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령 Nov 16. 2021

마음의 뿌리를 단단하게

나를 이해할 때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3화


이전 글(1화, 2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https://brunch.co.kr/@kundera/243



삶의 방향, '가치'


가치는 저마다가 선택한 삶의 방향입니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유행이 있을 수도 없죠. 여러분의 삶을 이끌고 가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만약 떠오르는 게 없다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정립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어요. 그야말로 삶의 지도이니까요.

자신만의 가치를 확립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세 가지 참고사항을 알려드릴게요.


첫째, 가치는 목표와 다릅니다.


목표는 '시험에 합격하기', '취업하기','승진하기', '내 집 마련하기'와 같이 마침표가 있습니다.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있죠. 그렇지만 가치는 단지 방향이기 때문에 끝이 없습니다. 가치의 자리에 목표를 두는 사람은 그 지점에 도달하고 나면 허무해지기 쉽습니다. 가까스로 시험에 합격하거나 내 집 마련에 성공하고 난 후 그다음이 없기 때문이죠. 큰 방향성 없이 목표 지점만을 향해왔기 때문입니다. 그 허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달릴 수는 있겠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치열했던 만큼 더욱 공허할 뿐이에요. 하지만 (예를 들어) '사랑'을 삶의 가치로 두는 사람에게는 마침표가 있지 않을뿐더러,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지의 여부로 길을 잃지는 않을 겁니다. 가치는 목표보다 훨씬 큰 개념의 방향성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둘째, 각 영역별로 나누어 가치를 생각해보세요.


크게는 가족, 우정, 직업, 여가, 건강, 자아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영역별로 생각하다 보면 자신에게 어떤 영역이 상대적으로 더욱 중요한지도 이해하게 됩니다. 이 또한 자신에 대한 필수적인 정보입니다. 나에게 '가족'이 우선 순위였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직업'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는 않았는지 점검 해볼 수 있어요. 자신의 가치의 무게에 맞게 생활 패턴을 조정해볼 수도 있겠죠.


셋째, 가치가 정해지고 나면 그에 알맞은 하위 목표들을 세워보세요.


가치에 알맞은 행동을 구체화시키는 것입니다. '가치 일치적 행동'이라고 하죠. 거창하게 세우기보다는 장,단기로 나누어 실천 가능한 목표들을 정하는 게 실제로 실행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여러 장애로 인해 가치일치적 행동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고려해보면서 그럴 때에는 어떤 대안적 행동을 할 수 있는지도 정해보세요. 그러면 훨씬 실행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진정한 자립을 위하여


위와 같이 가치를 정립해나가다 보면 자신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 무엇에 관심이 많은가?' 같은 자신의 순수한 욕구와 욕망을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생기면 감히 남을 쫓아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양한 화분을 돌볼 때 식물에 알맞게 물을 주고 가꾸는 것처럼 나에게 알맞게 나를 가꾸며 살아가는 거죠. 그제야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돌볼 수 있게 되고, 스스로 단단한 뿌리 위에 설 수 있게 되니까요.


J씨는 이름 있는 대학에 합격하고, 공백 없이 대기업에 입사하면서 안전한 삶에 안착했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까스로 평범함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와서도 마음이 충문하게 채워지지 않았던 건 스스로 서 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번에도 순탄하게 진급을 하고 모두에게 축하를 받았다면 당장은 공허함을 잠시 잊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상담실을 찾아오는 시기가 지연되었을 뿐 결국 마주해야 할 문제였을 겁니다. 삶은 어차피 탄탄대로 일 수가 없습니다. 누구든 넘어지고 주저앉습니다. 저마다 시기가 다를 뿐이에요.


길을 잃은 것 같다고 했던 J씨는 실제로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장'이라는 가치를 세우고 하위 목표를 세워보기도 했어요. 또 내적으로 성장하는 기쁨을 느끼며 살아보고 싶다는 욕구를 말했죠. 아주 반가운 얘기였어요. 마음으로 박수를 쳤죠. 그녀는 상담실을 찾지 않고 술에 의지해서 보내거나, 맛있는 음식에 집착하거나, 공허감을 채우겠다며 흥청망청 소비하며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남들 따라 사는 삶에 더욱 집착하며 살았을 수도 있겠죠. 그랬다면 결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가치를 그녀는 정립하게 된 겁니다. 그녀는 서서히 자립하고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된 개체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가족, 가까운 친구, 직장동료까지, 계속해서 타인의 영향을 받잖아요.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들과 상호작용하며 때로는 자극을 받고 때로는 의지하기도 하며 살아가죠. 하지만 내 마음이 단단하게 서 있기 위해서는 마음의 뿌리가 단단해야 합니다. 


마음의 뿌리가 바로 선다는 건 오롯이 나에 의해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나의 욕망, 나의 기쁨, 나의 슬픔을 모르고 주변에 휩쓸려서만 살아간다면 그건 나로 인해 서 있는 게 아닌 거죠. 그건 자립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오롯이 내 두발로 서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제부터라도 '진짜 나'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나를 이해할 때에 나로서 바로 설 수 있고, 그때에야 나를 지켜낼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요.




작가, 상담심리사 김혜령


카카오 뷰 [마음 돌보는 심리수업] 구독하기 

http://kko.to/_dlGss


 https://instabio.cc/kunder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