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누가 들어가는가?
나에 대해 떠드느라고 아직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뭐 하는 곳인지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네. 어쩌면 이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특징인지도 모르겠어. 원활하게 뭔가 처리되지 않는 그런 곳?ㅎㅎ
엔터업계가 뭐 하는 곳인지를 우선 알려면 그 엔터업계에서 과연 어떤 인간들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겠지? 때문에 엔터업계가 뭐 하는 곳인지 알기 위해서 어떤 인간들이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지 풀어줄게. 그리고 지금 푸는 썰은 초점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첫발을 딛고 싶어 하는 사회초년생 혹은 대학생에게 맞추도록 할게. 어느 정도 경력자들이야 다양한 정보를 통해서 많이 접할 수 있으니까 이 부분에서는 굳이 20년 차 꼰대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네
난 엔터업계는 그것이 어떤 장르건 간에 무조건 세 가지 타입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봐. 직접직군, 간접직군, 스텝직군 이렇게 세 가지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이지. 영화던 음악이던 공연이던 드라마던 저 세 직군 안에 무조건 들어갈 수밖에 없어. 그럼 우선 저 세직 군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저 직군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 결국 내 썰을 통해서 어떤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얘기가 가장 중요할 테니까.
직접직군은 사실 얘기해 봐야 별 의미가 없어. 직접직군을 예를 들어볼까? 작가, PD, 감독, 디자이너, 작곡가, 작사가, 디자이너, 안무가, 연출가 등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다루고 있는 엔터테이닝한 어떤 것들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지. 이 직접직군은 회사에 속해있는 사람들도 있고 프리랜서도 있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이미 상당히 전문적이고 그들만의 리그가 있지. 난 오히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즉 industry의 개념으로 분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봐. 계속 내가 얘기하지만 업계 즉 industry의 개념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고, industry는 business를 만들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직접직군은 뭐랄까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밑바탕 원천 같은 개념으로 따로 분류해야 한다고 봐. 이런 직군은 이미 전공적으로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다른 쪽에 있는 사람이 진입하기에는 약간의 허들이 있지(방송 PD는 좀 예외로 둘 수 있겠지만) 쉽게 정리하면 직접직군에 있는 사람들은 원래 그 전공을 선택하거나 어떠한 방식 중의 하나로 그 공부를 계속해서 그 길을 가는 사람이고 그 길을 가다가 회사에 소속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프리랜서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사업체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라고 보면 되기 때문에 전혀 관련이 없는 대학생이 느닷없이 저 직군으로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뛰어드는 것은 약간 당황스러운 얘기가 되겠지? 물론 뭐 2차 교육기관을 통해서 교육을 받고 뛰어들 수는 있겠지만 뭐 그건 개인의 자유인 거고.. 자, 그럼 범용으로 쓰이는 인간들이 뛰어들 수 있는 직군은 간접직군과 스텝직군이 남았네. 스텝직군은 생략해도 될 거 같아. 인사, 회계, 재무, 법무 등이 스텝직군이고 이들이야 뭐 특별할 게 없지. 회계로 예시를 들면 뭐 특이한 건설회계 같은 특화된 경우도 있긴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라고 해서 별도의 특별한 무언가로 처리하진 않는단 말이야. 때문에 스텝직군은 일반적인 업계와 비슷해.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규모의 차이가 있고 TO가 많지 않다는 차이가 있지. 여하튼 스텝조직은 별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제쳐두고, 나머지 하나 남은 간접직군에 대해서 얘기해 볼게
간접직군을 우선 생각나는 데로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대로 주~~ 욱 열거해 볼게. '영화수출수입' '영화투자' '공연투자' '공연마케팅' '공연기획' '라이브엔터테인먼트 사업전략' '아티스트 IP콘텐츠 기획' '아티스트 IP 마케팅프로모션' '캐릭터 IP 기획' '디지털콘텐츠 기획' '콘텐츠커머스 기획' '드라마 판권 수출' '콘텐츠 플랫폼 진출전략' 등등. 대체적으로 위와 같은 워딩을 가진 업무들이 간접직군이라고 보면 되고, 사실상 간접직군이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딱 봐도 느낌이 오지? 뭐겠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돈을 만들어 내는 일들이야. 계속 언급하지만 음악 관련전공, 영상 관련전공, 창작 관련(글, 미술, 디자인등) 전공이 아닌 신입의 경우는 대부분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직군은 위와 같은 직군이라고 보면 될 것 같네. 