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의 오해

부모들의 오해.

by 파란감자

나는 진로 강사다. 소속은 여기, 저기 몇 군데 걸터 놓았지만 아무나 들어도 알 수 있는 소속으로는 ‘EBS 진로탐색 캠프’강사다. 많은 학교를 다니면서 청소년들과 진로 수업을 하면서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진로가 결정이 되었나요?”이다. 그 질문에 3분의 1가량의 학생들만 자신 있게 “네”라고 답변을 한다. 그럼 나머지는 결정이 안된걸까? 결정이 안돼서 손을 안 드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도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 길로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불안한 것이다. 강의 중에 조용히 있던 한 아이가 쉬는 시간이 되자 살짝 옆에 서서 물어본다. “선생님, 저는 아직 뭘 해야 할지 정해지지 않았어요. 근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정해져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에 대한 저의 답변은 “왜? 뭘 해야 할지 지금 정해지지 않으면 안 돼?” 초등학교 6학년인 이 학생은 지금 무엇을 정해야 할까?

조금 딱딱하겠지만 진로의 정의부터 시작을 해볼까한다.

진로(進路)란 사전적 의미로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나와 있다. 또한 ‘career’ 는 희랍어의 ‘전속력으로 달리는 경주용 마차’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진로는 일생을 통해 진행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경험하는 모든 것으로 입학, 졸업, 취업, 결혼, 자녀출산, 여가, 노후생활 등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그럼 직업을 이야기 해 보자. 직업은 생계유지와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적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를 하면서 보수를 받는 활동을 말한다. 그래서 직업이 진로에 포함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끊임없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다시 앞으로 가서 이야기를 연결해 보면, 어떠한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아이들보고 진로가 결정 되었냐고 물어본다는 건 무리수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목표는 중학교 진학, 고등학교 진학, 대학교 진학, 취직에 대한 목표 등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진로수업 때는 진로에 대해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간이다. 진로에 대해 탐색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선택을 하기 까지 한 가지씩 순서를 밟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교육부에서는 자유학기제에서 자유학년제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몇 달 전 친구를 만났다. 두 아들의 어머니인 이 친구는 그야 말로 엄친아(능력이나 외모, 성격, 집안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남자를 빗대어 이르는 말)의 엄마로 세상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친구이다. 차를 마시며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친구 얘기가 나오면서 자녀들의 ‘진로’이야기로 이어져 갔다. 두 아들을 둔 친구는 아들 둘 다 공부를 잘 하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이 없이 엄마들이 세상 부러운 특수목적 고등학교를 보낼 수 있고, 자리에 없는 친구의 딸아이는 이미 진로가 결정이 되어 ‘제빵사’의 길을 밟아가는 중이었다. 살아가는 방법은 집집마다 다를 수 있다. 예전부터 ‘자식에 대해서는 함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내 아이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남의 아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하지 말라고 어른들이 말씀을 하신다. 부모는 자식의 지팡이가 되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공감은 하고 있는 나였지만 그렇다고 집집마다 사정이나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는 다 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알아서 공부를 잘 해주면 너무나 ‘땡큐’ 이지만 세상 모든 자녀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이 친구는 모르는 거 같았다. 실제로 진로 수업 가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녀들이 하고 싶은 것을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강의시간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학생 옆에 가서 물어 보았더니 ‘작사’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마음이 맞는 몇 몇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연습을 하는데 너무 재미있고 적성에도 맞는데 문제는 어머니가 반대를 하신다는 거다. 왜 반대를 하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어머니도 한때 가수가 꿈이어서 여러 번 도전을 해보았지만 그 길은 너무 힘들어서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얼마나 힘든 길인지 너가 몰라서 그러니 너는 아예 그 길에 발도 들이지 말라’는 식인 것이다. 부모로서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진로 강사로서는 1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그 아이에게 부모님이 잘못 생각하시고 계신다는 언질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 학생에게 다시 물었다. 부모님이 계속해서 반대를 하신다면 안 할 거냐고 물었더니 그 학생은 계속해서 부모님을 설득할거라고 했다. 본인이 얼마나 이 일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싸우지는 않겠지만 설득은 계속 할거 라고 말한 이 학생이 나 보다 더 어른스러웠다.

정작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앞에 길게 늘어놓았나 보다. 부모는 자식의 지팡이가 되어준다? 여러 용도로 쓰이는 지팡이의 역할은 사람을 도와주는 거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발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눈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안내자의 역할이 되어주고, 산에서는 걸림돌을 치우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몇 년을 더 살아온 인생 선배로서 그 길이 힘들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 길을 못 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길을 가면서 많이 넘어지고, 쓰러지고, 상처를 받고 할지 알기 때문에 지팡이로 가드레일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 아이의 진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들어주고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부탁을 한다. 당신 자녀의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