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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방인 아버지의 일기

둘째의 첫 접종 열을 바라보며

나빈이 예방접종 2차 접종 열


38.3도 찍고 엄빠의 물수건 셔틀로 내려가는 중


경험은 일종의 안전망 같은 거다.


전에 다친 사람은 똑같은 부위를 똑같은 상황에서 다칠 확률이 낮을 거다.


그 경험을 알려준다고 타인에게 그대로 적용이 되지는 않는다, 자녀도 마찬가지.


“난 되는데, 넌 왜 안 되니?”의 정확한 답은

“나는 네가 아니니까요.”가 맞을 거다.


경험이란 건 단지 안전망의 역할을 할 뿐이다.


안전망이 있으면 떨어져서 살 수도 있다.

즉, 죽거나 다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둘째 나빈이의 접종 열,

준서 때는 60일이 조금 넘은 아이에게 해열패치와 해열제를 사용했었다.

39도 가까이 오르자, 아내와 나는 어쩔 줄 몰라했다.


오늘은 해열패치도 해열제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119에 미리 전화해서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에 대해 다시 확인하고, 길병원과 인하대병원 응급실을 소개받았다.


물수건을 충분히 준비했고,

예전처럼 막연하게 불안하지도 않다.


우리의 대비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그래도 ‘안전망’이 하나 있으면 높은 다리도 건널 수 있다.


준서도 2차 접종 열 시작하면서부터 옹알이가 터졌는데, 나빈이도 똑같다.

아픔을 이기면서 성장하는 아이들,


44cm, 2.5kg으로 태어난 나빈이는 2kg까지 빠져서 중환자실 신세를 졌었는데, 65일 만에 54cm, 4.1kg이 되었다. 주사도 두 방이나 맞아도 1초 울고, 씩씩하게 자라는 중이다.


나빈이는 이번 생이 처음이다.

사실, 우리 모두가 다가오는 시간은 모두 처음 맞이한다.


경험은 안전망이 된다.

안전망을 튼튼하게 만들면 좋다.

그러나 안전망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상황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불의’의 사고에 1초는 더 빨리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1초 만에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어제는 명절 인사를 드렸고, 오늘은 접종과 접종 열에 집중하느라 지난번에 출발하고 도착했던 문학동네 직거래 주문 도서를 열어보지도 못하다가 박스를 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주문한 도서에 비해 박스가 지나치게 커 보였다.

궁금해서 열어보니, 세상에나 굿즈가 가득하다.

한민아 차장님 만세를 외쳤고, 내년엔 어떻게든 정세랑 작가님을 모셔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문학동네 도서관을 하나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종종 하는데, 보통 이런 생각을 하면 저질러 버리는 스타일이라 언제 어떻게 만들지 모른다. 그때까지 문학동네도 여전했으면 좋겠고.

책이 위로가 된다


아무튼, 1시간에 한 번 밤새 열을 체크해야 하니 주옥같은 신간들 보고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그러니까 ‘나’ 다르고 ‘너’ 다르다.  

경험은 자신의 안전망으로 사용하고 싶다.

내 경험을 남에게 강요하는 거,

“나는 되는데, 너는 왜 안 되니?”

이런 질문에  답은 애초에 없다.

당연히 ‘나‘아닌 이상 ’나‘처럼 할 순 없는 것이고.


나빈이 재우고 보리차 식히면서 길게도 썼다.


오늘은 일기라 하자.


접종 열과 싸우고 있는 모든 아기와 부모님들에게 해열의 축복이 있기를.


2024.02.13. 박나빈 2차 예방 접종한 밤

경험 타령하고 있는 어느 아비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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