여기서 하나, '저 아는 사람은 그렇지 않던데요? 전공과 상관없이 A&R 쪽 일 하고 있던데요?' 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친구들이 간혹 있어. 이 얘기는 무슨 얘기냐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 아는 사람이 축구선수인데 손흥민이야'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아 매우 특별한 케이스를 가지고 일반화하는 것이나 똑같아.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듣고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엔터업계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뭘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이 글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 그럼 어떤 친구들이 저런 직군에서 일하고 입사하고 하는 걸까? 우선 이 얘기를 꺼내기 전에 몇 가지 상황에 대한 예시를 들어볼게.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너무나도 불편한 얘기야 혹자는 편협한 얘기라고 할 수도 있고 '네가 뭘 얼마나 안다고 그 딴 얘기를 하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혹 그렇게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20년 정도 경험은 가지고 비판해 주기를 미리 부탁할게.
우선 CJ시절 내가 어느 정도 보직자 그러니까 팀장정도 될 때의 얘기야. 어느 날 신입사원 서류전형을 하러 오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갔지. (어디로 간지는 얘기하지 않을게. 아무래도 좀,..) 갔더니 한 40~50명 정도 되는 다른 팀장들이 있었고 각각의 자리에는 노트북이 한 대씩 놓여 있었어. 그 노트북은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는 것은 막혀있었던 것 같고 오로지 서류검토만 할 수 있게 되어 있었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정도까지 수백 명의 입사지원서를 검토하고 다음 단계로 진행여부를 결정했어. 뭐 대부분의 사람은 알겠지만 요즘은 다 블라인드 채용이기 때문에 이력서상에 출신학교, 사진 등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 오로지 본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만으로 서류전형을 하지. 이건 100% 사실이야. 왜냐면 내가 당시에 서류검토를 했을 때 학교, 사진등에 대한 정보는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그러니까 장장 7~8시간 동안 몇백 명의 서류를 다 일일이 읽어봐야 하는 거야. 나한테 할당된 입사지원서가 얼추 200명 이상은 되었던 거 같으니 하루 종일 서류만 읽고 현업팀장선에서의 합격자 여부를 가려냈지. 그런데 말이야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거야. 알겠지만 CJ E&M은 그렇게 많은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100 명선이랄까? 그 100명이 각 지원한 사업부에 배치되니 아마도 사업부별로는 5명? 정도랄까? 이 정도 인원만 배치되는 거야. 그러니 애초에 서류전형에서도 많은 인원을 뽑지는 않겠지? 내가 선택한 사람도 소수에 지나지 않았고 말이지. 그런데 다 뽑아놓으니 어떤 현상이 발생하냐? 거의 대부분의 신입사원이 'SKY서성한중경외시'라는 거야. 물론 아주 드물게 그렇지 않은 1~2명도 있지. 그 한두 명은 위에 말했듯이 손흥민인 거고, 대부분은 사람들이 저 섹터 안에서 뽑혔어. 분명히 장담하건대 1차 관문이 블라인드 채용인데 말이지. 그때 난 참 신기하고 이상하구나 생각했어. 어떻게 저렇게 되지 뭐가 잘못되었나? 아님 내가 잘못 선택을 눌렀나? 여하튼 신기하다 느꼈는데 그 순간 번뜩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CJ입사하고 10년 정도 회사 내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그럼 어떨까? 85% 이상이 소위 말하는 위와 같은 학교 출신이었어. 사실 거의 90% 이상.........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 생각해 본 적 있어? 자 그럼 CJ 경험만으로 한정하기에는 좀 그러니 SM때로 넘어가 보자. SM에 입사하고 가장 놀란 점은 '아티스트 매니저 직군'을 제외하고 회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포지션의 사람들이 모두 SKY 혹은 해외대 출신이었어. 심지어 어느 시점을 지나 KPOP이 주류 시장이 되었을 때는 매니저 직군에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들어와 있더라고? 다시 한번 물어볼게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 SM도 경험이 한정적이다? 그럼 방송국 PD를 한번 볼까? 내가 SM 시절에는 KBS와 많은 일을 같이 협력해서 진행했었어. 역시나 KBS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PD들도 CJ, SM과 다른지 않았어. 또 한 번 물어볼게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
1차원적인 대답으로는 '학벌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라고 답할 수 있겠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엔터업계라는 게 다양한 사람과 협업하고 협업의 과정이 상호 간의 라포를 쌓은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고 라포를 쌓긴 위해서는 학연, 지연만 한 게 없는데 학연만큼 신뢰성 있게 라포를 쌓을 수 있는 게 없지. 그런 차원에서 학벌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라고도 볼 수 있어. 근데 그건 1차원적 이것이고....
