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믹서기 소리가 멈추지 않던 아침

by 나달

병원에서 신장병을 고칠 수 없다는 말 앞에서, 엄마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보호자들 사이에서 오가던 민간요법의 이야기가 엄마의 마음을 흔들었다.
확신은 없었지만, 그 말들을 하나씩 따라가 보기로 했다.


엄마는 케일 녹즙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텃밭에 케일을 키웠다.
케일은 어른 얼굴보다 크게 자랐다.
텃밭에서 케일 잎사귀 몇 장을 따와 물을 넣고 믹서기에 갈았다.
갈린 녹즙은 진한 초록색이었다.

어릴 적 보던 만화 <파파 스머프> 속 가가멜이 끓이던 수상한 수프 같은 색이었다.
먹으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엄마는 잔을 내밀었다.


“약이라고 생각하고 억지로라도 마셔.”


나는 버티다 유리잔에 담긴 케일 녹즙을 한 모금 삼켰다.
쓴맛과 비린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목에 걸린 케일 찌꺼기는 나를 더 괴롭혔다.
매일 아침 믹서기 소리가 들리면 몸이 먼저 굳었다.
그 신경전은 엄마가 먼저 손을 드는 것으로 끝났다.


엄마는 곧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케일보다 더 먹기 힘든 들깨였다.
물에 불린 생들깨에 꿀을 조금 넣고, 물과 함께 갈아 온 들깨주스였다.

그것은 주스라기보다는 죽에 더 가까웠다.


“5분만 있다 마실게.”


들깨주스는 케일보다 훨씬 먹기 힘든 빛깔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입에 넣었다.
비릿한 향과 걸쭉한 질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두 모금을 넘기고는 더 버티지 못해 토해냈다.


그 순간, 참아 오던 엄마의 화가 터졌다.
엄마는 손바닥으로 나의 등을 내리쳤다.
먹기 힘든 것을 끝까지 먹으라고 다그쳐지는 것이 서러웠다.


그날의 나는,
나를 살리려는 마음보다 나를 괴롭힌다고 느껴진 엄마가 싫었다.


이후에는 이뇨 작용에 좋다는 늙은 호박에 사과와 요구르트를 넣은 호박주스였다.
비릿함을 가리기 위해 엄마가 찾아낸 방식이었다.
노란빛의 주스는 오렌지 주스처럼 보였고, 다행히 그건 먹을 만했다.
동생들은 사과와 요구르트를 탐냈지만, 약이라며 주지 않았다.
그 밖에도 옥수수수염차, 개구리국, 이름 모를 나무뿌리를 달인 물까지
엄마는 신장에 좋다는 말을 들으면 가리지 않고 시도했다.


정보도 얻기 힘든 시절에 엄마는 나를 살리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붙잡았다.
비위가 약한 내가 토할 때마다 그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지 이제야 짐작할 수 있다.


민간요법으로 병이 나아지지는 않았고, 제 기능을 잃은 신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엄마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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