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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몬스 Dec 16. 2022

복직 일기 (1)

22. 1. 1.

스스로 선정 2022년 키워드는? 두구두구두구! '다시'입니다.

2022년을 다시 시작하는 해로 삼았다. 2년간 재활에만 전념했던 생활을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간다. 마치 방학을 마치고 개학하는 학생처럼 3월 2일 출근이다. 이제 학생이라고 하기 뭐하지만, 무엇보다 가기 싫은 마음만은 같겠지. 마음을 다시 잡아본다. 



'다시'의 뜻은 오묘하다. 지루한 반복이 내재되어 있으면서 새로운 설을 간직하고 있으니까. 2022년이 하루처럼 쏜살같이 지나갈 것임을 각오한다.


22. 1. 10.

재활이 끝나지 않아 몸이 완전한 상태는 아니므로 시간선택제로 전환하여 복직하겠다고 인사팀에 전달했다. 혹시 시간제 빈자리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예상대로 사무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시간제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며, 나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 놓을 수 없지만, 전환을 막을 수는 없고, 모든 권한은 발령부서 인사권자에게 있으니 그와 상의하라는 것이었다. 인사팀의 딱딱한 답변에 익숙해지려고 애써본다. 인사팀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마음이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말했을 거라고, 회사는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곳이라고, 애써 좋게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본다. 역시 사회는 정글이었지. 깜박할 뻔했다.


22. 2. 3.

복직을 위한 첫 단계는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진단서 발급으로 시작된다. 회사에 돌아갈 만큼 괜찮아졌다고 의사가 진단을 해줘야 복직이 가능하다. 발급받은 진단서에 '일상생활이 가능함'이라고 적혀있다. 그 문구를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다. 복잡한 마음이 든다. '진짜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 더 이상 '일상'이라는 단어에서 슬픔을 느끼고 싶지 않다.


22. 2. 14.

비가 내린다. 우편으로 복직신청서와 진단서를 보냈다. 정말 가야 되는 거구나. 씁쓸한 마음을 초콜릿으로 달래 본다.


22. 2. 22.

'코로나 양성'이라는 문자로 하루를 시작한다. 회사 출근 전, 이번 주는 운 좋게 재활도 쉬고 수영도 쉬니까 어디 잠깐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올까 했는데. 역시 계획은 무쓸모였다. 당장 오늘 먹을 것도 없고, 냉장고는 텅텅 비었고, 약도 없는데, 달음식이나 질리도록 먹어야 했다. 혼자 사는 건 새삼 불편한 일이었다. 벌써부터 집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졌다. 회사 가기 전에 코로나까지 걸리고, 아주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준비를 왜 이렇게 철저하게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몸은 회사를 위해 세팅 중이었다.



22. 2. 28.

0시 땡! 격리 해제되자마자 안반데기로 출발했다. 반짝이는 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을 본 것은 처음이라 입은 '우와'머신이 되어있었다. 별을 보고 또 보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니 나중에는 별 대신 해를 보고 또 볼 수 있었다. 빠알갛게 떠오르는 태양과 아름답게 그러데이션 되는 하늘을 보며, 오늘이 마치 새해인 것처럼 기도를 했다.

민음사 일력

마침 228일 민음사 일력에는 '나를 위해 또 영원한 날의 아침이 밝아 오고 있다. 밤은 지나갔다.'라고 적혀있었다. 오늘 본 하늘과 일력 문구가 우연히 일치한 게 아니라 운명이라고 되뇌었다. 은 지나갔다. 나에게 차가운 밤이 올 때마다 오늘을 마음에서 꺼내서 녹이고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22. 3. 1.

일전에 인사팀에서 말했던 대로 시간제 자리가 아니라 인력 충원이 급한 전일제 자리로 가게 되었다. 뭐, 출근지가 집이랑 멀지 않아서 좋다고 위안삼아 본다. 어떻게든 되겠지 신공이 필요할 때다.


22. 3. 2.

