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CJ에서의 커리어의 시작
CJ에 입사지원을 하면서 이제는 엔터업에 대한 미련을 거의 버린 상태였어. 단순히 좋아하는 것, 꿈을 찾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던 거지. 사회 부적응자가 아닐까?라는 걱정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우선은 다시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상황을 돌려놓자라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할 여력이 없었지.. (지금이야 이제 대가리가 커져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한 3% 정도 깨달았지만 20대의 어린 시절이야 말로 남의 시선 세간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했겠냐고 우선 정상인(?)으로 돌아가자가 가장 큰 목표였단 말이지). 다행히 난 아직 중고신입이었기 때문에 CJ라는 회사를 신입으로 지원할 수 있는 요건이 되었고, 그나마 경영학의 전공을 조금은 살리면서 지원할 수 있는 부서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재경팀에 지원하게 되었지. 11개월 정도의 회사경험도 나름 작용했었고....(어찌저찌해서 CJ제일제당 재경팀에 붙게 되는데 그 과정은 지금은 큰 의미 없는 얘기니까 우선 생략하고 나중에 다시 썰 풀게) 그렇게 난 CJ제일제당의 재경팀 신입사원으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아
나의 엔터업계의 시작은 CJ 신입사원 합격통보를 받고 한 일주일정도 후부터 시작되었어. 난 분명히 CJ제일제당 재경팀으로 합격했는데 2005년 5월 말쯤 한통의 전화를 받아. CJ 쪽으로부터 나 같은 신입나부랭이한테 직접 전화를 하다니 뭔가 상황이 안 좋은 방향이 된 건가 걱정을 했단 말이지. '설마 합격취소인가? 뭐가 잘못되었나?' 짧은 몇 초간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 근데 이 전화가 나의 커리어 20년을 결정할 전화가 되어버렸어. 당시 CJ인사팀은 내가 제일제당으로 재경팀으로 최종 합격했는데, 현재 CJ에는 다양한 계열사가 있고 그중에 CJ엔터테인먼트라는 계열사도 있는데 이 계열사 재무팀에도 신입사원 충원이 필요하니 CJ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최종입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어. 2005년도의 나에게는 천운이었지. 아니 그토록 애원할 때는 안 되고 다 포기하고 그냥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아가보자고 마음먹으니 되는 꼴이었어. 사실 CJ엔터테인먼트는 방송국 쪽 취업이 잘 안 되었을 때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 관련 회사로 생각하고 있었던 삼성영상사업단이 해체되면서, 그 인력들이 주축이 되어서 만들어진 회사였기 때문에 나한테 있어서는 결국 돌고 돌아 원하는 회사에 가게 된 것이지. 결국 모든 것은 운빨이었던 것인가? 아니면 나의 노력에 대한 보답인 것인가? 알 수 없지만 졸업 후 1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난 그토록 원하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비록 현업은 아니지만 첫 발을 내딛게 되지. 현업도 아니고 스텝조직인 재무팀에서 일하는 게 무슨 엔터업계에서 일하는 거냐라고 초짜들이 얘기할 수 있겠지만, 내 경력의 초기 3년 반을 엔터업계 최정상의 회사의 재무팀에서 일한게 어쩌면 내 인생 최고의 업무 복이라고 생각해.
[잠깐 다른 얘기지만 제발 회사라는 곳에서 일하고 싶고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 청년들이여... 회계원리와 기본적인 경제수업, 세법수업은 대학 때 꼭 듣도록 해라. 형이 얘기한다. 엔터고 지랄이고 나발이고 간에 다 회사야 회사는 돈 버는 곳이고 숫자로 얘기하고 증명할 수 있는 게 갑이야. 그런데 그런 기초지식도 없으면서 창의성, 크리에이티브 어쩌고 저쩌고 운운하는 애들은 말이지 초장부터 '난 똥멍청이입니다'라고 광고하는 일이니 명심하길 바란다.]
