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에 주인공은 보쌈?

보쌈을 먹기 위한 김장.

by 파란감자


해마다 김장을 한다.


"올해는 김장하지 말자, 그냥 사 먹자, 요즘 맛있는 김치들 많이 파는데 힘들게 김장하지 말고 사 먹자."

이렇게 말해주는 고마운 남편이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생각이 바뀌었나보다.


"우리 조금 힘들어도 김장하자, 네가 해주는 김치가 제일 맛있는 거 같아" ㅎㅎㅎㅎ

결혼해서 큰 아이를 임신해 12월 출산 예정을 앞두고 11월 만삭의 몸으로 큰 시누이 네로 김장을 하러 갔다.

내가 본 것은 꿈이었으면 했다. 밭에서 뽑아온 배추가 작은 것까지 700포기 정도란다. 700포기를 누가 다 먹을까? 했는데 몇 집이 나누다 보니 아주 넉넉하게 잘 먹었던 것 같다.

시흥에 작은 동네라 품앗이가 가능하다 보니 주위에 계시는 동네 분들이 속 넣는 걸 도와주시고 해서 생각보다 빨리 끝나기는 했다. 힘들었지만 그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여럿이 모여서 수다 떨면서 수육 삶아 고무장갑 낀 손으로 먹던 보쌈은 그때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음식이다.

큰 시누이네가 밭을 접으면서 이제는 각자 집에서 김장을 하기로 한지 십여 년이 되었다.

적은 식구로 많이 안 해도 되니 사 먹는 돈보다 김장하는 돈이 더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늘 김장하던 날 그 맛을 잊지 못해 김장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보쌈을 먹기 위해 김장을 하는 것 같고, 김장이 주인공이 아닌 보쌈이 주인공이 된 것 같다.

김장하는 날, 일부러 친구들을 초대해서 수육을 삶고, 굴과 밤을 넣은 보쌈김치를 만들고 맛있게 먹어주는 이들이 있어 힘들다고 생각되기보다는 힐링인 거 같아 이 맛에 김장을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많은 양을 힘들게 해서 자녀들에게 나눠주시는 부모님들의 노고에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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