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보내고 혼자 돌아가는 길
엄마를 보내고 혼자 돌아가는 길, 마음이 많이 아렸다. 괜찮을 줄 알았다. 이미 한 번 경험해봤으니, 그리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엄마 없이 세 달 정도는 살만 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난 정말 괜찮을 줄 알았다. 아니, 그렇지 않았다. 엄마를 마지막으로 한 번 안아보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버렸는데 그렇게 한 번 터진 눈물은 그동안 꾹꾹 눌러 담은 설움을 토해내려는 듯 시티로 돌아가는 내내 멈추지 않았다.
분명 아직도 3일이나 남았네라고 생각을 했다. 오늘은 피곤해서 제대로 구경시켜드리지 못했는데 내일 자고 일어나 조금 더 힘을 내서 엄마를 모시고 다녀야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해 드려야지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또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와 버렸고 시간이 흘러버렸다는 것이 정말 어이가 없다.
지워져 버린 건지 아니면 내가 달콤한 꿈을 꾸었던 건지 잠시나마 엄마가 내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오랜만의 푸른 하늘이 너무나 예뻐서,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날이 완벽해서 너무 슬펐다. 아직도 엄마 손의 감촉이 내 손끝에서 느껴지는데, 내 앞에서 웃으시던 얼굴이 아른거리는데, 행복하다 말씀하시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데 나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두 번째 헤어짐은 어쩐지 첫 번째보다 훨씬 더 슬펐다.
노래를 듣다가, 길을 걷다가, 밥을 혼자 먹으려다 시도 때도 없이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늘이 예뻐서, 날이 좋아서 더 서러웠고 그냥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 달이 빨리 흘러가버렸으면. 학기 말이라 제출해야 할 과제는 많은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후유증은 참 길었다. 달콤한 향이 기화되어 날아가버린 자리에는 씁쓸한 잔향이 얼룩으로 남았다.
세 달 후면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도 알고, 돌아가면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이고 누구도 나를 억지로 이 상황에 밀어 넣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교환학생이라는 나의 선택이 후회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놓고 온 것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엄마와의 추억이 내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쓰리게 실감이 난다.
평소 그리 좋아하지 않던 소고기와 피자가 먹고 싶다. 다른 거 말고 엄마와 마트에서 사서 숙소로 가져와 오븐에 구워 먹었던 그 소고기와 모닝턴 반도 온천에서 먹었던 그 피자, 그게 지금 먹고 싶다. 정말 맛있었는데. 아, 난 지금 음식이 아니라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나 보다. 고기를 사다 구워 먹으면, 맛있는 피자집에서 피자를 시켜 먹으면 조금은 이 허전함이 채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