새벽 2시가 지나도록 잠이 오지 않는다.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업무 분장은 어떻게 할지, 아프면 어떡하지, 답도 없는 질문만 토하고 있다. 인터스텔라 OST 'first step'을 한곡 반복으로 재생하여 토사물을 제거한다. 머리가 하얗게 백지가 되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7시. 알람 소리에 깬다. 알람 없이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멋대로 일어나는 호사는 이제 끝이다. 부리나케 준비하고 계란 프라이를 입에 욱여넣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개미떼다. 오랜만에 보는 한 방향으로 일제히 향하는 무리다.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방향과 정해진 일에 맞춰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 속으로 파묻힌다. 나도 이제 이들과 같다. 아침에 입 속으로 욱여넣은 계란 프라이가 바로 나다. 버스에 몸을 밀어 넣고 올라타서 의지와 상관없이 차할 정거장에 흘러내렸다. 익숙한 건물이 보인다. 건물 뒤로 황량한 산과 귀여운 개나리가 괴한 조합을 뽐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과에서 처음 마주친 사람과 인사했다. '뉘신지' 눈빛이 돌아왔다.

"오늘 새로 발령받은...."

"아, 저기에 앉으세요"

과장님 자리로 보이는 곳에 앉아있는 분에게 인사드리고 안내받은 자리에 앉으려는데 곧바로 어떤 분이 들어와서 나를 보고 말을 건넸다.

"아, 이번에 온 사람이구나, 내가 네 팀장이야."

곧바로 업무분장 A4용지가 내 앞에 놓였다.

"내가 업무분장 어제 올려놓고 다 준비해놨지."

이를 듣고 계셨던 다른 팀장님은

"많이 기다리셨나 봐."

하고 껄껄 웃으셨다.


어제 잠시만 고민하길 잘한 걸까, 내가 뭐라 조율할 것도 없이 상황은 다 정리되어 있었다. 이곳에 원래 있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켰다. 휴면계정을 풀고 9시 30분에 맞춰 인사팀으로 내려갔다. 간단히 임용장 수여식을 마치고 올라가서 업무 분장된 문서를 찾아보니 점심시간이었다. 오늘은 어찌어찌 지나갔다.


22. 3. 3.

새로운 곳에 발령 나면 피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바로 신상 털기다. 신상 털기는 상사의 국룰이다. 어디 사냐, 몇 살이냐, 결혼은 했냐, 고등학교는 어디 나왔냐, 대학교는 어디 나왔냐, 과는 뭐냐, 부모님은 어디 계시냐, 전에 무슨 과 있었냐, 얼마나 일했냐 등등. 질문에 모두 대답하면 이언맨 AI비서 자비스처럼 나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게 윗분들인가 보구나 싶다. 좋게 생각하면 이것은 모두 관심이다. 처음 본 강아지가 똥꼬 냄새를 맡는 것도 인간이 보기에는 이상한 구석이 있지만 어쨌든 강아지 세계의 룰이니까. 아무것도 안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고 뭐든지 물어보는 것도 이상한데 굳이 밸런스 게임을 해보자면 나는 물어보는 게 나은 쪽이랄까. 그래야 상대는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나의 허리 상태와 재활 일정도 알게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3년 전, 나의 커다란  실수는, 사람들에게 허리 상태를 아주 간략하게 요약해서 말한 것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한 행동이 조금씩 쌓이면서 오해를 낳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누워서 쉬느라 사람들과 얘기할 시간이 없다 보니 오해를 풀 시간도 없었다. 이번에는 달라야 했다. 허리를 좀 희생해서라도 점심을 굳이 같이 먹고 사수에게 도움을 받은 날에는 간단하게 커피라도 마셔야 했다. 허리를 혹사하며 다녔던  회사생활의 교훈은 우습게도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자'였다. 날 이해시키는 번거로운 작업을 꾸준히 아주 반복적으로 지속해야 했다. 신상 털기 쯤이야, 가뿐했다.


22. 3. 5.

3일 출근했지만 어찌 됐든 한주가 끝났다. 3일간 내내 12시간씩 잤다. 회사만 갔다 왔지 아무것도 못했음에도 7시간을 버텼다는 생각에 뿌듯하기까지 하다. 조금 아파도 활동 가능한 시간을 3시간으로 잡고 있었는데 무려 2배의 시간을 견뎌낸 것이다. 생각보다 허리가 괜찮아 주말에 뒹굴대다가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을 봐야겠다는 아기자기하고 야무진 계획도 세웠다. 의사가 진단서에 써줬던 것처럼 정말 일상을 되찾은 것 같아서, 내가 진짜 환자가 아니라 일반인이 된 것 같아서, 벅차올랐다.


22. 3. 7.

본격 일 시작이다. 다음 주부터 신청받을 신규 사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하는 업무라 은 시간만에 해내기 벅찬 데다가 가이드라인이 없는 신규 사업 해야 하니 일이 쌓이고 있었다. 숨도 쉴 틈도 없이 일을 하고도 일이 남아 하루에 한두 시간씩 초과근무를 했다. 1,2%씩 대미지를 서서히 쌓아가고 있었다. 어리석게도 그것을 한주가 지난 후에 느끼고야 말았.


