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베파, 하루나의 기숙사 방에서
하루나가 나와 렌, 모모코를 기숙사 방으로 초대해주었다. 일본식 파티, 나베파를 하자며 함께 스키야키를 먹자고 했다. 일본식 파티라니, 다른 사람의 집에 초대받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기대됐다.
원래 나베파는 밤샘파티라고 하는데 우리는 낮에 만나 점심을 함께 먹었다. 하루나와 나는 먼저 풋츠크레이 마켓으로 가서 야채를 샀고 렌과 모모코는 하루나의 집으로 오기로 했다. 내가 떡볶이를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풋츠크레이 아시안 마트 어디를 뒤져봐도 떡볶이용 떡과 어묵을 찾을 수가 없어 너무 아쉬웠다. 다음을 기약하고 오늘은 하루나가 해준 스키야키를 먹었다.
처음 먹어본 스키야키는 맛있었다. 짭짤한 육수에 담긴 고기, 두부, 버섯 그리고 야채를 먼저 건져 먹고 나중에 면을 담가 먹었는데 밥까지 비벼 먹고 싶을 정도였다. 역시 일본 음식은 실패를 할 수가 없다. 여기에 하루나가 직접 만든 사과케이크까지, 요리가 취미라는 하루나 덕에 한 끼 거하게 먹었다.
어떻게 그랬나 싶을 정도로 우린 한 자리에 계속 앉아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하루나가 업로드하는 You Tube 영상 이야기, 일본과 한국의 재미있는 이름 이야기, 일본 가고 싶어, 한국 가고 싶어 뭐 그런 시시콜콜한 일상들이었지만 뭐가 그리 웃겼는지 내내 번갈아 가며 웃음이 터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서로가 더 편해졌다. 처음엔 눈치를 보며 했던 말들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사이가 깊어진 것 같아 행복했다.
기숙사 방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 예뻤다. 분위기에 취해 다 함께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점점 붉어지는 하늘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돌아가기 싫다,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친구들을 만나고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늘 외로움도 함께 따라왔기에 즐거웠던 만큼 이 시간이 깨지지 않길 바랐다. 결국 날은 어두워졌고 초대해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방문을 나섰다.
평소였다면 이렇게 어두운 시간에 길을 걸을 때 잔뜩 긴장했을 텐데 왠지 기분이 좋았다. 찬 밤공기도, 회색 빛 반투명한 구름도, 그 틈으로 보이는 별 빛도, 빠르게 달리는 차들도 모두 경쾌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방에 혼자 남겨져도 외로울 것 같지 않다. 함께 찍은 사진 두 장 속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나 많아서 그 이야기들을 떠올리다 보면 밤이 금방 흐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