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The Rule - 래리 하이트> 독후감
2023년 1월 13일, 선물옵션시장에서 트레이딩으로 경제적 자유를 넘어서는 엄청난 부를 이룩한 래리 하이트가 쓴 책 <The Rule>을 읽었다. 여러 투자 책에서 래리 하이트라는 이름은 본 적이 있지만, 그가 쓴 책을 읽은 건 처음이다. 투자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그루들은 대부분 말과 글을 위트있게 쓰는 편인데, 래리 하이트 역시 위트가 넘쳤다. 그래서 매우 쉽게 읽혔고, 금방 읽었다. 한 마디로 재미있었다.
저자는 누구나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로써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세운 자신의 원칙을 소개하고, 다른 사람도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바램으로 이책을 썼다고 했는데, 다 읽고 나서 저자의 제안이 그 바램과 부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주관적 해석이지만 이책이 주식과 증권 카테고리에서 소개되고 있는데 카테고리 분류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저자 래리 하이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투자 세계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저자의 판단 기준을 이해하고 일상 생활에서 응용해본다면 보다 더 손해를 줄이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저자의 메시지는 심플하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승산을 계산해보고 실패 확률이 더 낮으며, 손해가 제한된 대신 승리 시 얻을 것이 크다면 하라는 것이다. 너무 뻔한 말 아닌가 할 수 있지만, 래리 하이트가 왜 이런 원칙을 제시하는지 살펴볼 가치는 충분하다.
먼저 래리 하이트는 매우 불리한 신체조건이었다. 한쪽 눈은 태어날 때부터 멀었고, 다른 쪽 눈도 시력이 매우 나빴다. 시력검사에서 제일 위에 있는 글씨도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부모님이 사준 안경으로 한쪽 눈 시력 교정은 가능했지만 한쪽 눈 시력은 없는 상태로 인생을 시작했다. 볼 수 없으니까 당연히 운동도 잘하지 못했다. 운동도 못하고 시력이 좋지 않아 책 보기도 어려웠던 걸 상상해보면 얼마나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저자 말에 의하면 어린 시절 완전히 기가 죽어있었고, 때로는 자살 생각도 했다고 한다.
무엇을 하든 열세에 있는 게 익숙했던 래리 하이트는 살아남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낸다거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기를 하면서 일상생활을 해나간다. 예를 들면 보지 못했어도 나도 봤다고 한다든가, 불리한 신체조건으로 하기 어려운 숙제는 이야기를 꾸며내서 둘러대는 것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일반적인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와는 다르게 불리한 사람의 처절한 생존 몸부림 스토리 느낌이었다. 여기서 부끄러운 나의 유년 기억도 떠올랐기에 래리 하이트라는 인물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다.
래리 하이트의 유년기에는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았다. 다툼이 일어나면 얻어맞기 쉽고, 경찰에 쫓겨 도망쳐야 할 때 가장 잡히기 쉬웠다. 신체적으로 불리하니 당연한 일인데, 이로 인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자신이 이길 확률을 생각해보고 지지 않을 수 있을 때 실행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게 된다. 그나마 저자에게 주어진 행운은 셈을 잘하는 능력이었는데, 이 능력으로 그나마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된다.
특히 자기 자신이 경쟁에서 많이 져봤기에 자신의 판단을 더 정량적으로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셈을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했다.
저자는 유년기 시절에서 느낀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나는 장애를 통해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길렀고, 남들이 보지 못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실패를 통해 우리는 무엇이 통하지 않는지 배울 수 있다.
틀림을 가정하는 능력을 키우면 큰 결정을 옳게 내일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당신이 욕망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라. 그런 다음 인생이 달린 것처럼 그 일에 집중하라.
(저자는 핸디캡으로 인해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지만, 본인 판단에는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것에도 실패하면서 본인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함)
인생이란 실패는 피할 수 없다. 대다수의 사람은 자신의 왕자나 공주를 찾아 결혼하려면 수많은 개구리와 키스를 해봐야 한다. 몇 번 나쁜 데이트를 했다고 해서 사랑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랑에 성공하려면 사랑에 실패해봐야 한다. 사랑은 완벽함이 보장된 게임이 아니라 승산의 게임이다. (72 페이지)
저자는 인생은 실패와 함께할 수밖에 없고, 실패를 하더라도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시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패의 혜택은 무엇이 이번에 통하지 않았고, 왜 통하지 않았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다. 이유를 알면 다음 기회에는 실패할 확률을 줄여준다. 책에는 해리 포터 작가 J.K롤링의 사례가 나오는데, 그녀는 6년 동안 여러 번 계약을 거절 당한 뒤에야 출판 계약이 성사되었다. 결국 실패를 반복하면서 다음 기회에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 된다.
