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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Yul Nov 19. 2020

디자이너, 목표를 잃었다.

2020 여덟 번째 이야기


디자이너, 4년 차쯤 나는 목표를 잃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누구보다 신입시절 치열하게 보내고, 2,3년 차까지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디자이너 4년 차가 되어 있었다. 그 때 나는 심하게 번아웃이 되었던 거 같다. 그리고 내가 나를 보게 되었다. 지금 나는 어떤지 나는 괜찮은지. 그런 시간 동안에 문득,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일을 하는지. 나의 욕심에 나의 의지로 하고 있지만, 그럼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 정말 내가 좋아하는 에이전시 디자이너 후배를 만났다. 그 친구가 요즘 목표를 잃었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예전의 내가 떠올랐고, 나도 그랬었지. 내가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일을 해야 하지. 바다 한가운데에서 부표를 잃고 어두운 망망대해에 놓여있는 거 같았던 적이 그랬던 내가 그 후배에게 그 시기를 지난 내가 한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데 뚜렷한 목표가 있었나. 내가 바라는 꿈이 있었던 건 아닌가. 내가 살아가고 싶은 예쁜 그림이 있었던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이런 이야기를 후배에게 해주었다. 그 이야기와 함께 요즘 내가 느끼고 있는 시간에 대해서도 함께 말했다. 시간은 유일하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워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내가 결정한다. 누가 대신 결정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나에게 투자하고 나를 위해 사용하면 어떨지. 그리고 그걸 꾸준히 하게 되면 그 시간이 나의 다음을 꿈꾸게 되지 않을까? 목표를 잃었다고 느낄 때 그 시간이, 그 시간 동안 내가 했던 행동들이 다음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다 보면 또 다른 빛이 길이 보이지 않을까? 목표보단 다음의 나를 그려보는 게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아마도 그렇게 극복 중인 거 같다. ‘왜’ 보단 현재의 시간에 집중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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