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월간 스트리밍이 1,000만이 넘는데 정작 누군지 모르는 아티스트들이 수두룩한 시대다. 음반 300만 장 판매 소식에 대중이 괴리감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모른다는 이유로 대중성이 없다고 치부하는 건 지금의 스트리밍 트렌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다.
IFPI(국제음반산업협회) 리포트가 보여주듯 현재 음악 시장은 스트리밍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개인화된 소비'에 있다. 각자 자기 취향대로 음악을 찾아 듣는 상황에서 과거 레거시 미디어 기준의 유행을 대중성이라 부르는 것은 명백한 시대착오다.
K-POP의 본질은 음악을 매개체로 팬덤과 쌓는 '관계성'에 있다. 누군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음반을 대량으로 구매했다면, 그건 그 아티스트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다. 이제 케이팝 아티스트는 자신의 캐릭터와 정체성을 360도로 어필하는 독보적인 IP로 진화하고 있다. 퍼포먼스, 비주얼, 자체 콘텐츠를 통해 청춘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영감을 주는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가 되는 것. 굳이 본인의 곡을 직접 작곡하지 않더라도,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모든 면을 걸고 대중의 호감을 사는 행위 자체가 K-POP이 지향하는 진정한 아티스트적인 면모다.
그렇다면 왜 K-POP은 여전히 대중적인 팝 사운드를 섞는 걸까? 이건 매출 증대를 위한 단순한 욕심이나 상업적 타협이 아니다. 우리의 활동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접근성 있게 보여주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뿐이다. 가령 화려한 퍼포먼스가 강점인 팀이라면, 그 퍼포먼스가 돋보이면서도 음악의 에너지가 그에 걸맞은 레벨로 올라와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리스너의 귀가 피곤하지 않게 그 사이의 '밸런스'를 잡는 음악을 선택하는 식이다. 최근 엔믹스(NMIXX)가 믹스팝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과의 타협점을 찾아낸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좋은 케이팝은 접근성을 고민하되 사운드 퀄리티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결국 이 관계성을 만드는 건 A&R의 치밀한 설계와 아티스트의 진심이다. A&R은 마이너한 트렌드(디지코어, 하이퍼팝, 저크 등)부터 빌보드 상위권의 메인스트림까지 폭넓게 읽어내며 최적의 밸런스를 찾아내야 한다. 여기에 결정적인 '한 끗'을 만드는 건 아티스트가 자신의 활동에 얼마나 진심인가 하는 지점이다. 셀프 프로듀싱이 유리한 진짜 이유도 단순히 음악 실력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작업물이기에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해 누구보다 지독하리만큼 진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를 통해 프로듀싱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시대에, K-POP은 다른 음악들과 달리 더 많은 노력과 코스트가 들어가는 고투자 비즈니스이자 현 음악 트렌드에 부합하는 예술이 되어가고 있다. 세스 고딘이 말한 '가장 작은 유효 시장(Smallest Viable Market)'을 대표하는 슈퍼팬들을 감동시켜, 그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유능하면서도 자발적인 홍보 실장이 되게 만드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이런 유능한 홍보 실장들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내가 바라보는 케이팝 산업의 목표이며, 비즈니스적 성공과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지향점이 맞물린 이 시스템은 이제 ‘기획 예술’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 고도화된 시스템이 스스로 성과를 증명하고 있는 한, K-POP이 이제는 시효가 만료된 ‘낡은 대중성’의 잣대에 자신의 가치를 구걸할 이유는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