22. 3. 9.

대통령 선거일. 스탠딩 책상을 설치하러 회사에 나갔다.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서서 일하는 게 허리에 부담이 적으니 사람들의 눈치쯤은 감수해야 한다. 스탠딩 책상까지 설치하고 나니 본격 업무 지옥 열차를 탑승한 것 같다.


22. 3. 18.

싸늘하다. 이상한 낌새가 아와 꽂힌다. 아침에는 그래도 괜찮았던 허리가, 자고 일어났는데도 일하고 온 오후 상태처럼 아프기 시작했다. 2주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싶었지만 이미 방사통이 심해졌다. 몸이 나에게 쉬엄쉬엄 하라고 말을 걸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한 달도 되지 않아 2년 전 아팠던 상태로 타임머신 타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22. 3. 21.

일이고 뭐고 이제 초과근무는 못할 상태가 되었다. 점심시간에 누워있는데도 예전처럼 회복이 되지 않았고, 2시가 넘으면 허리가 아파서 못 참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집에 가서 누울 생각만 가득했다. 퇴근길 오후 햇살 나를 비춰주는 것만 같았는데, 나도 이제 좀 터널을 거의 지나온 것만 같았는데, 아직, 밤이었구나.


22. 4. 7.

몸이 건네는 말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통증이 심해져서 허리에만 붙였던 파스를 이제는 다리 쪽에도 붙이게 되었다. 이제 정말 슬슬 회사를 떠나야 하는 걸까. 그래도 1년은 다니고 싶었는데. 잘 떠나기 위해 마음속에서 홀로 준비 중이다. 괜히 건물의 이곳저곳 구석구석 눈에 담아보고, 카페에서 웃으며 대화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멀리서 느껴본다. 아침에 "안녕하세요. 굿모닝입니다."이라고 인사하면 "굿모닝이 뭐죠?"라고 농담해주는 사수와도 작별해야 한다. 내가 바라는 것보다 더 안정된 상황이 됐는데, 내가 버티질 못하니 다 소용없었다. 이 좋은 환경도 버틸 수 없는 나라서, 핑계 댈 것도 없이 오로지 나만 문제라 견디기가 어렵다. 새벽에 잠이 깼을 때 느껴지는 공간처럼 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자고 일어나면 별일 없는 시시한 하루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렇게나 하루를 낭비하고 싶다. 내게 시간이 무한정인 것처럼, 죽지 않을 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에 까르르 웃으면서, 시간이 지나는지도 모르고, 뭐가 건강에 해로운지도 모르는 상태로, 시간을 함부로 탕진하고 싶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벗어내고 싶다.


22. 4. 8.

물속에서 걸으러 가던 수영장에 가지 않았다. 운동을 그만한다는 건 허리가 좋아지기를 멈추는 느낌이 들어서 중단하고 싶지 않았지만 밥벌이를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 의지로 나을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걸 이미 시간을 통해 배워오지 않았는가. 무리했다가 아예 박살날 수 있으므로 깨진 유리처럼 몸을 다뤄야 한다. 안 그러면 찔려서 피가 콸콸   있다. 허리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허리의 고통은 마음으로 쉽게 전염이 되곤 하니까. 택배 상자에 '취급주의'라고 붉은 스티커를 붙이듯 한동안 스스로에게 딱지를 붙이기로 한다. 리가 괜찮다는 안부를 전해올 때까지. 


22. 4. 9.

살고 싶지 않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은  이유가 없다. 내게 산다는 것은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그저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게 그런 날이 허락될까.


22. 4. 14.

새벽에 잠이 안 와 내내 생각했다. 안 아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기억이 안 난다. 안 아프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기억이 안 난다. 건강하면 실행되는 뇌의 의식체계란 무엇일까. 종종 꿈에서는 이루고자 하는 이상이 실현되어 나타나기도 한다는데, 꿈속에서도 건강한 모습이 안 나오는 걸 보니 정말 건강했던 감각을 영영 잊어버린 거구나 싶다. 기억해내고 싶다. 아픈 나에게 적응된 뇌 말고 건강한 사람의 의식 체계를 가지고 싶다. 주춤거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느낌이 뭐였더라, 속으로 발버둥 대다가 잠이 들었다.


22. 4. 18.

