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택이었을까

선택하지 않은 것들의 매혹

by 숲속의조르바


로버트 프로스트는 두 갈래 길 중에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생각을 시로 읊어 냈고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빨간 약과 파란 약 중에서 선택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린 늘 갈래길에 선다.


0와 X, 다양한 숫자의 객관식, 할까 말까 갈까 말까의 선택이 삶을 관통한다.


학교와 학과를 골라야 하고, 직업을 골라야 하고, 배우자도 선택해야 한다. 아파트를 살 때도, 주식을 사거나 투자를 할 때도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의 결과는 극명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두 갈래면 그나마 다행히지만 그 이상의 갈래가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이론적, 합리적 근거를 찾아 선택했다 해도 결국 두 갈래 길처럼 도박에 가까운 인생인 듯싶다.





그런데 문득 살면서 내가 했던 선택들이 정말 원하는, 마음에 드는 선택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선택들이 온전히 주관적이었고 자유로왔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주변의 조언이나 충고를 깔끔히 무시하는 독단도 있었고, 끝내 오래 고민하다가 충동적으로 결정했던 어이없던 순간들도 떠오른다. 모든 결정은 내가 스스로 한다는 오만에 빠져있던 것도 같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해진, 주어진 보기 안에서만 선택을 하며 산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빨간약과 파란 약, O와 X, 사지선다의 보기는 내가 만들어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선택의 시기나 결정의 시한 또한 내 의지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듯하다.



온전한 나의 선택이었을까?


그리고 꼭 선택해야 했을까?


선택하지 않을 순 없었을까?



타인이 제공하는 [선택]이란 항상 빨간약 파란 약처럼 그에 의해 정해진 보기 밖에 없다. 보라색 약은 없다.




선택이 일종의 의무라면, 선택하지 않을 권리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가올 선택의 순간들에는 보기의 문항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