나는 이렇게 생각해 학벌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기보단,
나한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들이 보통 이런 것들이야 '제가 웬만한 뮤지컬은 다 직관하는 뮤덕인데, 공연회사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KPOP덕후인데, 입사에 유리한 점이 있을까요?' '드라마광이에요 안 본 드라마가 없어요. 드라마제작 현장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지. 이런 질문들을 들으면 정말 답답해져. 내가 반대로 한번 물어볼게. 다들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번 정도 라면 한 개씩은 먹지? 평생 이렇게 먹어왔지? 자 우리 라면회사에서 일해보는 건 어떨까? 이렇게 라면을 지속적으로 먹는데 라면회사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자 들어보니 어때?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냐라고 생각하겠지? 같은 느낌이야. 물론 콘텐츠,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도 높고 취미가 그런 쪽이건 동등한 경쟁요소만 존재했을 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지. 그러나 싫은 것을 참고 견디거나 지루한 과정을 참고 견디는 것을 체크할 수 있는 경쟁요소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데 '전 음악 듣고 영화 보고 드라마 봤어요~~'라고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음... 놀았구나....'라고 밖에 생각이 안 되는 거지.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궁극적으로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걸로 돈 벌어먹고사는 곳이야. 불특정 다수를 즐겁게 해 준다는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지루한 과정을 계획하고 그 계획의 계획을 세웠다가 없앴다가 생지랄을 하다가 결국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럼 어떻게 할 거냐 이럴 거냐 저럴 거냐 하다가 막상 론칭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이제는 진짜 어쩔 거냐.... 안 되겠다 회의실 잡아라 일주일 밤새서 론칭에 맞추는 그런 어떤... 시스템은 갖춰져 있으나 시스템은 시스템이고 나는 나고 쟤는 쟤고 죽이네 살리네 아니다 이번에 반드시 죽일 거다 그런 곳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야. 엔터업계는 이걸 버틸 수 있는 사람을 원해. 그렇기 때문에 결국 저런 과정보다도 더 힘든 고3의 과정을 훌륭히 넘겨 온 사람을 찾게 되는 거겠지? 불편해서 미안하지만 이게 사실이야. 물론 예외도 있다. 당연히 예외도 있어. 그런데 그거 알아? 예외에 내 인생을 맞춰서 살아가면 내 인생자체가 예외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엔터업계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회초년생인데 학교를 바꿀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라고 물을 거 같아. 답은 두 개야 더 영세하고 낮은 곳에서 적은 월급으로 경력을 쌓아서 경력직으로 옮기거나, 학교를 바꿔. 경력직도 3~4년 일해야 하고 학교를 바꾸는 것도 3~4년을 날리는 거네. 어떻게 할래? 3~4년을 바꾸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해보는 도전을 할래? 아니면 나도 손흥민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인스타광고에 나오는 '경력 쌓고 A&R 가자'에 몇십만 원 내면서 망상에 젖을래? 나라면 3~4년을 선택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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