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참고 견디는 곳
나는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고, 어떤 사람들이 여기에 들어오는지에 대해서 얘기했지? 결국 들어보면 '아니, 그니까 이 양반 얘기는 좋은 학교 나와서 입사하란 얘기야 뭐야?' 이렇게 말할 것 같네. 사실 맞아. 특화되어 있지 않은 전공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방법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 아니면 뭐 일반적인 전공을 가졌는데 특화된 쪽을 전문가 수준으로 하는 매우 특출 난 케이스라거나.... 일례로 예전에 PD들은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었잖아. 그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편집에 대한 기술적 접근이 방송국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거든. (물론 캐스팅이나 기타 여러 가지 이유도 있어) 편집기 하나에 몇억 씩 하고 그걸 만질 수 있는 사람은 방송국에 입사한 PD만 가능한 일이니 엄청난 권력일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요즘은 어때? 말 안 해도 다 알잖아 촬영, 편집 같은 것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범용기술이 되어버렸고, 누구나 PD의 역할을 해서 개인채널도 만들고 영향력을 갖기도 하잖아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입사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하지만 또 그렇게 특출 난 경우는 입사보다는 스스로 업계에서 한 역할들을 하고 있지. 내가 말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반적인 케이스를 말하는 거니까.
그럼 결론적으로 어찌저찌에서 업계에 첫 발을 들여놨다 치고, 그럼 여기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인 거야? 사실 굉장히 단순하지. 별 거 없어. 영화를 만들고, 드라마를 만들고, 음악을 만들고, 배우 혹은 가수를 만들고, 유튜브콘텐츠도 만들고 하는 곳이지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짭짤하지가 않으니까 캐릭터도 만들고 캐릭터 만들어서 콜라보레이션도 하고, 콜라보레이션 할 수 있는 판이 좀 커야 하니까 전시 컨벤션도 좀 하고 전시 컨벤션만 보여주면 재미없으니 콘서트도 좀 엮고 이런 일들을 하는 곳이지. 쉽지? 말은 쉬워. 사실 뭐 엔비디아처럼 AI에 활용되는 칩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업무 전반으로 보면 크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지. 그런데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 그 어떤 산업군보다도 퇴사율이 높다는 거야. 특히 입사초기 퇴사율이 굉장히 높지. 그리고 타산업군에서 넘어온 경력직에 대한 퇴사율도 굉장히 높은 편이야. 이유가 뭘까? 바로 참고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지. 타산업군도 물론 당연히 참고 견뎌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유독 엔터업계는 참고 견뎌야 하는 일들이 수두룩 하다. 참고 견뎌야 하는 일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아무래도 산업적 특성이지 않을까 싶어. 어떤 감독과 배우가 과거에 천만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이번에 천만영화가 되지 않아. 너무나도 구리고 구린 팀명을 만들어서, 이건 누가 봐도 폭망이다 했지만 아시아를 몇 년째 호령하고 있어. 결국 아무리 데이터고 나발이고 발전했어도 결국은 흥행사업이다 보니 어떻게 될 것이다라고 예측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탑다운방식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어. 탑다운방식이다 보니, 탑까지 올라가는 것도 우선은 힘들고 탑이 내린 지시사항의 의중도 각기 해석이 다르고, 결국 뭔가를 기획하고 계획하고 실행하고자 할 때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엎어지는 경우가 많지.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이 바닥에 들어섰을 때 현타 오는 경우가 많아. '이게 뭐지? 자동차도 지 스스로 돌아다니는 이 세상에서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 참고 견디기가 너무 힘든 거지. 단순히 무슨 약개발하듯이 몇 년을 꾸준히 참고 연구하면 신약이 나오니까 참고 견뎌보자 이런 케이스가 아니야. 어제는 분명 A가 별로라고 해서 몇 날 며칠 고생해서 B를 가져갔단 말이지.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니 A가 좋더라'라고 하면 그래도 참을 만 해. B를 가져갔는데 마치 내가 지난번에 보여줬던 A는 본 기억이 싹 사라지고,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거처럼 생전 처음 본 것처럼 우주가 탄생한 것처럼 A를 얘기하는 거지. A가 좋으니 A로 다시 돌아가자가 아니야. 보통 이런 식으로 흘러가곤 하지. 아티스트를 직접 상대하는 일은 어떨 거 같아? 이것은 뭐랄까 같은 공간에 다른 시간을 사는 인터스텔라인가 보이는 데 말을 걸 수 없는 그런 상태인가? 난 우주에 있는가? 온갖 기괴한 생각이 다 들지. 일례를 한번 들어볼게. 과거에 내가 모연예인과 작업을 같이 한 적이 있었어.(어떤 프로젝트인지는 말하지 않을게) 당연히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서 여러 홍보방안도 고민하고 실행하려고 했지. 방송출연계획도 잡고 말이지. 그래서 지금도 장수하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인 모 프로그램의 출연을 제안했고, 본인도 그 프로그램이면 너무 좋다고 해서 진행하려고 했단 말이야. 근데 출연조건을 얘기해 봐 줄 수 있겠냐는 거야. 출연조건이 "야외에서 뛰는 게 싫다. 실내에서 안 뛰어야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프로그램은 당시만 하더라도 안 뛰면 프로그램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어. 결국 못 나갔지. 이런 케이스는 사실 당황스러운 케이스에 속하지도 못하는 너무나도 비일비재한 일이야. 깜냥도 못 되는 에피소드랄까? 이거보다 한 1000배 정도 되는 당황스러운 일들을 참고 견뎌야 하는 곳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야. 매일이 비이성적인 상황이 80% 정도 되는 일들을 참고 견뎌야 아니 그냥 허허실실 할 수 있어야 일할 수 있는 곳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지. 때문에 잘 참고 견디는 것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쩌다 한 번 터지는 대박을 잘 참고 기다리면서 우선은 오늘을 사는 곳이 엔터테인먼트 업계라고 할 수 있지.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을 텐데 매니저 직군은 굉장히 다양한 친구들이 매니저가 되는 경우가 많아. 예전에는 특히 그랬지. 그런 매니저 중에 특이하게 운동선수 출신 매니저들이 있는데 이런 친구들이 이 업계에서 오래 버터고 높은 자리에 가는 경우가 많거든. 특히 팀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더욱 그렇지. 왜 그렇겠어. 상명하복에 대해서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운동을 했던 친구들이라 참을성과 끈기가 탁월해. 내가 보기엔 '더운 여름날 운동장 뛰는 거보다는 참을만하네'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
"참고 견디다 보면 그래도 한 방이 터지고, 그 한 방으로 나도 좀 빛을 보는 곳" 난 이게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진짜 뭐 하는 곳인지에 대한 답이 아닐까 싶다. 계약서를 쓰고 앞으로 이렇게 하자라고 했는데도 계약서 따위는 다 필요 없다고 우선 질러 놓고 보는 몇 달 전 사건도 있었잖아. 전후좌우를 다 떠나서 어디 가둬놓고 계약서 쓴 것도 아닌데 말이지 ㅎㅎ.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뭐 하는 곳인지는 대충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음 편은 기획사, 제작사, 대기업계열 등등 어디 가서 참고 견디는 게 나은지 썰을 풀어보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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