실패를 줄이는 계산을 하던 어느 날, 래리 하이트는 본인이 보기에 승산이 있는 게임을 발견하게 된다. 대학교에서 금융 수업을 받고 있던 때였는데 선물계약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매우 큰 레버리지를 이용할 수 있고, 때로는 총 금액의 5%만 걸고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래리는 이 내용을 듣는 순간 너무나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교수는 선물계약시장은 터무니없이 리스크가 크고 다수가 5% 증거금조차 빌려서 투자하는 위험한 시장이라는 말한다. 하지만 래리 하이트는 그 시장에 뛰어들어 억만장자가 된다.
그런데 저자가 생각하기에는 실제로 2%만 증거금으로 걸어도 되고, 크게 위험하지 않은 상품으로 보았다. 먼저 증거금은 미국 국채로 5% 예치금을 넣었을 때 국채에서 3% 이자가 붙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 증거금만 있어도 된다는 계산이었고, 위험은 단일 선물계약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20여개의 선물계약을 보유하면 위험이 낮아진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거래에서 5%하락해서 손실 볼 확률은 높지만, 20개 모두가 동시에 5% 하락하는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선물계약상품에 대해 닥치는대로 공부하면서 시험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간이 흐를수록 선물계약상품이 주식보다 리스크가 적다는 걸 알게 된다. 내 돈은 2%만 쓰면서 큰 돈을 거래할 수 있고 안전하다니...!!!
그는 대학 졸업 후, 선물계약시장과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서 큰 돈을 벌었다.
책의 절반 정도는 투자에서 어떻게 이익을 더 높이고, 손실을 줄일 수 있는지 방법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지만 나는 우리가 집중해야 할 내용은 바로 이 윗 부분 내용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각자에게는 각자 계산에 의해서 승산이 있는 분야가 보이지 않을까? 저자는 투자 시장에서 승산 있는 게임을 본 것이고, 누군가는 김치찌개를 만들어서 파는 사업 모델에서 손실 위험보다 이익을 볼 확률이 더 높은 게임을 볼 수 있고, 누군가는 캔을 만들어서 식품 회사에 납품하면 승산이 높다는 계산을, 누군가는 커피를 파는 까페를 차리면 승산이 높은 게임을 볼 수 있다.
조심할 점은 실패를 했을 때 다음 기회를 얻지 못할 정도로 올인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며, 계산하지 않고 무턱대고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본인의 경험에서 승산이 아무리 높아도 지는 경우가 있었고, 실패할 경우 모든 것을 잃으면 재기가 어렵다는 경험도 갖고 있기에 어떤 경우에도 올인하면 안 된다는 점과 승률 계산을 신중히 꼭 해보라는 권유를 한다. 과연 성공 확률이 높은가? 실패할 경우 잃는 것은 조금일까?
우리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이 생각을 면밀히 해봐야 한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집을 사거나, 주식을 사거나 등에서는 당연하고,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구입할지 등의 일상생활에서도 내가 얻을 것과 잃을 것을 비교해보고 얻을 것을 과연 꼭 얻게될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나에게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을 사면 그림도 그릴 수 있으니 나에게 이익이 될 거야! 라는 생각으로 샀었지만 그림 한 번 완성해보지 않은 아이패드가 있는 건 비밀이다)
저자처럼 일상생활에서 늘 얻을 것과 잃을 것, 결과가 일어날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습관을 꼭 가질 필요는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에서 한번 쯤 생각해볼만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해 본 생각이다. 현명한 판단을 하는 방법과 실패를 줄임으로써 저절로 성공 확률이 올라가는 원칙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승산이 있는 영역을 찾았으면 좋겠고, 그 영역을 알아볼 때는 꼭 저자가 말하는 과연 승산이 있나, 위험은 없나, 내가 잃을 것을 어느 정도 이고 얻을 것은 어느 정도인가를 곱씹어보면 좋겠다. 이 메시지는 굳이 금융투자 영역에서만 다룰 필요가 없고, 일상생활 대부분에서 통용되기에 이 책은 교양서적으로 두어도 좋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마무리 한다. 저자의 투자 기술에 대해서는 다른 아티클에서 정리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