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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TOSTEP May 21. 2024

장사일기 ep.7  렌트프리(첫 주)
_철거

바닥철거를 왜 잊고 있었지?

[등잔밑은 왜 항상 어둡나?]

 렌트프리기간의 첫 주의 내용을 행정처리부터 시작했다. 이유는 행정처리 업무가 사실 매우 수월했기 때문에 글로 옮기는 작업에 있어서도 손가락이 먼저 수월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첫 주에 앞서 언급한 행정처리를 진행했지만 사실 저것들은 일도 아니었다. 행정처리보다 몇 배는 중요한 매장공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2024년 5월 13일부터 렌트프리기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나는 5월 13일 아침 7:30분부터 공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기 공사도면]

 보다시피 도면이다. 사실 도면이라고 말하기도 창피한 수준이긴 하나, 스케치업이나 이런 프로그램을 잘 다룰 줄 모르는 나로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그리는 게 최선이었다. 어쩌겠나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자영업자의 숙명이다. 완벽한 셀프공사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반셀프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나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택지가 많지 않고 스스로 노가다를 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다행히도 직사각형의 매장구조라 특별히 철거랄 것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간이도면이나 마찬가지인 저런 도면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나름 중간중간 계속 구조상태를 점검했기 때문에 공사당일날도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거짓말같이 며칠을 봤으면서도 왜 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바닥을 철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임차한 곳의 바닥은 디럭스타일이라 깨끗한 편이었다. 전에 옷가게로 쓰이던 곳이라 유독 깨끗했다. 때문에 난 바닥은 '깨끗하다'라는 암시가 걸린 것인지 공사당일날 까지도 '깨끗하다'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이건 뭐 오판이라 말하기도 뭐 한 그냥 멍청함이었다. 너무나도 멍청함!!

 여기서 더 큰 의사결정의 문제가 생긴다. 바닥이 디럭스타일이란 것이다. 디럭스타일이라 하면 뭐랄까 설명이 조금은 모호하지만 장판과 타일은 중간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렇다. 중간 같은 게 모호한 것이다. 나무나 타일이면 내가 스스로 철거할 수 없다. 인력을 구해서 해야 한다. 깔끔히 하루 공사를 미루면 된다. 그러나 중간 느낌이라면 어떠한가? 내가 스스로 할 수도 있다. 물론 힘들지만 도구만 있으면 소위 말하는 노가다를 뛰면 할 수는 있다. 난 나의 컨디션을 생각했다. '어제까지 감기몸살로 힘들었지만 주사도 맞았고 지금 상태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때마침 빠루도 있다. 20평 남짓인데 깔 수 있지 않을까?'

난 내 스스로 바닥을 까는 선택을 했다.


[빠루로 바닥 까는 미래의 사장]

결국 난 사진처럼 하루종일 바닥을 깠다. 빠루에 빨간색 부분을 잡고 까면 그나마 편한데 왜 저기를 잡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깠다. 하루종일 몸에 안 좋은 물질을 한 없이 먹어가며, 손에 물집이 잡혀가면서 깠다. 그리고 종국에는 몇 가지를 깨달았다. 


1. 섣불리 셀프로 뭐 하려고 하지 마라. 전문가가 있는 이유가 있다. 

2. 장사 하루만 할 것 아니라면 몸 생각해라. 결국 사장의 건강이 매장의 건강이다.(다시 몸살 재발)

3. 빠루질은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사용해서 해야 한다. 

4. 마스크는 3M이다. 


야심차게 아날로그 방식의 스케치북을 꺼내들었지만, 결국 내 손에 하루종일 잡혀있던 것은 빠루 한자루 였고 이 날 내 방 책상위에 가득 쌓인 것은 밴드와 연고와 반창고 였다. 등잔밑이 어둡지 않고 밝았는데도 보지 못했고 매우 매우 아팠다. 매우 매우..


ep.7 -끝-

* 매일은 아니겠지만, 장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날부터의 창업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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