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의 어린 시절 일화입니다.
오성네 집마당에는 감나무가 있었습니다. 오성네 하인이 하루는 담벼락 너머까지 뻗친 감나무 가지의 감을 따려 담벼락 너머 이웃 대감 마당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쫓겨났습니다. 감나무 가지가 대감네로 넘어 왔으니 그 감도 대감네 것이라며 감을 못 따게 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오성은 대감네 사랑방 앞까지 찾아가 문 창호지에 자신의 팔을 불쑥 집어넣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냐?
대감님이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성은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이 팔이 누구 팔입니까?
대감님이 대답했습니다.
그야 네 팔이 아니냐.
대감님 사랑방 안에 있는데 왜 제 팔입니까?
네 몸에 붙어있으니 네 팔이 아니냐.
그렇다면 대감님 댁으로 넘어온 저희 집 감나무의 감은 누구의 것입니까?
대감님은 오성의 의도를 눈치챘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연히 네 감이지.
근데 네 녀석의 팔이 내 문의 창호지를 뚫었으니 그건 네 허물이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네 허물이니 네가 물어낼테냐?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너희 감나무가 우리 집 담을 넘어온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테냐?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감으로 물어내는 것이 어떻겠느냐?
...알겠습니다.
좋다.
그럼 부러 감을 따서 우리 집으로 가져오려면 번거로우니,
우리 집으로 넘어온 감을 우리가 따가도록 하겠다. 어떠냐?
...알겠습니다.
오성은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끝-