 결국 식물과 가까워지기 위한 우리 노력이자 과정이니 식물과 함께하는 나를 가볍게 즐기시길 바란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를 살짝 귀띔해준다면? 

많은 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 식물을 발견하면 가끔 게릴라 이벤트를 진행한다. 작년은 무화과나무 100그루, 올해는 블루베리 묘목 200그루를 판매했다. 사람들의 공간에 ‘작은 나무’가 한 그루씩 있는 상상을 했다. 파도식물은 손님들과 식물로 이어져 간다. 작은 수확의 기쁜 소식, 분갈이를 하는 것도, 잎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모두 안부 인사이자 대화의 소주제들이다. 건물 옥상에서 진행한 첫 번째 게릴라 당일은 비가 내림에도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준비한 막걸리와 떡도 나누는 등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남동 옥상에서 우산을 쓰고 꼼꼼히 나무를 고르는 모습은 낯설었지만, 파도식물이 생각하는 식물을 고르는 귀여운 모습이었다. 슬픈 표정으로 식물을 고르는 사람들은 없다. 지금도 그때가 생각난다며 종종 이야기를 듣곤 한다. 다가올 2020년은 서울이 아닌 곳에서 식물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가까운 시일 SNS에 공지가 올라갈 예정이다.

무화과나무가 가득한 옥상, 나무를 고르는 사람들. 첫 게릴라 이벤트 ‘무화과수원' | ©파도식물

-최근 주목하고 있는 이슈 또는 고민하는 화두가 있는지.

드넓은 초원을 이동하며 살아가던 인류에게 ‘공간’이라는 개념이 생긴 역사는 길지 않다. 많은 건물과 건물을 오가며 생활하는 우리는 빛, 물, 벽 모든 것이 충족된 공간에서도 알 수 없는 삭막함과 허전함을 느낄 때가 많다. 파도식물은 이것을 나무를 향한 인간의 근원적인 그리움이라 생각한다. 앞서가는 기술과 혁신의 속도에도 여전한 사람들의 ‘불안’에 관심이 많다.

파도식룸1.5 쇼룸_2018 | ©파도식물

-마지막으로 쇼룸의 운영 시간을 정리해달라.

평일, 주말 14:00~20:00(월요일 휴무)가 기본이다. 사정이 있을 때는 SNS에 공지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오시는 걸음 헛되지 않도록 방문 주실 때 DM으로 문의를 부탁드린다.


파도식물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0 1.5층

운영 시간 | 평일, 주말 14:00~20:00(월요일 휴무)

공식 SNS |@padosilkmul

이메일 | padosikm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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