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nington Peninsular Hot Spring
예쁜 것을 보고 예쁘다는 표현을 함께 할 사람이 있어서, 추울 때 춥다며 꼭 붙어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어서, 나와 함께 행복하다 말해줘서 참 고마운 나날 들이었다. 친절한 세레나 언니 덕에 우리는 또 하나의 예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시티를 3일이나 구경하기에는 아깝지 않냐며 언니는 수영복만 구할 수 있다면 온천에 함께 가자고 제안해 주셨다. 마침 수요일에 일을 쉬니까 같이 갈 수 있다고 우리 나라 온천이랑은 다른 느낌일 거라고, 가는 길에 바닷가랑 와이너리도 들를 수 있다고 하셨다. Why not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여름이 다 지난 이 시점에 이틀 동안 시티를 열심히 뒤져 우리는 수영복을 겨우 구했고 마지막을 온천에서 장식했다.
10시 15분 시티에서 출발, 우리 만을 위한 투어. 첫 목적지는 브라이튼 비치였다. 이렇게 가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사진으로만 보았던 예쁜 집들을 직접 보니 신기했다. 멜버른에서 차가 없어도 갈 수 있는 대표적인 바다, 세인트 킬다 비치와 브라이튼 비치 두 곳을 나는 드디어 정복했다. 그리고 세레나 언니는 우리를 와이너리로 이끌었다.
와이너리 두 곳을 방문했는데 모두 생각보다는 작았다. 선명한 노란 빛을 띄는 나뭇잎들,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풍경들. 첫 번째 와이너리는 호바트 모나 아트뮤지엄과 참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바트에 엄마와 함께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비슷한 공기를 엄마가 느끼실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예쁜 풍경을 뒤로 한 채 두 번째 와이너리로 향했고 그 곳에서 시음을 해볼 수 있었다. 와인에 크래커와 크림치즈. 미식가처럼 격식을 갖추어 천천히 음미하며 먹었어야 했는데 맛있는 음식 앞에서 나는 양반은 아니었다. 식사시간을 훌쩍 넘겨 겨우 먹은 것이 크림치즈와 크래커였으니 배를 채우기에는 정말 부족했지만 비수기 평일에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온천에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BBQ피자와 마르게리타 피자. 배가 고파서 였는지, 엄마와 함께 먹어서 였는지, 예쁜 곳에 와서 그런지 피자가 정말 맛있었다. 쫀득거리는 도우와 짜지 않은 토핑들의 조화가 예술이었다. 이 피자 맛을 나는 평생 그리워하겠지.
세레나 언니는 석양을 보려면 맨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당장이라도 물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가운을 두른 채 열심히 따라 걸었고 탁 트인 전망이 눈 앞에 펼쳐 졌을 때 마지막 날 이 곳에 온 건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몸을 담그지 않아도 피로가 풀리는 느낌. 아마 엄마와 아주머니도 그렇게 느끼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렇게 꾸며 놓았을까, 자연 속에 둘러 쌓여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천을 즐겼다. 터키 식 사우나, 동굴 온천 등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였고 물에서 나오면 추운 날씨 탓에 몸이 으슬으슬 떨렸지만 정말 행복했다.
숙소로 돌아와 우리는 와인, 크림치즈, 소고기를 예쁘게 차려 놓고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잠들기 아쉬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