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리킴 Apr 15. 2024

호커센터에서 혼난 이유

다양성을 존중하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난 약간 돌부처 같다.

감정표현은 하지만 엄청 요동치지는 않는다.

그런 내게 감정이 요동치는 일이 최근에 있었다.


그 일은 싱가포르의 식탁인 호커센터에서 벌어졌다.


일이 조금 늦게 끝난 나는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려고 나섰다.

호커에 도착하니 동료들은 이미 4인 테이블에 4명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음식을 시켰고 그 옆 테이블에 앉아 동료들과 얘기를 하며 식사를 기다렸다.


근데 갑자기 누가 나에게 다그쳤다.


누가 너 여기에 앉아도 된다고 했어?

앉아 있는 사람 허락을 맡아야 할 것 아냐?

너 어느 나라 사람인데?


내가 앉은 테이블에서 대각 방향 끝에서 거의 식사를 끝내가던 50대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당황해서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말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부끄러워서 국적은 얘기 안 함 흑흑)

그리고 그분이 떠난 후에야 그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동료들은 괜찮다며 위로했고 나도 밥을 다 비웠지만(식욕과는 별개인 듯) 식사가 끝난 후에도 쉽사리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외국인으로서 '다양성의 존중'의 혜택만 누리려고 한 것은 아닐까?


외국인으로서 존중받으려면 나도 그들의 문화나 매너를 존중해야 하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푸드코트에서 식사할 땐 따로 묻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닐 시 님 말이 맞음.. 그냥 제가 매너가 없었던 걸로)


그 후로 혼자 식사하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 앉을 때 내게 묻는지를 유심히 지켜봤다.

대부분이 물어봤다. 그럼 내가 잘못한 게 맞네.


그분은 화를 내며 떠났겠지만 덕분에 좋은 레슨을 배웠다.


오케이 앞으로 물어볼 땐 이왕이면 웃으며 인사도 해보는 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