어느새 푸르른 옷을 입고 있었다. 아카시아 꽃 향기가 진동하는 퇴근길에서 '일을 하면 나의 무엇이 소진되고 무엇이 성장하고 있을까' 생각했다. 그만두기를 저지르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을 납득시키는 것이었다. 평생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큰 결단이 필요했다. 일이나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그저 내 몸이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로 인해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아픔에 떠밀려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 노트북을 켜고 2줄 2칸의 표를 만든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적어 내려간다.

잃는 것은 허리와 시간이었다. 는 것은 월급, 친구, 봉사의 뿌듯함, 사회의 시선, 부지런함..... . 얻는 게 아무리 많아도 잃는 것에 비하면 대적으로 없어도 되는 것이었다.  

'...... 그래도 밥만 먹고살 수는 없어. 까르보나라도 먹고, 멘보샤도 먹고, 뽕따도 먹고 그래야지. 사람은 육체만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야. 사람답게 살야지.'라는 마음이 불쑥 껴든다. 

'...... 그래도, 허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있을 수 없어.' 

깜박, 깜박.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커서처럼 '그만둬야 한다'는 결심도 있다가 없다가 했다. 마음의 파도가 일렁인다. 

'이 고민을 휴지통에 버리시겠습니까'

'아니요'

노트북을 었다. 마음이 인정할 때까지 일단 결정을 유예하기로 한다. 


22. 4. 19.

누군가의 피로 얻어낸 무언가를 위한 날. 그 누군가처럼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갈 것이다. 반드시 끝이 있다. 쉬운 길이 아니라 어렵지만 바른 길을 갈 것이다. 시 마음에 새긴다.


22. 4. 20.

"언니, 내일 점심 먹으려는데 시간 돼?"

"우앙. 오랜만이야. 내일 팀에 나밖에 없어서 팀장님한테 말해보고 얘기해줄게."

타닥타닥 키보드로 답변을 치고 있는 순간에 팀장님의 의견과 상관없이 전지전능하신 내 허리가 "안된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팀장님이 검토해서 처리했더라도 내 허리가 결재를 내지 않을 터였다. '허리 신'의 뜻을 따라야 했다. 기안 회수다.

"미안한데 나 허리가 안 좋아서 못 먹을 것 같아. 나중에 먹자."

라고 얘기하면서 작은 우울이 쌓였다. 역시, 난, 일상생활이 안 되는 건가. 소소한 행복을 빼앗길 때마다 내 마음에 조금씩 고약한 반항심이 쌓갔고 저항을 해댔다. '에라, 모르겠다' 이제 그만두면 다시 이들과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홧김에 저질렀다.

"나 그냥 같이 먹어도 돼?"

그다음 날 무리를 해서 동기들과 점심을 먹었다. 김치찌개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평범함을 누렸던 그날은 그에 따른 벌을 받아야 했고, '그깟, 점심이 뭐라고. 동기가 뭐라고. 이렇게  아파야 되나.'싶어서 후회했다. 돌아온 지 한 달밖에 안되었지만 벌써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내가, 앞으로 30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할 사람과 나누는 대화에는 어딘가 어색함이  묻어있었다. 끝을 준비하고 있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는 나와 오래 일할게 예정되어 있어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말의 무게와 대화의 속도는 서로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나면 허무해질까' '왜 평범한 삶에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내가 변해버린 걸까' '왜 사람들과의 시간이 즐겁지 않을까' 사람과 친해지고 싶지만 가까이 다가가도 가까이할 수 없는 벽이 느껴졌다. 내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그들과 달라서일까. 각자의 삶이 있는 건데 왜 난 삶의 무게를 저울질하고 있었던 걸까. 유치했다. 너무 힘들어서 내 안에 갇혀버린 건 아닐까. 깊음과 얕음, 무거움과 가벼움, 일상과 . 두 가지 사이에서 취한 사람처럼 갈팡질팡했던 난 오늘도 평범한 삶을 격렬히 갈망하며 지독한 로움홀로 목말라했다.


22. 4. 21.

다시 태어나면 난 바람이 되어야지. 훨훨 날아야지. 


22. 4. 27.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되자마자 전체 회식이 잡혔다. 말로만 듣던 보복 회식인가. 과에서 잡은 첫 회식이라 빠지기가 뭐해서 3시에 근을 하고 쉬었다가 파스로 무장하고 6시에 다시 출근을 했다. 허리와 회사는 궁합도 안 봐도 되는 사이다. 0점이다.




(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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