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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Apr 30. 2022

셰어하우스 홈 마스터

세레나&에드워드 부부

어떻게 사람이 무언가를 베풀면서 상대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수가 있지? 내 상식에서는, 내 인성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진짜 못된 건가, 내가 너무 세상을 나쁘게 바라보았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서 혹시 다음에 이 사람이 내게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대가를 바랐던 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거북할 정도이다. 


그동안 받은 것들을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전부 나열하자면 정말 책 한 권은 나올 것 같다. 내 교환학생 생활의 70%, 아니 90%를 차지했을 만큼 세레나 언니와 에드워드 부부는 내게 정말 좋은 인연이었다.


처음 짐을 끌고 집에 들어가던 날, 나는 멜버른 시티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고 집까지 얼마나 먼지 몰랐었다. 그런데 내가 있는 숙소로 직접 데리러 오셨고 어색하지 않게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이런저런 말을 걸어 주셨다. 계속 날이 추워진다며 극세사 이불을 주시겠다 하셨는데 새로 사다 주시겠다는 말씀 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따뜻해진 몸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마음이 따뜻해진 기분이었다.


“너 내 딸 같아.”, “나도 그런 거 같아. 우리 얘 입양해야겠다.”


이 집에서 살게 된 지 3 달 반 정도 지난 어느 날, 장난 반, 진심 반 섞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처음부터 셰어 생이었던 나를 홈스테이처럼 돌봐 주셨고 이제는 딸 같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과 헤어질 날이 한 달 남짓 남았다. 늘 그렇듯 이별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쓰리고 눈물이 터질 것 같다. 정말 우리는 가족이 된 것 같은데 이 분들과의 유대를 끊어내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지원이야”라는 어색한 말투가 귓가에 계속 맴돌 것 같다. 가끔 냉동실에서 꺼내 주시던 글루텐프리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을 것 같다. 언니가 가끔 해 주시던 떡볶이도 생각날 것 같다. 이 분들의 따뜻한 호의와 배려가 오래도록 추억 속에 남아 호주를, 멜버른을 계속 그리워하게 만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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