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된 청소년 작가들을 보내며
코로나가 지독하게 할퀴고 간 자리에도 싹은 돋았습니다.
청소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글을 썼고, 글도 자랐습니다. 2021년 칭다오 청소년 문학의 밤을 처음 개최하며 만났던 청소년 작가들.
고2로 만난 친구들은 이제 스무 살이 되어 칭다오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채니 작가와 차해원 작가는 끝까지 응원해 주고 싶은 친구들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얼굴도 못 보고 가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정책이 바뀌면서 인사도 나누고, 짧은 인터뷰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한국에서 부크크를 통해 출간한 수상작품집이 도착해서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채니 작가님은 마스다 미리를 접한 뒤로 8컷 그림일기를 거의 매일 그렸는데, 곧 책으로 출간할 거라고 했습니다.
차해원 작가님은 독립출판으로 직접 책을 만들어 가져왔습니다. 자신의 글과 그림이 있는 <노스텔지아>, 이 책 하나만으로도 저는 차해원이라는 사람에게
향수를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 두 작가님들은 몇 년 안에 멋진 어른이 되어 칭다오에 여행객으로 올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가면 이들을 처음 심사해 주셨던 분들과 연결시켜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앞으로 미래를 끝까지 응원해 주고 싶어 졌습니다.
청소년기에 아무 이유 없이 저와 친구들에게 잘해주셨던 어른들이 있었는데, 저도 그런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님들,
이제 칭다오를 떠나지만, 고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정착 잘하길 빕니다.
글을 쓰는 행위가 얼마나 무용하나요, 이 무용한 글쓰기가 코로나를 견디게 만들었습니다.
마진 500원을 남기며 책을 출간한 스무 살의 작가를 바라보며, 앞으로 이런 청소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코로나가 할퀴고 간 곳에 문학이라는 싹이 텄습니다. 이제 봄이 오면, 무서운 속도로 자라기 시작할 것입니다.
무척이나 길었던 겨울, 코로나 3년이 남긴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지만, 아마도 스무 살의 작가들처럼, 이제 일상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저는 제가 만든 국경을 무너뜨렸습니다. 1월 말, 한국에 갑니다.
큰 파도를 너무 오래 바라봤습니다. 파도는 지나갔고, 이제 남은 우린 우리의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2023.01.12. 친애하는 청소년 작가들을 보낸 날,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