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TOSTEP Jun 06. 2024

ep.3-인테리어 part.1

물도 셀프는 귀찮은데 인테리어를 셀프로 하려 하다니...

"인테리어는 시작되었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에피소드 3에서 말하고 싶은 점은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별개로 장사일기를 비정기적으로 적고 있다. 그리고 그 장사일기를 적절히 편집해서 브런치북으로 연재하고 있다. 다행해도 인테리어의 과정은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잘 기록되고 있다. 인테리어의 기록을 part.1과 part.2로 나누어 볼 수 있다. part.1은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부분 part. 2는 공사에 대한 구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사는 公私이다. 


 part. 1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자마자 가장 먼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이슈는 결국 돈이다. 업종마다 크기마다 지역마다 다 다르겠지만 결국 평당 150만 원 ~ 200만 원 정도라 보면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정해진 가격이란 것은 없다. 돈을 많이 쓰면 쓸수록 당연히 좋다. 꼴랑 동네 장사하려고 토마스헤더윅 급의 디자인을 할 수는 없으니.) 이 기준으로 봤을 때 20평 정도의 규모라 하면 3,000만 원 ~ 4,000만 원 정도의 인테리어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별도로 발생하는 각종 유틸리티 공사, 소품, 기타 공사기간 중 운영비 등이 더해지면 4,000만 원 ~ 5,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최소한의 장사를 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으로 투입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매장을 확보하는데 들어가는 보증금과 매장에 따른 권리금 등이 있을 수가 있다. 보증금과 권리금 등은 내가 얻고자 하는 매장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얼마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장사가 될 만한 곳, 장사가 되었던 곳을 고려한다면 보증금은 5,000만 원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권리금이 없다는 가정하에 생각해 보면 아무리 줄이고 뭔 짓을 하더라도 20평 정도 규모의 창업을 한다면 최소 한 장. 즉, 1억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사실 1억이란 금액도 엄청나게 타이트한 금액이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의 인생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리소스가 장사에 활용할 부분이 많지 않다면 1억보다도 더 들어갈 것이다. 나 역시도 이 금액의 범주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나의 경우에는 인테리어라는 인프라를 구축함에 있어서 다른 창업자들 대비 매우 유리한 포지션에 있었다. 가족 구성원의 일부가 인테리어 관련돼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점에 홀려서 난 과감히 셀프인테리어라는 선택을 했다. 인테리어를 시작한 지 3주쯤 지난 시점에 결과는 어떠한가? 장사를 할 정도의 수준은 되지만 역시 셀프인테리어는 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얘기했지만 나에게는 경험치와 전문성을 가진 가족이 있다고 하였다. 경험치와 전문성. 두 가지이다. 이 두 개 중에 전문성만을 취해서 했으면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경험치까지 취하다 보니 사공이 많아지고 결과물을 나오고 있으나 타임라인이 계속 늦춰지고 있고, 퀄리티 역시 뛰어나지는 않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우선은 장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으니 장사를 하면서 몇몇 실패사항에 대해서 언제쯤 수정할지를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 (경험치를 셀프인테리어에 반영한 폐해는 part. 2에 언급하겠다.) 여하튼, 공사는 시작되었고, 3주가 지났고, 몸은 아프고 마음은.... 장사를 시작도 했는데 슬프다. 어쨌든 아프고 슬픈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그간의 진행했던 것에 대한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 글을 쓰는 의미라도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철거]부터 시작한다. 내가 임차한 곳은 완벽한 직사각형 형태의 공간이었다. 천장은 석고보드. 바닥은 디럭스타일로 마감되어 있었고 양쪽 벽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내가 임차하기 전, 보세옷가게 같은 용도로 쓰였던 곳이라 새롭게 뭔가를 꾸미기에는 너무 좋은 도화지 같았다. 바닥은 무리 없이 철거를 했다. 천장 역시 석고보드를 떼어냈다. 천장의 석고보드를 떼어내면 당연히 석고보드가 붙어있던 엠바와 엠바를 지지하는 앙카가 시멘트 천장에 박혀있다. 그리고 배수관 등이 노출이 되어 있다. 요즘은 노출 형태의 천장을 많이들 하고 그것이 개방감을 주기 때문에 천장은 별도의 마감은 하지 않고 노출시킨다. 나도 그러려고 했으나, 난 기존의 엠바와 앙카를 철거하지 않았다. 철거하지 못했다. 석고보드만 떼어내고 엠바와 앙카를 검정으로 도색하여 활용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떼어냈어야 했다. 좁아 보였고 낮아졌다. 철거 부분에서 가족의 경험치에 의존했는데, 이 부분은 외부 전문성에 의존했어야 했다. 천장을 철거하면서 닥트라인을 어떻게 뺄 것인지를 같이 고민할 수 있어야 했는데 셀프인테리어다 보니 그 부분이 동시에 고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때문에 기존의 엠바에 닥트를 매다는 형태로 진행하게 되었다. 안전성에는 당연히 문제가 없었지만 멀쩡히 내 돈 주고 임차한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철거요약] : 셀프인테리어든 뭐든 철거는 완벽히 다 없애라. 기존 것을 활용할 수는 없다.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빠르고 쉽다. 


