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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씀 Aug 17. 2022

상견례 : 가족과 가족의 만남

한 번 이혼한 남자의 첫사랑

가족과 가족이 만나는 자리, 상견례. 우리의 첫 만남은 2년이 넘었지만 가족의 만남은 상견례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걱정했고 내심 기다려지기도 했던 상견례 주간.


원래 나와 여자친구의 계획은 상견례를 안 하거나, 간단하게 식사하는 걸 생각했는데. 우리 뜻대로 되지만은 않더라. 오히려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상견례 장소도 예약해야 했고, 종이 청첩장도 완성해야 했고, 상견례 선물도 준비해야 했다. 할 일이 많은 와중에도 모두가 함께  편하게 얼굴 마주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준비는 여자친구가 다 하는데, 나 혼자서 스트레스만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상견례 하루 전


장장 5시간의 자동차여행 끝에 서울에 도착하신 장인/장모님과 우리는 바로 명동성당의 가톨릭회관으로 반지를 보러 갔다.


천주교 결혼식을 진행하는 우리는 묵주반지를 결혼 예물로 준비할 계획이었다. 요즘 금값이 비싸고 매일 착용할 거면 은이 좋겠다는 마음에 준비하던 차, 예비 장모님께서 금반지를 사주겠다고 하셨다. 얼떨결에 비싼 금 묵주반지를 결혼예물로 받게 되었다...


이후 모두가 천주교 신자인 우리는 명동성당을 둘러본 뒤 저녁을 먹으러 갔다. 드디어 장인어른과의 첫 술! 나와 장인어른께서는 술을 좋아하지만, 각자 건강 등의 이유로 (한동안)술을 못 마셨는데, 이날만큼은 (허락을 받고)걱정 없이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장인어른과 소주를 꽤 많이 나눠 마시고, 다시 객실로 돌아와 이모부가 준비해 주신 와인과 과일로 또 한 잔! 넘나 맛있고 행복했다 ㅠ_ㅠ



예비 장인/장모님은 이번 연휴를 서울에서 보내며 상견례를 하실 생각이셨다. 예비 장인/장모님께 잘 보이고 싶었던 나는 우여곡절 끝에 이모부 찬스로 좋은 호텔을 예약해드릴 수 있었다. 덕분에 나와 여자친구도 부모님을 잘 모실 수 있어 만족했고, 장인/장모님도 만족스러워하셨다.


롯데호텔 30층 주니어 스위트룸은 처음 가 봤는데, 아니 롯데호텔 객실 자체를 처음 들어가 봤는데, 정말정말 좋더라. 널찍한 객실 크기도 좋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깥 경치도 좋았고, 이모부께서 챙겨주신 와인과 과일, 디저트도 넘나 맛있었다. ​





마침내 시작된 상견례


난 상견례가 너~~~~~무 무서웠는데,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서로 인사와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수순이랄까. 그런데 뭔가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나와 여자친구는 서로 사랑하고, 앞으로 남은 여생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기에 결혼을 선택했다. 그런 우리를 매개로 부모님들도 인사를 나누고 서로 아는 사이가 되어간다는게, 신기했다.

식사 후 한복 집에 가서 어머님들의 한복을 맞추는데, 이곳에서도 가족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머님들이 한복을 입고 나오면 아버님들과 여자친구와 나 모두 사진을 찍고, 한복 디자인, 어울림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눴다. 그래서인지 빠르게 마음에 드는 이쁜 한복을 고를 수 있었는데, 직원분들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아버님들이 사진 열심히 찍어주시고, 의견 주시는 집은 못 봤어요.", "정말 화목하신 가정 같아요."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며, 서로 기분 좋게 한복을 고르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상견례를 하고 보니, 나는 부모님의 거울이더라. 부모님의 옷차림, 미소, 태도, 마음가짐 모든 게 볼수록 나와 비슷했고(우리 부모님, 나 모두 상견례 때문에 이번 주 내내 긴장 상태), 여자친구의 부모님께는 내 부모님의 모습이 '나를 한 번 더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


우리 부모님은 여자친구 부모님을 아주 멋진 분들로 존경스러워하셨고, 여자친구 부모님은 우리 부모님의 선한 느낌과 인상이 너무 좋았다고 하셨다. 결국 양가 어르신들 모두, 상대방의 부모님을 뵙고서야 '왜 서로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는지' 알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가 서로 만나고, 사랑할 수 있었던건 부모님들께 배운 습(習) 또한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양가 어르신들 모두 자상하셨고, 우리 엄마아빠는 너무 소심했고 매우 긴장했던 상견례였지만, 결국 잘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나는 양가 부모님을 뵈며,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생겼다.



분명 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시원하게 마무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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