여하튼 난 이렇게 엔터업계에서 숫자를 만지면서 돈 계산을 하면서 구체적으로는 영화업계와 공연업계에 대한 숫자를 만지면서 20여 년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지. 커리어가 쌓였는지 휘발되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름의 노력 5%와 95%의 운빨로 엔터업계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발을 들여놓은 과정은 앞서도 말했지만 너무 오래된 이야기고 2025년 현재에는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이야기일 것 같으니 '아 20년 경력 쌓인 놈도 초반에는 운빨이 컸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면 좋을 것 같네. 다음 글은 본격적으로 그럼 진짜 엔터업계가 뭐 하는 곳이고 어떤 놈들이 들어와서 일하고 있는지 내 경험치 내에서 한번 썰밥을 풀어볼까 한다. 앞으로는 다소 불편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여... 영화 대사도 있잖니 '원래 진실은 불편한 법이라고'...
비하인드) 갑자기 왜 CJ인사팀은 나에게 CJ엔터테인먼트로 가라고 했을까? 일개 신입사원에 그냥 단순한 재무팀 신입사원 1명인데? 이건 나의 개인적인 뇌피셜이지만, 아마도 당시에는 CJ엔터테인먼트란 회사는 뭔가 조금 트렌디하고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있었던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신입사원 한 명도 조금은 그런 면모를 가진 사람을 보내고 싶었던 것 같아. 그런데 아마 내가 면접 때 그런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난 생각하거든. 왜냐면 형 때만 해도 모든 면접복장은 정장이었어 여자건 남자건 간에. 그게 뭔가 당연한 거였지. 난 사실 이 면접복장 때문 에라도 CJ면접에 갈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했었거든. 왜냐면 난 LG전자 신입사원으로 다니고 있었고, 당시 나의 상황상 하루를 통째로 연차를 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단 말이야. 때문에 면접을 가려면 온갖 핑곗거리를 만들어서 조퇴 같은 것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든 이 상황은 만들 수 있지만 아침에 정장을 입고 출근을 할 수는 없잖아? 정장을 입는 조직도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시간상 집에 들러서 정장을 갈아입고 뭐 하고 갈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었고. 그런데 말이지 그때 CJ신입사원 면접요강에 나온 면접 복장이 '비즈니스 캐주얼'이었어. 아직 대다수의 회사가 비즈니스 캐주얼이 뭔지도 모르고 비즈니스캐주얼이라 하면 정장에 넥타이만 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단 말이지. 난 이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면접요강대로 가자 지금 내가 출근할 때 입는 옷을 뭔가 데이트룩 정도로만 업그레이드하면 되겠다(형이 대학 때 ceci란 잡지와 일을 한 적이 있어서 패션에 관심이 좀 있었단다) 난 그렇게 평상시 출근복을 업글해서 면접에 갔지. 근데 이게 웬걸 소위 말해서 비즈니스캐주얼을 입고 온 놈이 나밖에 없는 거야. 죄다 검은 정장을 입고 와서 이건 뭐 거의 장례식 수준이었지. 그런 장례식 분위기에 나 혼자 미친놈 마냥 베이지톤의 옷을 입고 당연히 노타이에 로퍼를 신고 갔단 말이야. 얼마나 미친놈처럼 보였겠냐고. 심지어 면접 때 질문을 했어. '왜 혹시 정장을 입고 오시지 않았죠?'라고 말이지. 난 대답했지 '면접요강에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요강대로 입고 왔습니다.'이 말을 들은 면접관이 웃는 순간 난 합격을 직감했다. 난 아마 이때의 나의 모습 때문에 인사팀에서 전화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당연히 뇌피셜이기 때문에 아닐 수도 있고, 그냥 가나다순으로 제일 위에 있는 놈한테 먼저 전화했는데 오케이 해서 그냥 된 걸 수도 있고.. 하지만 중요한 건 뭐다? 뭐든 이용해서 갔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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