 철거가 다 된 이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모든 프로젝트가 마찬가지겠지만 [업무의 순서]라고 본다. 타임라인에 맞춰진 업무의 순서. 즉, 공사의 순서가 제대로 바르게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사 중에 다른 공백이 생겨도 조정하고 조절할 수 있다. 20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이 역시 순서가 바르게 설정되어있어야 한다. 내가 가진 직접적인 경험치가 없다 보니 이 순서에 대해서 고민할 수가 없었다.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것이다. 너무나도 그리기 편한 하얀 도화지를 어디부터 채워나가는 것이 효율적인지 몰랐기 때문에 되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3주가 지난 시점에도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2주면 끝날 공사인데 말이다. 

[공사순서요약] : 타임라인을 짤 수 없다면 셀프인테리어는 하는 것이 아니다. 


 [주방공사] 앞서 말했듯이 업무의 순서가 중요하고, 또한 R&R의 배분이 중요하다. 주방의 기초를 다지고 타일작업까지 마무리하면 끝나는 작업이다. 보통은 타일작업하는 팀이 기준점이 되어서 진행하면 이틀이면 끝날 작업인데, 주방기초공사인 방수와 타일부착작업의 인력이 나누어졌다. 여기서 엄청나게 시간을 소비하게 되었다. part 2에서 추가로 언급하겠지만, 셀프인테리어이긴 하나, 전체적인 공사를 담당하는 기술자를 한 명 섭외하긴 했다. 사실 기술자라고는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동네에서 전기도 하시고 목공도 하시고 방수도 하시는 일종의 맥가이버 같은 아저씨. 이 분 한분이 주방방수작업을 맡고 주방의 가벽까지 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었고, 이 분 작업이 완료된 이후에야 타일부착작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주방이 완료된 시점은 거의 공사를 시작하고 2주 후에나 가능하게 되어버렸다. 천장의 엠바까지 완벽하게 철거한 이후 주방배수 및 방수공사 2일, 가벽설치 1일, 타일부착 1일, 마무리작업 1일의 일정으로 주방의 기초를 끝내놓고 다른 작업을 시작했어야 했다. 난 주방을 하면서 전기라인, 목공 등을 동시 다발적으로 한 명이 하다 보니 시간의 효율성은 전혀 확보하지 못했고, 작업의 퀄리티도 떨어지게 되었다. 

[주방공사요약] : 식당공사의 기준점이 되는 부분이 주방이다. 주방을 초반에 확실히 잡아야 한다. 


[닥트 및 전기공사] 주방은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여하튼 원하는 데로 완료는 되었다. 그러나 닥트 및 전기공사는 초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사실상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철거 부분에서도 언급했지만 엠바의 밑에 닥트라인을 매달았다. 닥트라인이야 그럭저럭 뽑았지만, 엠바의 위에는 전기배선도 같이 나와있다. 애초에 엠바를 철거하고 닥트를 더 높였다면 전기배선공사가 수월하게 깔끔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어차피 주방으로 잡은 공간에 빠진 전기배선은 따로 건드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닥트라인 설치 이후에 넓고 편한 작업공간에 전기배선을 자유롭게 뺄 수 있었을 것이다. 엠바를 철거하지 않았고 이미 엠바에는 닥트가 달려있다. 이 상태에서 전기배선을 빼다 보니, 작업속도도 더디고 선정리도 깔끔하게 마무리되 못하였다. 첫 단추부터 잘 못 되었으니 꾸역꾸역 중간을 메꾸어서 마지막 단추를 어떻게든 끼어 맞추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닥트라인은 완벽하게 실패다.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3~4개월 후 철거하고 높이고 싶긴 하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매우 속상하다.

[닥트 및 전기공사 요약] 닥트는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다. 기능적 측면을 최대한 살리고 최대한 안 보이는 것이 좋다. 


[기타 공사] 주방라인, 닥트라인, 전기배선만 정리되어 있다면 사실 식당공사의 80%는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가스라인공사가 있는데 이 부분은 언급하기가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도시가스라인을 설치하기에 너무나도 편한 상태의 건물이었기 때문에 고민할 요소도 아니었다. 다만 이 부분은 건물과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 맞추어야 한다. 주방공사에 포함시키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주방, 닥트, 전기만 무리 없이 되어있다면 그다음은 거의 대부분이 데코작업이다. 벽장식, 테이블, 냉장고 등등 대부분이 가져다가 설치하면 되는 것 들이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계속 말하지만 업무의 순서가 잘 되어있는 경우에는 이렇게 하면 되는데 나처럼 업무의 순서가 앞뒤 좌우 구분 없이 된 상태에서 하다 보면 겉으로는 잘 되어있는 것 같으나 확실히 야매의 느낌이 난다. 그리고 이 부분은 part 2의 공사의 구분에서 자세히 말해보려 한다. 


어쨌거나 공사가 거의 마무리 시점에는 있다. 한끝의 디테일이 떨어지지만 마무리 시점에는 있고 난 이 매장을 조금씩 손보면서 손님을 맞으면서 잘 성공시켜야 한다. 장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손봐야 할 것을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이 상황이 굉장히 짜증 나서 한 글자도 타이핑하고 싶지 않으나, 어쩌겠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쓰는 수밖에...





 

이전 02화 ep.2-35년식당 아들, 20년 고깃집사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