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으로는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

K-콘텐츠의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하여

by 김나영
들어가며 :
완벽한 선율, 그 문밖의 불협화음

방음이 잘 된 연습실 안에서 피아노 연습을 할 때면 세상의 소음은 모두 사라지는 듯합니다. 완벽하게 조율된 피아노 선율 안에서 세상은 오직 아름다움으로만 가득 차 보이곤 합니다. 하지만 무거운 연습실 문을 열고 마주하는 동료들의 현실은 악보만큼 우아하지 않습니다.


세계가 환호하는 숫자 뒤에 생략된 사람들의 이름

K-팝을 필두로 한 대한민국 음악 콘텐츠 산업은 이제 명실상부한 국가 대표 성장 동력이 되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음악산업 매출액은 12조 6,333억 원을 기록했고,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가 우리 음악에 열광하고, 그 숫자는 국가 브랜드 가치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치환됩니다. 하지만 이 눈부신 성과의 조도가 높아질수록, 그 이면에 드리워진 청년 음악인들의 그림자는 더욱 짙고 어둡기만 합니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

음악을 전공하며 현장에서 마주하는 동료와 선후배들의 일상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2025 콘텐츠산업 노동환경 조사연구」에 따르면, 음악 산업 종사자의 주 평균 근로시간은 43.4시간으로 콘텐츠 산업 중 가장 깁니다.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상시적인 업무 과다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은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기반의 작업 구조, 프리랜서라는 불안정한 지위 속에서 구두 계약과 보수 지연은 일상이 되었고, 사회보장이라는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이들에겐 사치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누구나 음악을 즐기지만,
누구도 음악가의 내일은 묻지 않는 곳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열정이나 역량 문제가 아닙니다. 음악을 ‘향유’하는 시스템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음악을 ‘생산’하는 사람을 보호할 산업 생태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구조적 한계의 결과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음악이 울려 퍼지는 동안, 정작 그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청년들은 장기적인 미래를 그리지 못한 채 정든 악기를 내려놓고 산업을 떠나고 있습니다.


열정이라는 추상화에서 권리라는 구상화로

K-콘텐츠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청년 음악인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없는 산업은 결코 지속될 수 없습니다. 공정한 계약 관행의 정착, 수익 구조의 투명화, 그리고 과도한 노동 환경의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이는 단순히 예술가를 돕자는 도덕적 호소가 아니라, 산업을 지속시키기 위한 ‘정교한 제도 설계’의 문제입니다.


선율을 향유하는 기쁨, 그 과정의 무게를 나누는 일

음악을 사랑하는 사회라면, 그 아름다운 선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청년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마땅히 책임져야 합니다. 예술이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고, 청년 예술인의 권익이 시스템 안에서 존중받을 때 비로소 우리의 K-컬처는 진정한 완성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
예술과 행정, 그 좁혀지지 않는 간극에 대하여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음악만으로는 살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는 지금, 창작의 기쁨이 정당한 노동의 가치로 이어지는 구조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예술과 행정, 그 사이의 메우기 힘든 간극을 기록으로 조금씩 좁혀보려 합니다. 예술이 그 자체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