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n Jul 20. 2024

간결한 삶을 제안하는 가구 디자이너의 카페

MMML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겸 카페 MMML은 Much More Much Less(조금 더, 더 적게)의 약자이다. 브랜드 이름이 곧 그들의 철학인 것. 카페는 단출한 메뉴부터 공간 디자인까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간결한 삶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덜어냄으로써 더 큰 가치를 만드는 MMML. 공간을 운영하는 정재훈 디자이너와 가게의 이야기를 나눴다.

©MMML


Interview with 정재훈

MMML 대표


가구 쇼룸 겸 카페 MMML을 운영하는 정재훈 디자이너의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디자인으로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대학원에서 사람과 사물에 대해 연구하는 인터랙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UX와 서비스 디자인을 접하며 사람, 제품,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때부터 가구 디자인과 커피를 시작했다. 벌써 7년 전 일이다.

MMML 내부 | ©MMML

Much More Much Less(조금 더, 더 적게) 약자인 브랜드 이름에서 정재훈 디자이너의 철학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네이밍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완벽한 것은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뺄 것이 없을 때라고 한다. 생텍쥐페리의 말이다. 이렇게 쉽게 미니멀리즘을 설명하는 말이 또 있을까? 나는 본래의 목적을 제외한 모든 것을 걷어냈을 때 큰 만족감을 느끼며, 그 순간 비로소 완벽해짐을 느낀다. 물론 욕심 때문에 붙들고 안 놓아 문제일 때도 있지만. ‘Much more much less’는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명언인 ‘Less is more’나, 디터람스Dieter Rams의 ‘Less but better’ 같은 뜻으로 MMML을 봐주셨으면 해서 만든 브랜드 네임이다.

MMML 내부 | ©MMML

카페는 마치 갤러리의 화이트 큐브 공간에 들어온 듯,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어떤 콘셉트로 디자인되었나?

디자인 콘셉트라 하면, 미니멀리즘이다. 요즘은 미니멀리즘이란 단어가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어서 안타깝지만.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새하얀 공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공간에 들어왔을 때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 원목 가구를 만지는 순간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 그것을 손으로 쓸어 만질 때 나는 소리, 잘 로스팅된 원두의 깊은 향, 디저트를 굽는 오븐에서 풍기는 좋은 냄새, 커피를 마실 때 느껴지는 향미. 이런 요소들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장식적 요소를 모두 제거했다. 또한, 소재 등을 단순하게 배열해 손님이 가구를 경험하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MMML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외부 전경_가로수 뒤의 MMML | ©MMML

부산 강서구 명지동. 부산의 소위 ‘핫한’ 지역이라고는 볼 수 없는 곳에서 공간을 운영한다.

10살 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20살에 학업을 위해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그동안 부모님은 계속 부산에 계셨는데 그 이유로 어쩌다 보니 다시 돌아와 첫 시작을 부산에서 하게 됐다. 부산에 시도된 적 없는 색다른 경험을 만들고 싶기도 했다. 또한 브랜드라는 것이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확장할 수 있으니까. 나중에는 지리적 위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다.

매일 직접 만드는 디저트 | ©MMML
정재훈 디자이너가 영국 유학 생활을 떠올리며 만든 밀크티 | ©MMML
어나더커피와 쿠키 | ©MMML
얼그레이파운드케이크, 레몬파운드케이크, 레몬레몬스파클링 | ©MMML

단순히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카페라고 부르기 아쉬울 정도로 MMML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모두 정재훈 디자이너의 손길이 담긴 것인가? 

모두 내가 만든 메뉴들이다. 궁금하면 꼭 경험해봐야 해결되는 성격이라 모든 것을 독학했다. 오랜 자취 생활로 요리에 취미가 있긴 하지만, 베이킹과 커피는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 많은 시간을 들여 익혔다. 그중 가장 애정하는 메뉴는 파운드 케이크와 밀크티. 애정한다기보다 사연 있다는 게 맞을 듯하다. 밀크티에는 돈과 시간이 없었던 영국 유학 생활의 기억이 담겨있다. 당시 끓인 물에 밀크티 티백을 우린 후, 찬 우유와 갈색 설탕 한 스푼을 넣어 아침 식사 대용으로 영국식 밀크티를 마시곤 했다. 메뉴 이름도 실제 런던 지명이다. 파운드케이크는 가장 단순한 디저트라고 보면 되는데, 알다시피 단순한 것이 제일 어렵다. 파운드케이크 책 스무 권 정도를 사서 내 기준으로 완벽한 맛이 나올 때까지 시도했다. 6개월은 걸린 것 같다.

2층 편집숍 | ©MMML

공간에서는 카페 외에도 비믹스 스튜디오 등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도 소개한다.

현재 편집숍에 입점한 브랜드 대부분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의 브랜드이다. 같은 미술 학원에 다녔던 친구들이 계속 디자인을 하고 있어 꽤 뿌듯하기도 하고, 그들이 하는 여러 분야의 작업을 보며 존경과 위안을 삼는다.

다양한 각도에서 가구를 살펴볼 수 있는 사선 벽면 | ©MMML

카페 2층 사선 벽면에 설치된 원목 스툴은 공간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가장 상징적인 스폿일 듯하다. 특히 육각형 스툴이 인상적인데 디자인에 담긴 이야기도 궁금하다. 

가구가 아름답거나, 비율이 좋거나 하는 것은 사실 나중의 문제다. 가구는 기본적으로 튼튼해야 한다. 구조가 튼튼해지려면 변(선)의 각도와 그 개수가 중요하다. 스툴의 다리 3개를 각각 120도로 돌려, 각 다리의 꼭짓점이 한곳으로 모이게 했고, 스툴 좌판은 앉았을 때 가장 취약할 수 있는 부분에 변을 추가해 육각형이 되었다. 발을 가장 편하게 놓을 수 있는 곳에는 아치형 받침을 더했다. 가운데로 쭉 내려오는 육각형 기둥은 앞서 말한 모든 부분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큰 구조와 형태를 잡은 후, 비율이나 사용성을 수정 보완하며 디자인한다. 현재 MMML의 사선 벽면은 이러한 가구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게 기획된 부분이다.

내부 전경 | ©MMML

독일에서도 MMML 브랜드를 운영한다. 

독일에서는 친동생이 사업을 하고 있다. MMML 기획 당시 유럽 브랜드 제품들을 수입 판매했다. 지금은 규모가 조금 확장돼 주업으로 부피가 큰 유럽 브랜드 제품 중심으로 수출입 컨설팅과 트레이딩을 하고 있고, 부업으로 MMML의 작은 가구들을 유럽에 판매한다.

샘플 제작 중인 가구 | ©MMML

가구 디자인부터 카페 운영까지 다양한 일을 동시에 펼친다. 이에 따른 어려움은 없나?

아직 없는 것 같다. 자아를 두 개로 나누면 재밌고 편하다. 카페 출근해서는 커피를 만들고, 스튜디오이기도 한 내 집에선 디자인을 한다.

MMML 내부 | ©MMML

카페가 2017년에 문을 열었으니 햇수로 3년 차가 됐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정체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3년 정도 했으면 새로운 시도를 할 때가 된 것 같아 가구 브랜드의 분리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커피 역시 올해 안에 큰 변화가 준비되어 있다. 앞으로의 변화를 잘 지켜봐 달라. 


MMML

위치 | 부산시 강서구 명지국제 11로 78 어라운드빌딩 1, 2층 

홈페이지 | https://www.mmml.co.kr/

이메일 | jay@mmml.co.kr

매거진의 이전글 1.5층의 2평 공간에서 전하는 감도 높은 식물 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